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왜곡죄 시행 넉 달여 만에 검사 727명, 법관 529명, 경찰 3535명이 피고발 대상으로 집계됐다. 각 직종 현원과 단순 비교하면 검사 36.1%, 법관 16.3%, 경찰 2.7% 규모다. 사진은 왼쪽부터 대검찰청, 대법원, 경찰청. [사진=연합뉴스/한미일보 그래픽]
법왜곡죄 시행 넉 달여 만에 검사 피고발 인원이 검사 전체 현원의 36%에 해당하는 규모까지 올라간 것으로 나타났다.
경찰청이 지난 7월24일 공개한 법왜곡죄 접수 현황을 보면 검사 727명, 법관 529명, 경찰 3535명, 검찰수사관·특별사법경찰 167명이 법왜곡죄 관련 피고발 대상으로 집계됐다. 전체 접수 사건은 812건, 관련 인원은 1만2892명이다.
단순한 절대 인원만 보면 경찰이 가장 많다. 그러나 이를 각 직종 전체 현원과 비교하면 순서는 달라진다.
검사 36.1%·법관 16.3%·경찰 2.7% 규모
법무부와 대검찰청 자료를 인용한 보도에 따르면 지난 3월 기준 검사 현원은 2016명이다. 법왜곡죄 관련 검사 727명을 이 숫자와 단순 비교하면 36.1%에 해당한다. 검사 현원 100명을 기준으로 약 36명 규모의 피고발 인원이 발생한 셈이다.
법관은 대법원 공식 통계상 2025년 1월 1일 기준 3248명이다. 피고발 법관 529명은 전체 현원의 16.3% 규모다. 대법원 법원행정처 역시 이달 직무소송 지원변호사 10명을 위촉하면서 경찰청 발표 기준 법왜곡죄로 고발된 법관이 529명이라고 밝혔다.
경찰은 올해 상반기 기준 전국 경찰관 13만1309명이다. 피고발 경찰 3535명을 비교하면 2.7% 규모다. 절대 인원은 판사나 검사보다 월등히 많지만 조직 전체 규모를 감안하면 상대적 비중은 가장 낮다. 올해 상반기 수사경찰은 3만8250명으로 집계됐지만, 피고발 경찰 3535명의 세부 담당 직무가 공개되지 않아 이를 수사경찰 현원과 직접 비교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

이 비교에서 주의할 점은 있다. 각 직종 현원의 기준시점이 완전히 동일하지 않고, 경찰청의 사건별 집계에 동일인이 여러 사건에서 중복됐을 가능성도 공개자료만으로는 배제할 수 없다.
따라서 “전체 검사의 36.1%가 실제로 고발됐다”는 의미는 아니다. 정확하게는 경찰청이 집계한 검사 피고발 인원 규모가 같은 시기 검사 현원의 약 36.1%에 해당한다는 뜻이다.
그럼에도 법 시행 불과 넉 달여 만에 피고발 인원 규모가 검사 현원의 3분의 1을 넘어섰고 법관도 현원의 16% 규모에 이르렀다는 점은 법왜곡죄가 형사사법 현장에서 어느 정도의 고발을 불러왔는지 보여주는 지표다.
1만2892명 중 61.5%는 법 적용 대상도 아니었다
전체 통계로 범위를 넓히면 또 다른 숫자가 눈에 띈다.
7월 24일까지 법왜곡죄로 접수된 관련 인원은 모두 1만2892명이다. 이 가운데 경찰 3535명, 검사 727명, 법관 529명, 검찰수사관·특별사법경찰 167명을 합하면 4958명이다.
나머지 7934명은 전체의 61.5%다.
경찰청은 이들이 ‘법왜곡죄 적용 대상에 해당하지 않는 사람들’이라고 밝혔다. 법이 특정 형사사법 직무 수행자를 대상으로 하고 있음에도 실제 신고·고발 단계에서는 관련 인원 10명 중 6명 이상이 애초 적용 대상 밖에 있었던 셈이다.
형법 제123조의2는 적용 대상을 형사사건 재판에 관여하는 법관, 공소를 제기하거나 유지하는 검사, 범죄수사에 관한 직무를 수행하는 자로 한정하고 있다.
처벌 대상도 단순히 수사나 판결 결과가 잘못됐다는 경우가 아니다. 타인에게 위법·부당한 이익을 주거나 권익을 해할 목적으로 적용 요건이 충족되지 않은 법을 알면서 적용하거나, 적용해야 할 법을 알면서 적용하지 않는 등 의도적으로 재판이나 수사 결과에 영향을 미친 경우가 대상이다. 법령 해석의 합리적 범위에서 이뤄진 재량적 판단은 제외한다고 법률에 명시돼 있다.
그런데 시행 초기부터 적용 대상 밖 인물에 대한 고발이 7934명에 달했다는 것은 법률이 실제 현장에서 어떤 방식으로 인식되고 사용되고 있는지를 점검할 필요성을 보여준다.
72.3% 불송치 등 종결…아직 송치 사건 없어
처리 결과 역시 고발 숫자와는 상당한 차이를 보인다.
경찰청 집계 당시 전체 812건 가운데 483건, 9326명은 불송치 등으로 종결됐다. 인원 기준으로 계산하면 전체의 72.3%다.
28건 60명은 다른 기관으로 이송됐으며 301건 3506명은 당시 수사 중이었다. 경찰청 발표 시점까지 송치된 사건은 없었다.
법왜곡죄 ‘1호 사건’으로 불렸던 조희대 대법원장 고발 사건 역시 각하됐다. 문제가 된 판결이 법 시행 이전에 이뤄져 형벌불소급 원칙상 처벌할 수 없다는 이유였다.
따라서 1만2892명이라는 피고발 규모 자체를 곧바로 실제 법왜곡 범죄 규모로 해석할 수는 없다.
오히려 지금까지의 통계가 던지는 질문은 정반대다.
‘고의적 법왜곡 처벌’인가 ‘판단 불복의 형사고발’인가
법왜곡죄의 입법 취지는 고의적으로 법을 왜곡하거나 증거를 조작하는 등 형사사법권을 악용한 행위를 처벌하자는 것이다. 정상적인 법령 해석이나 재량 판단까지 처벌해서는 안 된다는 예외규정도 법문에 들어가 있다.
그러나 시행 넉 달여 만의 실제 통계는 ‘검사 727명, 법관 529명, 경찰 3535명’이라는 대규모 고발 양상을 보여준다.
특히 검사 피고발 인원은 전체 검사 현원의 약 36% 규모, 법관은 약 16% 규모다.
법원행정처는 최근 법관과 법원공무원에 대한 고소·고발과 부당한 외부 부담이 증가하고 있다며 직무소송 지원변호사단까지 구성했다. 법관이 외부적 부담 때문에 위축될 경우 독립적 재판 기능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것이 법원행정처의 설명이다.
반대로 법왜곡죄가 필요하다고 보는 쪽에서는 기존 직권남용죄 등만으로는 고의적 법왜곡 행위를 제대로 처벌하기 어렵기 때문에 별도의 처벌 규정이 필요하다고 주장할 수 있다.
결국 법 시행 초기 통계만으로 법왜곡죄 자체의 성패를 단정할 단계는 아니다.
다만 ‘관련 인원의 61.5%가 애초 적용 대상 밖이었고, 72.3%가 불송치 등으로 종결됐으며, 판·검·경을 상대로 한 고발이 직종 현원 대비 상당한 규모까지 늘어난 사실’은 향후 제도의 실제 작동 방식을 면밀히 검증해야 할 이유가 된다.
특히 경찰청과 사법당국은 동일인의 중복 고발 여부, 반복 고발인의 비중, 직종별 고발 사유, 혐의 인정률과 실제 송치·기소 현황을 보다 세분화해 공개할 필요가 있다.
그래야 법왜곡죄가 본래 취지대로 고의적인 법 왜곡을 통제하는 형사책임 장치로 정착하고 있는지, 아니면 수사·기소·재판 결과에 불복한 당사자가 담당 경찰·검사·법관을 다시 형사절차에 세우는 새로운 고발 통로로 변질되고 있는지 객관적으로 판단할 수 있다.
법왜곡죄 시행 넉 달여 만의 첫 통계는 이제 그 검증이 필요하다는 신호를 보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