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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명신 국제이슈] 미군 감축 관련 독일의 선택이 이끈 ‘태평성대의 끝’
  • 임명신 前 스카이데일리 국제 부국장
  • 등록 2026-05-04 20:28: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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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리드리히 메르츠(왼쪽) 독일 총리와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 [로이터=연합뉴스]

설마, 하던 주독미군 감축이 빠르게 현실화하기 시작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은 ‘주독미군(3만6000명 중) 약 5000명의 6~12개월 내 철수 방안 검토’ 지시를 2일 재확인했다. 

 

이튿날엔 15%였던 유럽연합(EU) 승용차·트럭 관세 10%p 인상 계획이 발표됐다. 독일에 치명타가 될 또 하나의 조치다. 이란 사태를 둘러싸고 비협조적 비우호적 태도로 일관해 온 유럽 동맹국들에 대해 구체적 응징을 개시한 모양새다.

 

발등에 불 떨어진 독일은 상황을 진정시키고자 분주하다. 먼저 프리드리히 메르츠 총리가 ‘가장 중요한 동맹 미국’과의 협력 의지를 강조했다. 요한 바데풀 외무장관은 아바스 아락치 이란 외무장관과 통화 후 엑스(X·옛 트위터) 글에서 “미국의 긴밀한 우방인 우리 독일은 마코 루비오 미 국무장관이 요구했듯 이란의 완전하고 검증 가능한 방식의 핵무기 포기와 호르무즈해협 즉각 개방이라는 동일한 목표를 공유한다”고 썼다. 대미 우호를 부각하고자 애쓴 의도가 역력하다.

 

트럼프 측근이자 책사인 리처드 그리넬 전 주독대사는 일찍부터 주독미군 1만2000명 감축 필요성을 언급한 바 있다. 그리넬의 현 직함이 대북특임대사인 점, 한국 정부가 트럼프 미국과 계속 엇나간 선택을 해 온 사실 등을 감안할 때 주한미군 변동 여지도 한층 커진 셈이다.

 

독일의 착각

 

지난달 27일 독일 서부의 중·고등학교(김나지움)에서 메르츠가 학생들과 토론 중 ‘미국은 이란과의 종전 협상에 분명한 전략 없이 임했다’며 ‘미국 전체의 굴욕’을 언급했다. 팩트를 무시한, 쓴소리를 위한 쓴소리에 가깝다.

 

이에 트럼프는 “이민과 에너지 문제 등으로 망가진 자기 나라 수습에 더 집중하라” “독일 총리는 러시아-우크라이나 종전에 완전히 무능했다”고 받아쳤다. 미군 철수로 생길 공백을 메울 준비가 돼 있지 않다는 것을 메르츠도 인정했다고 현지 매체 dpa가 전했다. 

 

전임 조 바이든 대통령이 2024년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정상회의 때 모스크바까지 도달 가능한 토마호크 등의 2026년 내 독일 배치를 약속했다. 냉전 이후 최초의 일이었다. 이 결정에 대해 2기 트럼프의 공개적인 지지도 반대도 없었으나, 이번 주독미군 감축의 일환으로 철회될 가능성을 미 월스트리트저널(WSJ) 등이 보도했다.

 

소련 해체 이전 독일은 한국과 더불어 냉전의 최전선으로서 특별한 위상을 누렸다. 1980년대 약 25만 명에 육박하던 주독미군 수가 베를린장벽 붕괴 이후 급감했지만, 지금도 유럽 최대 미군 기지임엔 변함없다. 미국이 유럽을 어떻게 바라보는지를, 미국 주도 세계 질서 속 유럽의 위치를 상징해 온 주독미군이었다. 이 구조가 흔들리게 된 것이다.

 

두 번의 세계대전에 본의 아니게 말려들어 이를 승리로 이끈 미국은 전후 안보와 경제 지원으로 유럽을 되살렸지만, 이것이 권리로 여겨진 지 오래다. 공산당 발상지답게 유럽 주요국들은 반기업·친환경 기조와 다양성의 이름으로 비기독교적 가치를 강화하며, 무슬림 이민자들 물결에 안이했다. 기독교문명 수호자를 자처하는 트럼프에 적대적인 것도 우연이 아니다. 

 

미국을 도우러 갈 형편이 아니라고 국내 사정의 어려움을 읍소하는 편이 차라리 나았을지 모른다. 그런데 이들 모두 미국이 부당한 전쟁을 수행 중인 양 비판하며 거리를 뒀다. 

 

트럼프는 정치입문 시절부터 미 납세자들 돈으로 지탱되는 유럽의 안보 구도를 뜯어고치고 싶어 했다. 트럼프에게 나토 회원국들은 동맹이 아니라 ‘무임승차자’였다. 여기에 메르츠의 최근 발언이 불을 붙인 것이다. 

 

‘외부의 적보다 내부가 문제’

 

이 충돌은 하루아침에 생긴 게 아니며, 작년 2월 드디어 유서 깊은 뮌헨안보회의(MSC)에서 대서양관계(미국-유럽)의 선명한 균열을 드러냈다. JD 밴스 부통령이 유럽의 최대 위협은 러시아나 중국이 아니라 ‘내부 붕괴’라고 직격탄을 날렸다. 유럽의 총체적 위기를 기독교 문명 가치의 포기에 기인한 것으로 본 밴스는 표현의 자유 억압, 선거 공정성 논란, 이민정책 문제 등을 들어, 서유럽이 자유민주주의 세계가 아니게 됐음을 에둘러 꼬집었다. 

 

금년 2월 MSC에서 루비오 미 국무장관은 밴스의 핵심 메시지를 반복하며 ‘미국 기준에 맞출 것’을 요청했다. 현 상태가 지속된다면 유럽을 ‘가치 공동체’로 보지 않겠다, 즉 유럽을 ‘거래 대상’으로 선언한 것이나 다름없다.

 

유럽은 구조적인 위기에 빠진 지 오래다. 복지 확대, 이민 확대, 표현 통제 등 정치적올바름주의(PC) 실현이 고상한 유토피아로의 접근으로 보였지만, 미 안보 우산과 저렴한 러시아산 에너지라는 토대가 흔들리면서 모든 게 급격히 불안정해졌다. 더구나 각종 규제로 첨단 과학·기술 기업이 거의 사라진 유럽은 더 이상 풍요롭지도 안전하지도 않다.

 

‘자주·자율성’의 환상… 한국에 주는 메시지

 

“미국 혼자선 세계를 감당 못한다.” 메르츠의 발언 자체는 옳지만 미국 없이 할 수 있는 게 없음도 알아야 한다. 군사력 쇠퇴, 핵억지력 부재, 정치적 결단력 또한 제한적이다. 징병제 부활론마저 거센 여론 반발에 부딪힌 독일이 ‘유럽 자율성’을 주장하니 다분히 비현실적으로 들린다. 

 

주독미군 감축은 유럽 방위체계 재편의 신호탄이다. 현재 유럽 미군 약 6만8000명 중 절반 이상이 독일에 있다. 독일은 단순히 우방국의 하나가 아니라 미국의 유럽 전략 ‘허브’였다. 이게 약화되면 나토 전체 힘이 빠진다. 

 

독일은 현실과 동떨어진 이상주의, 정치적 오만 끝에 ‘미군 재배치’를 맞게 됐다. 독일의 사례에서 ‘동맹의 붕괴 과정’을 볼 수 있다. 동맹이란 말만으로 유지되지 않으며, 그 근본 가치와 의미의 공감대가 중요하다. 이를 오래 잊고 산 독일이 그 대가를 치르고 있다. 한국 역시 기로에 섰다. 





◆ 임명신 박사


前 스카이데일리 국제 부국장 

동북아 연구자(중문학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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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guest2026-05-05 04:32:27

    안보 공백은 경제 폭망으로 이르는 시발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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