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내가 아는 진화론
큰 조카가 작은 조카에게 천국이나 지옥 같은 건 없다고
사람은 죽으면 그냥 다 끝이라고 말한다
사람이 죽으면 별이 된다고 말하니까
피식 웃는다
그럼 별이 죽으면 어떻게 되냐고 묻는다
별이 죽으면 나뭇잎이 되지
나뭇잎은 푸르게 빛을 누리고
노랗게 또는 빨갛게 반짝이다가
지상으로 떨어지고 그렇게 지상에 떨어지면
떨어지면?
그게 끝이야?
벌레들의 뱃속으로 들어가
벌레의 뱃속 벌레가 되지
벌레는 다시 나비가 되거나 새가 되고
나비나 새는 꽃이 되거나 구름이 되지
꽃과 구름은 다시 비가 되거나 바람이 되고
비나 바람은 다시 바다로 가서 물고기가 된단다
그러니까? 결론이 뭐야?
그럼, 아빠도 별이 되었다는 거야?
그렇지 네가 살아있는 동안에는
널 보기 위해 온몸이 눈으로만 되어있는 그런 별이 되어
지금도 널 보고 있을걸
믿지 못하겠다며 웃는 조카의 눈 속에서
붕붕 떠다니는 별을 본다
◆ 황용순 시인
태어나자마자 오래 살지 못할 거라는 판정을 받았다. 출생신고도 5세에 했다. 중학교 시절엔 서울대병원에서 3년 안에 죽게 될 거라는 시한부 판정을 받았다. 고등학교에 입학하자마자 자퇴를 하고 세상을 떠돌다가 시인이 되었고 사업가가 되었다. 지금은 중견 기업의 임원으로 봉직하면서 시 쓰기를 하고 있다. 시집으로 ‘소멸을 위한 전주곡’(1993) ‘어글리플라워’(2022)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