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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 한미칼럼] 참정권보다 당권을 앞세운 친한계, 제정신인가
  • 김영 기자
  • 등록 2026-06-05 13:51: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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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투표용지 부족 사태로 국민 불신이 폭발했다
  • 야당이 먼저 물어야 할 것은 당권이 아니라 참정권이다
  • 한동훈 복당보다 선관위 책임 규명이 먼저다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가 5일 잠실7동 투표함 개표가 진행되고 있는 서울 송파구 올림픽공원 핸드볼경기장에서 확성기들고 발언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6·3 지방선거가 끝난 뒤 국민의힘 내 소위 친한계 안에서 가장 먼저 터져 나온 목소리는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대한 전면적 책임 추궁이 아니었다. 투표용지 부족 사태의 진상 규명도 아니었다. 서울 송파구 잠실7동 투표함 논란이 남긴 절차적 의문에 대한 총력 대응도 아니었다. 


친한계 의원들이 먼저 들고나온 것은 장동혁 대표 퇴진론과 한동훈 전 대표 복당론이었다. 한동훈 당선자 역시 이른바 '참정권 박탈' 사건에 함구 중이다.

 

제정신인가.

 

이번 선거에서 국민이 목격한 것은 단순한 현장 혼선이 아니었다. 투표용지가 부족해 유권자가 정해진 시간에 정상적으로 투표하지 못하는 일이 벌어졌다. 일부 투표소에서는 투표가 지연됐고, 잠실7동 제2투표소에서는 투표함 반출과 개표를 둘러싸고 극심한 대치가 이어졌다. 


선거는 결과만으로 정당화되지 않는다. 선거의 정당성은 투표 전 준비, 투표 현장 관리, 투표함 보관과 이동, 개표 절차 전반이 국민 앞에 설명될 수 있을 때 비로소 확보된다.

 

이런 상황에서 야당 의원들이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분명했다. 


선관위에 투표용지 제작·배분 내역을 공개하라고 요구해야 했다. 투표 지연 지역의 현장 보고서와 책임 라인을 밝히라고 해야 했다. 


투표함 보관·이동·개표 과정에 참관과 감시가 제대로 이뤄졌는지 따져야 했다. 필요한 경우 국정조사와 감사, 수사까지 요구해야 했다. 


국민의 투표권이 제대로 보장됐는지 묻는 것이 야당의 첫 번째 책무였다.

 

그런데 친한계가 선택한 첫 메시지는 달랐다. 


우재준 의원은 장동혁 대표 사퇴와 한동훈 전 대표 복당을 말했다. 박정훈 의원은 지도부 전체 사퇴를 주장했다. 


물론 선거 패배 이후 지도부 책임론은 제기될 수 있다. 정당에서 선거 결과를 놓고 지도부를 평가하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다. 장동혁 대표 체제가 잘했는지, 공천과 선거전략이 적절했는지, 한동훈 전 대표 제명이 당내 분열을 키웠는지는 토론할 수 있다.

 

문제는 순서다.

 

지금 국민이 묻는 것은 “누가 국민의힘 당권을 잡을 것인가”가 아니다. “내 표는 제대로 행사됐는가”다. “투표용지는 왜 부족했는가”다. “선관위는 왜 이런 사태를 막지 못했는가”다. “투표함은 어떤 절차로 이동했고, 개표는 어떤 참관 구조 아래 진행됐는가”다. 


이 질문 앞에서 야당 의원들이 먼저 당내 권력 재편을 외친다면 국민은 무엇을 보겠는가. 참정권보다 당권을 앞세운 정치, 국민의 분노보다 자기 계파의 복귀를 먼저 계산하는 정치를 보게 된다.

 

친한계가 장 대표를 비판할 수는 있다. 그러나 지금 이 시점에서 장 대표 퇴진론을 당의 최우선 과제처럼 들고나오는 순간, 그 비판은 선거 평가가 아니라 권력투쟁으로 보인다. 


더구나 한동훈 전 대표 복당 문제까지 동시에 꺼내는 것은 더욱 부적절하다. 


국민의힘이 지금 복당 절차를 따질 때인가. 가처분 소송을 말할 때인가. 국민의 투표권 보장 문제가 정국의 한복판에 놓인 상황에서 특정 정치인의 당내 복귀가 먼저라는 듯한 발언은 야당 정치의 우선순위가 어디에 있는지를 적나라하게 드러낸다.

 

야당인가 계파 사무소인가


야당은 선거에서 졌을 때보다, 국민의 분노를 읽지 못할 때 더 크게 무너진다. 


지금 국민의 분노는 단순히 특정 후보의 당락에 있지 않다. 선거관리 시스템이 정말 믿을 수 있는가에 있다. 투표소에서 국민의 권리가 행정 편의와 준비 부족 앞에 밀려난 것은 아닌가에 있다. 선관위가 실수라고 말하면 끝나는가에 있다. 


이 질문을 붙잡지 못하는 야당은 야당이 아니다. 계파 사무소에 불과하다.

 

장동혁 대표 체제에 책임이 있다면 책임을 물으면 된다. 전당대회가 필요하다면 전당대회를 하면 된다. 그러나 그 논의는 선거관리 실패의 진상 규명과 별개가 아니라 그 이후에 와야 한다. 


야당 지도부가 누구냐보다 더 중요한 것은 야당이 국민의 투표권을 지킬 의지가 있느냐다. 참정권이 흔들리는 판에서 당권을 먼저 계산하는 정치는 국민에게 버림받는다.

 

친한계 의원들은 스스로에게 물어야 한다. 


지금 정말 국민이 원하는 말이 “장동혁 사퇴”인가. “한동훈 복당”인가. 아니면 “선관위는 국민 앞에 모든 자료를 공개하라”인가. 야당 의원이라면 답은 분명해야 한다. 


국민의 표가 먼저다. 국민의 권리가 먼저다. 선거 절차의 정당성이 먼저다.

 

정치는 권력을 향해 움직인다. 그러나 야당은 권력 이전에 감시의 의무를 갖는다. 특히 선거관리 실패 논란이 터진 직후라면 더욱 그렇다. 


이때 계파의 이해를 먼저 꺼내는 사람들은 국민을 대표하는 정치인이 아니라 권력의 냄새를 따라 움직이는 정치 기술자에 가깝다.

 

국민의힘이 지금 해야 할 일은 한동훈 전 대표 복당 논쟁이 아니다. 장동혁 대표 퇴진 논쟁도 아니다. 먼저 선관위 책임을 끝까지 물어야 한다. 투표용지 부족 사태의 원인을 밝혀야 한다. 잠실7동 투표함 논란의 절차를 확인해야 한다. 


투표권이 침해됐다고 느낀 국민에게 국가가 어떤 설명을 내놓을 것인지 따져야 한다.

 

그다음이 당권이다.

 

참정권보다 당권을 앞세우는 정당은 국민을 지킬 수 없다. 선거관리 실패 논란 앞에서 자기 계파의 복귀부터 계산하는 정치인은 국민의 분노를 대표할 자격이 없다. 친한계 의원들에게 묻는다.

 

“친한계는 제정신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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