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건강에 관심이 있는 사람들은 대체로 식사와 식품에 대한 기준이 엄격하다. 몸에 나쁜 음식과 좋은 음식을 정해두고 선별해서 먹는다. 일단 이런 분들은 건강하게 살 확률이 높다. 가공식품과 술, 육류를 멀리하면 그만큼 소화에 대한 부담이 줄어들어 대사질환과 멀어지기 때문이다. 문제는 그만큼 행복할 권리도 잃을 수 있다는 사실이다.
우리 한의원에 내원하는 환자 중에 부모님의 엄격한 식단 관리 때문에 고통스럽다고 호소하는 분들이 있다. 햄이나 소시지 같은 가공육은 물론 붉은 고기는 상에 올리지도 않는다. 몰래 케이크를 먹다 들켜서 크게 야단맞은 적도 있다. 그분은 부모님과 식사를 하는 게 부담스럽다고 했다.
소화력 좋은 사람에게 햄버거는 큰 문제가 안 된다
부모가 아무리 야단치고 종용해도 공부 안 하는 놈은 안 하듯 자식 입맛을 부모 기준에 맞출 수는 없는 노릇이다. 그럴 때는 부모도 어느 정도 포기하는 게 좋다. 그렇다고 자식이 아무거나 먹게 내버려두라는 뜻은 아니다.
결론부터 말하면 세상에 나쁜 음식은 없다. 소화시키기 어려운 음식이 있을 뿐이다. 우리가 나쁜 음식으로 분류하는 라면, 햄, 소시지, 과자 등의 초가공식품은 색소, 방부제 등 첨가물이 문제가 된다. 이러한 식품첨가물은 인체가 소화시키기 어려운 물질이기 때문에 인체에 쌓여 있다가 문제를 일으키는 경우가 많다.
이 말은 소화력이 아주 좋은 사람에게 이런 식품은 큰 문제가 안 된다는 뜻이다. 소화력이 좋은 젊은 층은 가공식품을 어느 정도 먹어도 큰 해가 안 된다. 물론 나이가 들면서 대사력이 떨어지면 가공식품이나 붉은 고기가 문제가 될 수 있다. 결국 자기가 피부로 느껴야 소위 ‘나쁜 음식’도 끊게 된다.
부모 심정으로는 자식이 아프기 전에 미리미리 음식 조절을 하면 본인처럼 질환으로 고생하지 않을 거라고 생각한다. 그런데 이렇게 인생을 유비무환의 자세로 산다는 게 보통 어려운 일이 아니다.
못 먹게 하는 것보다 적게 먹도록 해야
결국 자식과 타협하는 수밖에 없다. 나쁜 음식이라고 단정하고 못 먹게 하기보다 적은 양을 먹도록 유도하는 것이다. 인체는 적은 양의 독은 어느 정도 소화시킬 수 있다.
라면 한 개를 다 먹는 대신 달걀이나 채소를 많이 넣고 반 개만 먹는다던지, 초코파이를 반씩 잘라서 나누어 먹는다던지 하는 식으로 해법을 찾는 게 좋다.
소화에 안 좋다고 알려진 폭식·과식·야식도 마찬가지다. 하루 이틀 좋은 음식을 먹는다고 몸이 갑자기 좋아지지 않듯 어쩌다 과식 한 번 했다고, 친구들과 술 한잔 했다고 갑자기 나빠지지 않는다.
집에서는 하루 1.5식을 지키는 나도 여행지에 가서는 세끼 다 챙겨 먹는다. 여행의 즐거움은 먹는 것이기 때문이다. 심지어 몸에 좋은 음식인지 아닌지도 잘 따지지 않는다. 현지 음식이 다 건강식은 아니기 때문이다.
하지만 집으로 돌아오면 이를 만회하기 위해 ‘하루 단식’ 등으로 체중을 조절한다. 그 이후에 1.5식으로 돌아오는 것은 물론 채소, 과일, 버섯, 두부, 해조류 위주로 식단을 되돌린다. 중요한 것은 지속성이다. 나쁜 음식을 지속적으로 먹으면 정말 나쁜 음식이 되고 좋은 음식을 지속적으로 먹으면 정말 좋은 음식이 된다.

◆ 박찬영 원장
서울 사당동 어성초한의원 원장. 동국대 한의학박사. MBN ‘엄지의제왕’ 등 TV 건강프로그램에 출연해 한국에 해독 센세이션을 일으켰다. 저서로 ‘아토피 여드름 어성초로 고친다’ ‘양념은 약이다’ ‘해독의 기적’ 등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