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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마 공화정으로 보는 대한민국: 松山] ⑧독재는 어떻게 규정되는가?
  • 松山 작가
  • 등록 2026-08-28 15:4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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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재자란 견제받지 않는 절대 권력을 가진 한 나라의 최고 지도자를 일컫는다. 

정치적 논쟁에서 ‘독재’만큼 자주 사용되면서도 기준이 불분명한 말은 드물다. 자신이 반대하는 대통령이 강한 정책을 추진하면 독재라고 부르고, 경찰이 불법 집회를 해산해도 독재라고 비난한다. 

국회에서 다수당이 법안을 통과시키거나 법원이 정치적으로 불리한 판결을 내려도 독재라는 말이 나온다. 그러나 강한 통치, 잘못된 정책, 권위적인 태도와 독재는 같은 개념이 아니다. 그렇다면 무엇을 기준으로 한 통치를 독재라고 규정해야 하는가?

독재를 판단할 때 가장 먼저 버려야 할 기준은 통치자의 성격이다. 말투가 거칠고 고집이 세며 반대 의견을 싫어하는 지도자는 권위적일 수 있다. 그러나 개인의 성격이 곧 정치체제를 결정하지는 않는다. 

반대로 말투가 부드럽고 대중과 친근하게 소통하는 지도자도 법원과 언론을 장악하고 선거 경쟁을 무너뜨린다면 독재자가 될 수 있다. 독재는 성품의 문제가 아니라 권력이 구성되고 행사되는 방식의 문제이다.

두 번째로 버려야 할 기준은 권력의 강도이다. 전쟁과 경제위기, 재난과 국가적 혼란 속에서는 민주정부도 강한 결정을 내릴 수 있다. 동원령을 내리고 이동을 제한하며 막대한 재정을 투입할 수도 있다. 

범죄를 진압하고 불법 행위를 처벌하는 것 역시 국가의 정상적인 기능이다. 강한 권력 행사가 자동으로 독재가 되는 것은 아니다. 핵심은 그 권력이 법에 근거하는가, 기간과 범위가 제한되는가, 법원과 의회의 통제를 받는가에 있다.

독재의 가장 기본적인 특징은 권력이 한 사람이나 소수 집단에 집중되고, 그 권력을 실질적으로 통제할 수 있는 제도가 사라지는 데 있다. 제임스 매디슨은 입법권·행정권·사법권이 한 사람이나 한 기관에 집중되는 것을 폭정의 정의라고 보았다. 

권력자가 선거로 뽑혔는지, 세습되었는지, 스스로 권력을 잡았는지는 이 원칙에서 결정적인 차이가 아니다. 선출된 권력이라도 다른 국가권력을 장악하여 자신을 견제하지 못하게 만들면 폭정으로 변할 수 있다.

현대판 참주정(좌파 포퓰리즘)의 전형으로 평가받는 우고 차베스 베네수엘라 전 대통령. [EPA=연합뉴스]

따라서 독재를 규정하는 첫 번째 기준은 ‘권력이 법 위에 있는가?’이다. 민주정에서 통치자는 법을 집행하지만 독재정에서 통치자는 법을 자신의 필요에 따라 바꾼다. 

자신에게 유리할 때는 법을 앞세우고 불리할 때는 예외를 만든다. 야당과 시민에게는 법을 엄격히 적용하면서 권력자와 측근에게는 적용하지 않는다. 법이 모든 사람을 지배하는 것이 아니라 권력자가 법을 지배하는 상태가 되는 것이다.

법률이 많이 존재한다고 법치가 확립되는 것도 아니다. 독재국가에도 헌법과 형법, 법원과 검찰이 있다. 문제는 법의 존재가 아니라 법의 성격과 적용 방식이다. 법이 권력자의 행위를 제한하는가? 시민이 권력자를 상대로 재판을 청구할 수 있는가? 법원이 행정부의 결정을 취소할 수 있는가? 권력자도 일반 시민과 같은 법의 적용을 받는가? 베네치아위원회의 법치 기준도 법의 우위, 권력 남용 방지, 권력분립, 독립된 법원과 기본권 보장을 핵심 요소로 제시한다.

두 번째 기준은 ‘권력분립이 실제로 작동하는가?’이다. 헌법에 입법부와 행정부, 사법부가 구분되어 있다고 해서 권력분립이 이루어지는 것은 아니다. 국회가 정부의 법안을 심사하지 못하고 형식적으로 통과시키며, 법원이 권력자의 뜻에 반하는 판결을 내리지 못한다면 기관의 이름만 다를 뿐 권력은 하나로 합쳐져 있다. 사법부의 독립과 행정부에 대한 입법·사법적 통제는 헌정민주주의의 기본 원리이다.

독재자는 반드시 의회를 없애지는 않는다. 오히려 의회를 남겨 두고 자신의 결정을 합법적인 것처럼 꾸미기도 한다. 선거도 실시하고 야당도 형식적으로 허용할 수 있다. 

그러나 후보 등록을 방해하고, 야당의 자금과 언론 접근을 차단하며, 선거관리기관을 장악한다면 선거는 권력 교체의 수단이 아니라 권력을 승인하는 의식으로 변한다. 오늘날 정치학은 이런 체제를 선거가 존재하지만 실질적인 경쟁과 권력 교체가 어려운 ‘선거 권위주의’ 또는 ‘선거 독재’로 구분한다.

이 때문에 독재를 판단하는 세 번째 기준은 선거가 있느냐가 아니라 ‘선거를 통해 권력이 바뀔 수 있느냐?’이다. 민주주의의 선거에는 불확실성이 있다. 여당도 패배할 수 있고, 대통령도 임기를 마치면 물러나야 한다. 선거관리기관은 어느 정당에도 속하지 않아야 하며 야당도 선거운동과 조직 활동을 할 수 있어야 한다. 권력자가 패배할 가능성이 제거된 선거는 민주적 책임을 만들어 내지 못한다.

오늘날 정치학에서도 민주주의는 선거의 존재만으로 판단하지 않는다. 자유롭고 공정한 선거는 물론 표현의 자유, 언론의 독립, 사법부의 독립, 시민사회의 자유, 권력에 대한 견제가 함께 작동해야 민주주의로 평가한다. 선거를 실시하더라도 권력자가 언론과 법원, 시민사회를 억압하여 실질적 책임을 지지 않는다면 민주정으로 보기 어렵다는 것이다.

네 번째 기준은 ‘반대할 자유가 존재하는가?’이다. 민주주의에서 야당은 정부가 베푸는 관용으로 존재하지 않는다. 야당과 비판 언론, 시민단체는 권력의 잘못을 드러내고 다음 선거에서 정부를 교체하기 위해 존재한다. 독재자는 반대 의견 자체를 범죄로 만들거나, 반대자를 국가의 적·반역자·외세의 하수인으로 규정한다. 비판의 내용에 답하는 대신 비판자의 자격과 충성심을 공격하는 것이다.

언론이 존재한다고 언론의 자유가 보장되는 것도 아니다. 수십 개의 신문과 방송이 있어도 정부에 불리한 보도를 할 수 없다면 자유언론이 아니다. 권력자가 언론사를 직접 폐쇄하지 않더라도 광고와 인허가, 세무조사, 형사고발, 방송 심의와 소유권 압박을 이용해 비판을 막을 수 있다. 독재는 언제나 노골적인 검열의 모습으로만 나타나는 것이 아니다. 언론이 스스로 침묵하도록 만드는 간접적 통제도 독재의 중요한 수단이다.

다섯 번째 기준은 ‘통치자가 평화적으로 물러날 수 있는가?’이다. 민주주의의 권력은 임시로 맡겨진 권력이다. 임기가 끝나거나 선거에서 패배하면 다른 사람에게 넘겨주어야 한다. 독재자는 자신이 물러나면 국가가 혼란에 빠지고 개혁이 중단되며 적대 세력이 나라를 장악한다고 주장한다. 국가와 정권, 국민과 지도자를 하나로 묶기 때문에 정권 교체를 국가의 파괴로 묘사한다.

임기 제한을 없애거나 헌법을 개정하여 장기 집권한다고 모두 똑같은 형태의 독재라고 할 수는 없다. 헌법 개정이 자유로운 토론과 공정한 국민투표를 통해 이루어질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현직 권력자가 언론과 선거제도, 사법부를 장악한 뒤 자신에게 필요한 개헌을 추진한다면 형식적인 절차만으로 정당성을 인정하기 어렵다. 중요한 것은 개헌 조문보다 개헌을 둘러싼 정치적 자유와 경쟁의 조건이다.

여섯 번째 기준은 ‘국가의 강제력이 법과 책임 아래 놓여 있는가?’이다. 모든 국가는 경찰과 군대, 정보기관과 검찰을 가진다. 민주국가 역시 범죄자를 체포하고 국가안보를 위협하는 세력을 처벌한다. 

차이는 강제력이 누구를 위해 어떻게 사용되는가에 있다. 민주정에서는 공권력이 법률과 영장, 재판 절차의 통제를 받는다. 독재정에서는 공권력이 통치자의 정적을 제거하고 시민에게 공포를 주는 수단으로 사용된다.

체포와 처벌이 있다는 사실만으로 독재라고 할 수는 없다. 범죄 행위가 있었는지, 법률에 근거했는지, 변호인의 조력을 받을 수 있었는지, 독립된 법원에서 공개재판이 이루어졌는지를 살펴야 한다. 반대로 정식 재판 절차가 있다는 이유만으로 민주적 처벌이라고 단정할 수도 없다. 법원이 권력에서 독립하지 못하고 판결이 미리 정해져 있다면 재판은 탄압을 합법으로 꾸미는 도구가 된다.

아테네인들도 이 문제를 알고 있었다. 그들은 한 사람이 법의 제한 없이 권력을 행사하는 체제를 참주정이라 불렀다. 그러나 고대의 ‘튀란노스(tyrannos)’는 처음부터 오늘날의 ‘잔혹한 독재자’만을 뜻하지는 않았다. 

초기에는 전통적인 왕위 계승 절차와 무관하게 권력을 획득한 개인 통치자를 가리키는 경우가 많았다. 어떤 참주는 민중의 지지를 얻고 귀족세력을 억제하며 경제적 발전을 이끌기도 하였다.

아테네의 페이시스트라토스가 대표적인 사례이다. 그는 기원전 6세기에 여러 차례 권력을 장악하였고, 최종적으로 아테네의 지배자가 되었다. 그는 기존 법과 행정조직을 완전히 폐지하지 않았고 경제와 종교 축제, 도시 건설을 발전시킨 인물로도 평가된다. 그렇다면 정치를 안정시키고 경제를 발전시킨 통치자를 독재자라고 부를 수 있는가?

아테네의 페이시스트라토스는 정치를 안정시키고 경제를 안정시켰지만 독재자로 분류된다. 

이 질문은 독재의 기준이 통치 성과에 있지 않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경제가 성장하고 치안이 안정되었다고 독재가 민주주의로 바뀌는 것은 아니다. 반대로 경제정책에 실패했다고 민주정부가 자동으로 독재가 되는 것도 아니다. 체제의 성격은 좋은 성과와 나쁜 성과보다 권력이 어떻게 형성되고 통제되는가에 따라 판단해야 한다.

아리스토텔레스는 ‘정치학’에서 왕정과 참주정을 구별하였다. 한 사람이 통치한다는 점은 같지만 왕정은 공동체 전체의 이익을 지향하고, 참주정은 통치자 자신의 이익을 위해 권력을 행사한다는 것이다. 귀족정과 과두정, 올바른 민주적 정치체제와 타락한 형태의 차이도 같은 기준에서 설명하였다. 통치자의 수보다 더 중요한 것은 누구의 이익을 위해 통치하는가였다.

그러나 ‘공동체의 이익’이라는 말만으로 독재 여부를 판정하기는 어렵다. 거의 모든 독재자는 자신이 국가와 국민을 위해 통치한다고 주장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현대 헌정질서는 통치자의 선의를 믿는 대신 제도를 통해 권력을 제한한다. 지도자가 아무리 자신을 애국자라고 생각하더라도 의회의 심사와 법원의 판단, 언론의 비판과 선거의 심판을 받아야 한다.

아리스토텔레스는 참주가 권력을 유지하는 방법도 분석하였다. 영향력 있는 사람을 제거하고 시민 사이의 신뢰를 약화시키며, 사람들이 서로 모이지 못하게 하고, 감시를 통해 공포를 심으며, 전쟁을 일으켜 시민이 지도자를 필요로 하게 만드는 방식이었다. 시대와 기술은 변했지만 권력이 시민의 조직과 정보, 상호 신뢰를 무너뜨려 자신을 보호한다는 원리는 오늘날에도 되풀이된다.

독재는 어느 날 갑자기 완성되는 경우만 있는 것이 아니다. 군대가 의회를 해산하고 헌법을 폐지하는 쿠데타처럼 단번에 나타날 수도 있지만, 선거로 집권한 지도자가 제도를 조금씩 약화시키며 만들어 갈 수도 있다. 

처음에는 비효율을 제거한다는 명분으로 의회를 무력화하고, 부패를 척결한다는 명분으로 검찰과 수사기관을 장악한다. 가짜뉴스를 막는다는 명분으로 언론을 통제하고, 사법개혁이라는 이름으로 법원을 종속시킬 수도 있다.

각 조치만 따로 보면 합법적이고 필요해 보일 수 있다. 문제는 여러 조치가 쌓인 뒤 권력자를 제어할 기관이 남아 있는가이다. 독재화는 헌법을 한 번에 폐기하기보다 헌법의 조문을 남겨 둔 채 그 기능을 비우는 방식으로 진행될 수 있다. 최근의 민주주의 연구도 선출된 정부가 행정부에 대한 입법·사법적 제약과 표현의 자유를 단계적으로 약화시키는 현상을 주요한 독재화 경로로 본다.

비상사태는 독재 여부를 가르는 어려운 시험대이다. 전쟁이나 내란, 대규모 재난이 발생하면 평상시와 같은 절차만으로 국가를 운영하기 어렵다. 헌법은 이런 경우를 대비해 계엄과 긴급명령, 기본권 제한 제도를 둔다. 따라서 비상권력을 행사했다는 사실만으로 독재라고 단정해서는 안 된다.

중요한 것은 다섯 가지이다. 실제로 국가 존립을 위협하는 비상상황이 존재했는가? 조치가 법에 근거했는가? 위험에 비례하는 범위에서 시행되었는가? 기간이 제한되었는가? 의회와 법원의 통제를 받았는가? 

국제인권규약도 공공의 비상사태에서 일부 권리를 제한할 수 있도록 하면서, 상황이 요구하는 범위를 넘지 않아야 하고 다른 국제법상 의무와 충돌해서는 안 된다고 규정한다. 고문과 노예화 등 일부 권리는 비상시에도 침해할 수 없다.

독재자는 비상사태를 끝내려 하지 않는다. 위기가 사라지면 특별 권력의 근거도 사라지기 때문이다. 그래서 위험을 계속 과장하거나 새로운 적을 만들어 낸다. 전쟁, 테러, 반국가세력, 경제위기와 가짜뉴스가 끊임없이 소환된다. 비상 권력이 정상적인 통치 방식으로 굳어지고 권력자가 비상사태의 종료 여부까지 독점한다면 민주적 예외는 독재의 일상으로 변한다.

독재를 판단할 때 인권침해의 규모도 중요하지만 그것만을 유일한 기준으로 삼아서는 안 된다. 민주국가에서도 경찰의 과잉진압이나 불법 사찰, 부당한 기소가 발생할 수 있다. 

이런 사건은 엄중히 책임을 물어야 하지만, 하나의 위법 행위가 곧 체제 전체를 독재로 바꾸는 것은 아니다. 독립된 언론이 이를 보도하고 법원이 정부의 책임을 인정하며 선거를 통해 정권을 심판할 수 있다면 민주적 자기 교정이 작동하고 있는 것이다.

반대로 대규모 유혈 탄압이 없다는 이유로 독재가 아니라고 말할 수도 없다. 현대의 독재는 시민 모두를 감옥에 가두지 않고도 유지될 수 있다. 몇 사람만 선택적으로 처벌하고, 나머지 시민에게 그 사례를 보여주어 침묵하게 만들 수 있다. 직접 명령보다 경제적 불이익과 행정적 압박을 사용하고, 노골적 검열보다 자기검열을 유도한다. 폭력의 양보다 권력에 대한 두려움이 정치적 선택을 막는지가 중요하다.

독재의 반대말은 통치력이 약한 정부가 아니다. 민주주의는 무기력한 정부를 뜻하지 않는다. 법을 집행하고 국경을 지키며 범죄를 처벌하고 장기적인 국가사업을 추진할 수 있어야 한다. 다만 그 힘이 헌법과 법률 안에서 행사되고, 잘못되었을 때 책임을 물을 수 있어야 한다. 제한받는 강한 정부는 민주정부가 될 수 있지만, 제한받지 않는 약한 정부도 독재정부일 수 있다.

독재와 장기 집권도 같은 뜻은 아니다. 한 정당이나 지도자가 여러 차례 선거에서 승리할 수 있다. 반대 세력에게 공정한 경쟁 기회가 주어지고 언론과 법원, 선거관리기관이 독립되어 있다면 장기 집권만으로 독재라 단정할 수 없다. 반대로 집권 기간이 짧더라도 의회를 해산하고 법원을 장악하며 반대세력을 제거한다면 독재적 통치가 시작된 것이다.

독재와 인기 역시 무관하지 않지만 같은 개념은 아니다. 독재자가 국민에게 인기가 없을 것이라고 생각하기 쉽지만 역사상 많은 독재자는 상당한 대중적 지지를 얻었다. 경제성장과 국가적 자존심, 사회질서와 적에 대한 공포가 지지를 만들어 내기도 한다. 그러나 지지가 많다는 사실이 권력 제한을 불필요하게 만들지는 않는다. 국민의 다수가 원하는 지도자도 법 아래 있어야 한다.

그렇다면 독재를 판단하는 기준을 정리할 수 있다. 권력자가 법의 제한을 받는가? 의회와 법원이 권력자를 실질적으로 견제할 수 있는가? 선거를 통해 정권이 교체될 수 있는가? 야당과 언론, 시민이 처벌의 두려움 없이 반대할 수 있는가? 국가의 강제력이 법과 재판의 통제를 받는가? 비상권력에 기간과 한계가 있는가? 통치자가 패배하거나 임기가 끝났을 때 물러나는가?

이 질문 가운데 하나에 문제가 있다고 곧바로 독재라고 단정할 수는 없다. 민주주의 제도는 어느 나라에서나 불완전하며 일시적으로 후퇴할 수도 있다. 그러나 여러 기준이 동시에 무너지고, 그 변화가 권력자의 장기 집권과 책임 회피를 향해 일관되게 움직인다면 독재화가 진행되고 있다고 판단할 수 있다.

독재라는 말은 정치적 욕설이 아니라 체제를 판정하는 개념이어야 한다. 마음에 들지 않는 정책, 강경한 법 집행, 권위적인 말투를 모두 독재라고 부르면 실제 독재를 구별할 수 없게 된다. 반대로 선거가 있고 헌법이 남아 있다는 이유만으로 독재를 부정해서도 안 된다. 선출된 권력도 견제기관을 무너뜨리고 법 위에 서면 독재권력이 될 수 있다.

민주주의에서 가장 중요한 질문은 지도자가 강한가 약한가가 아니다. 그 힘을 누가 제한할 수 있는가? 잘못된 결정을 누가 취소할 수 있는가? 시민이 두려움 없이 그 지도자를 비판하고 교체할 수 있는가? 독재는 권력이 강한 상태가 아니라 권력이 책임에서 벗어난 상태이다.

그렇다면 민주주의 지도자는 어떤 기준으로 평가해야 하는가? 선거에 이겼다는 사실만으로 훌륭한 지도자가 되는가? 권력을 제한받으면서도 국가의 위기를 극복하고 공동체를 발전시킨 지도자는 어떻게 평가해야 하는가?


◆ 松山(송산) 정광제 

시인이자 역사·철학 연구자. 전 이승만학당 이사. 현 한국근현대사연구회 연구고문이자 철학 포럼 리케이온 대표로 활동하고 있다. 시집 네 권을 출간했고, ‘후크고지의 영웅들’을 공동 번역했으며 인문서 ‘신화가 된 조선’ ‘다다미 위의 인문학’ ‘자유주의자의 그람시 읽기’를 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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