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3일 저녁 광주 선거관리위원회 앞에서 애국시민들이 “선관위를 해체하라” “부정선거, 원천 무효” 구호를 외치고 있다. [@hj7777777gj X 계정 GIF]
“부정선거 재선거, 당일투표 수개표.”
6·3 지방선거 투표용지 부족 사태 이후 서울 올림픽공원에서 밤낮으로 울려 퍼진 구호다.
정치권이 특별검사와 국정조사, 선거소청과 증거보전, 전면 재선거와 일부 재투표를 놓고 갑론을박하는 동안 시민들은 가장 단순하고 직접적인 해법을 제시했다.
문제가 생긴 선거를 다시 치르고, 투표는 선거 당일에 실시하며, 개표는 국민이 지켜보는 가운데 사람의 손으로 확인하자는 것이다.
이번 사건의 정확한 피해 규모는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
선관위는 투표용지가 부족했거나 추가로 송부된 투표소에 관한 자체 집계를 여러 차례 수정했다. 어느 투표소에서 얼마나 오랫동안 투표가 중단됐는지, 기다리다 돌아간 유권자는 몇 명인지, 결국 투표권을 행사하지 못한 국민은 얼마나 되는지도 확인되지 않았다.
선거를 관리한 당사자인 선관위가 발표한 숫자를 곧바로 확정된 사실로 받아들여서는 안 된다. 독립적인 수사와 조사를 통해 투표용지 인쇄·배부·추가 송부·투표 중단·투표함 이송·개표에 이르는 전 과정을 다시 확인해야 한다.
그러나 진상 규명과 참정권 회복은 다른 문제다. 수사는 누가 어떤 잘못을 저질렀는지를 밝히는 절차이고, 선거소송은 위법이 선거 결과에 영향을 미쳤는지를 법적으로 판단하는 절차다. 이미 투표권 행사가 방해된 유권자에게 다시 선택할 기회를 주는 것은 재선거뿐이다.
‘부정선거’라는 구호도 법원의 확정판결이 내려졌다는 뜻으로만 읽을 일이 아니다.
국가의 준비 실패로 국민이 정상적으로 투표할 수 없었고, 투표가 중단됐으며, 그 피해 규모조차 제대로 파악되지 않았다면 시민은 이를 바르지 못한 선거라고 부를 수 있다.
정치권이 이 말을 음모론으로 몰아붙인다고 참정권 박탈의 사실까지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재선거를 하면서 기존 방식을 그대로 반복해서도 안 된다.
이번 사건은 사전투표율 예측과 본투표용지 준비, 지역별 용지 배분, 추가 송부 체계가 제대로 작동했는지를 둘러싼 불신에서 시작됐다. 그렇다면 재선거는 불신의 원인을 최대한 제거하는 방식으로 치러야 한다.
우선 투표를 하루로 모아야 한다. 당일투표는 사전투표함의 장기 보관과 지역 간 이동, 관외투표지 우편 이송 등 유권자가 직접 확인하기 어려운 절차를 줄인다.
투표소별 선거인 수에 맞춰 투표용지를 충분히 준비하고, 투표 종료 즉시 투표자 수와 잔여 투표용지, 투표함 속 투표지 수를 대조해 기록으로 남겨야 한다.
개표는 투표지분류기에 먼저 맡기는 방식이 아니라 처음부터 끝까지 전량 수개표로 진행해야 한다. 각 후보 측 참관인과 시민, 언론이 지켜보는 가운데 한 장씩 분류하고 계수하며, 모든 과정은 촬영·기록·공개해야 한다.
수개표가 모든 오류를 자동으로 없애는 만능 장치는 아니다. 그러나 누구나 직접 확인할 수 있고 이의가 제기된 투표지를 현장에서 즉시 재검증할 수 있다는 점에서 무너진 신뢰를 회복하는 데 가장 적합한 방식이다.
시간과 비용이 더 든다는 반론도 있을 수 있다. 그러나 민주주의에서 선거의 신뢰보다 아껴야 할 시간과 비용은 없다. 개표를 몇 시간 빨리 끝내기 위해 국민이 결과를 몇 년 동안 의심하게 만드는 것이 오히려 가장 비싼 선택이다.
정치권은 해법을 복잡하게 만들수록 책임에서 멀어질 수 있다. 조사위원회를 구성하고 소송 결과를 기다리며 제도 개선을 약속하는 사이, 참정권 박탈 사건은 기정사실화된 당선 결과 뒤로 밀려날 수 있다.
진상조사는 진상조사대로 하고 책임자는 책임자대로 처벌해야 한다. 그러나 무너진 선거의 정당성은 국민에게 다시 묻는 방법으로만 회복할 수 있다.
“부정선거 재선거, 당일투표 수개표”
정치권의 백 마디 설명보다 올림픽공원의 이 구호가 더 명확하다. 의혹을 덮어 신뢰를 강요할 것이 아니라, 누구나 지켜보고 확인할 수 있는 방식으로 다시 투표하자는 요구다. 이것보다 단순하고 정직한 해법은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