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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남조선인민민주주의공화국’을 연상시킨 대통령 발언
  • 관리자 관리자
  • 등록 2026-05-10 16:35: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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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검찰·언론·피습을 ‘3대 살해 위협’으로 병렬화
  • 국민·하늘·생존을 결합한 자기신성화의 정치 문법
  • 민주공화국 대통령은 하늘이 내린 지도자가 아니다

이재명 대통령이 7일 청와대 여민관에서 열린 수석보좌관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이재명 대통령의 발언이 선을 넘었다. 

 

이 대통령은 9일 자신의 소셜미디어에 “검찰의 조작 기소를 통한 사법 살인, 테러범을 동원한 흉기 살인, 조작언론을 동원한 명예 살인”을 거론하며 이를 “3대 살해 위협”이라고 했다. 

 

이어 “국민, 곧 하늘이 저를 살려주셨다”며 “제 목숨은 이제 온전히 국민의 것”이라고 밝혔다. “하늘이 제게 생명 보전을 넘어 큰 일까지 맡겨주셨다”는 말도 덧붙였다.

 

대통령도 억울함을 말할 수 있다. 피습 피해를 언급할 수도 있다. 자신을 향한 수사와 보도에 반박할 권리도 있다. 그러나 대통령의 언어는 일반 정치인의 언어와 달라야 한다. 

 

더구나 검찰 기소, 언론 보도, 흉기 피습을 모두 ‘살해 위협’이라는 하나의 범주로 묶는 것은 단순한 감정 표현이 아니다. 

 

실제 물리적 폭력과 사법 절차, 언론 검증을 같은 선상에 올려놓는 순간 대통령을 비판하거나 수사하거나 보도한 행위는 민주주의의 견제가 아니라 생명을 위협한 가해 행위처럼 재구성된다.

 

이 대통령이 검찰과 언론을 직접 “살인자”라고 부른 것은 아니다. 그러나 “사법 살인”과 “명예 살인”이라는 표현은 검찰과 언론을 사실상 살해 위협의 주체로 세운다. 

 

검찰은 조작 기소를 통한 사법 살인의 주체가 되고, 언론은 조작 보도를 통한 명예 살인의 도구가 된다. 

 

대통령을 수사하고 검증하고 비판한 기관과 언론이 한순간에 흉기 피습범과 같은 도덕적 피고석에 놓이는 것이다.

 

더 심각한 대목은 그 다음이다. 이 대통령은 자신을 “국민, 곧 하늘”이 살려낸 사람으로 표현했다. 

 

정치인이 국민에게 감사하며 “하늘 같은 국민”이라고 말하는 것 자체가 문제는 아니다. 그러나 이번 발언에서는 맥락이 다르다. 

 

검찰과 언론, 피습범을 ‘3대 살해 위협’으로 묶은 뒤 그 위협에서 살아난 자신의 생존을 국민과 하늘의 뜻으로 연결했다. 이어 “제 목숨은 이제 온전히 국민의 것”이라고 했다. 

 

여기서 개인의 생존 경험은 정치적 소명으로 바뀐다. 대통령 개인은 단순한 선출직 공직자가 아니라 국민과 하늘이 살려낸 존재로 재배치된다.

 

이 대목에서 ‘남조선인민민주주의공화국’이라는 말이 연상되는 이유가 있다. 

 

이는 대한민국 체제를 북한 체제와 동일시하자는 말이 아니다. 문제는 언어의 문법이다. 

 

민주공화국의 권력 언어는 국민주권, 법치, 권력분립, 언론 자유 위에 서야 한다. 

 

그러나 이번 발언은 지도자와 국민, 하늘, 생존, 소명을 하나로 묶는다. 비판자는 살해 위협이 되고, 지도자는 국민과 하늘이 살려낸 사람이 된다. 

 

이것은 대한민국 헌법의 언어라기보다 지도자 숭배를 예비하는 인민민주주의식 권력 언어를 떠올리게 한다.

 

대통령이 자신을 ‘국민과 하늘이 살려낸 사람’으로 말하고, 자신을 비판한 검찰과 언론을 ‘살해 위협’으로 묶는 순간, 민주주의의 권력 언어는 위험하게 변질된다. 

 

그것은 선출직 공직자의 책임 언어가 아니라 지도자 숭배를 예비하는 언어다. 대통령은 국민이 선출한 공직자이지, 하늘이 내린 구원자가 아니다.

 

대통령의 말은 곧 국가권력의 방향으로 읽힌다. 

 

검찰을 사법 살인의 주체로 말하면 검찰 개편이나 공소 취소 논의는 정치 보복이 아니라 ‘살해 위협의 교정’처럼 포장될 수 있다. 

 

언론을 명예 살인의 도구로 말하면 언론 압박과 규제도 ‘피해 회복’의 이름을 얻을 수 있다. 실제로 야당은 이 발언을 두고 공소 취소를 위한 준비 작업이라는 취지로 반발했다.

 

대통령에게 필요한 것은 피해자의 분노가 아니라 국가 최고권력자의 절제다. 대통령도 비판받을 수 있고, 수사받을 수 있고, 언론의 검증 대상이 될 수 있다. 

 

그것이 민주공화국의 기본 질서다. 대통령이 자신을 향한 비판과 검증을 ‘살해 위협’으로 부르기 시작하면 권력 감시는 범죄가 되고, 반대자는 가해자가 되며, 지지자는 지도자를 지켜야 할 신민으로 변한다

.

이 발언은 그래서 위험하다. 

 

대한민국 대통령의 언어는 국민을 하늘처럼 섬기겠다는 겸손의 언어여야 한다. 그러나 이번 발언은 국민과 하늘을 빌려 자신을 특별한 소명자로 세우는 언어에 가까웠다. 

 

민주공화국의 대통령은 살아남은 영웅이 아니라 헌법 아래 놓인 공직자다. 그 선을 잊는 순간 대통령의 언어는 통합이 아니라 숭배를 향해 기울어진다.

 

이재명 대통령은 자신의 억울함을 말하기 전에 자신이 지금 어떤 권력을 쥐고 있는지부터 돌아봐야 한다. 

 

검찰과 언론을 살해 위협으로 몰고, 자신을 국민과 하늘이 살려낸 존재로 세우는 언어는 민주공화국의 언어가 아니다. 그것은 책임의 언어가 아니라 우상화의 언어다. 

 

국민이 뽑은 대통령이 하늘이 살린 지도자처럼 말하는 나라, 그것이 바로 우리가 경계해야 할 ‘남조선인민민주주의공화국’의 그림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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