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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기고:松山] 개헌안 반대 못 하는 국민의힘
  • 松山] 작가
  • 등록 2026-05-07 19:48: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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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일 국민의힘 의원들이 당론에 따라 본회의장 표결에 참여하지 않으면서 개헌안이 투표 불성립으로 정리됐다. [사진=연합뉴스]

국민의힘은 이번 개헌안에 대해 “내용에는 반대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다만 지금은 시기가 아니라는 것이다. 지방선거 이후 여야 논의를 거쳐 다시 표결하자는 입장이다. 

 

겉으로 보면 신중론처럼 보인다. 그러나 정치에서 가장 위험한 말 가운데 하나가 바로 “지금은 아니다”라는 표현이다. 그것은 종종 반대의 언어가 아니라, 부담을 늦추기 위한 유예의 언어로 사용되기 때문이다.

 

“지금은 아니다”라는 말의 함정

 

그래서 오늘의 부결을 마냥 기뻐할 수 없다. 표결은 막았지만 방향 자체를 막은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국민의힘은 개헌안의 핵심 내용이 왜 문제인지 거의 설명하지 않았다. 절차와 시기만 이야기했다. 

 

그러나 헌법 문제에서 시기보다 중요한 것은 내용이다. 정말 국가적 위험이 있다고 판단했다면, 지방선거 이후로 미룰 일이 아니라 지금 당장 국민 앞에서 분명하게 반대했어야 했다.

 

헌법은 일반 법률과 다르다. 법은 시대에 따라 바뀔 수 있지만, 헌법은 국가의 정신과 방향을 규정하는 문서다. 어떤 문장이 헌법에 들어간다는 것은 단순한 선언이 아니다. 그것은 이후 교육과 판결, 정책과 정치 언어 속에서 끊임없이 확대 해석된다. 

 

처음에는 상징처럼 보였던 문장이 시간이 지나면 사회 전체를 움직이는 기준으로 바뀌기도 한다. 그래서 헌법 문구는 언제나 최소한의 국민 합의 위에서만 다뤄져야 한다.

 

특히 현대 정치에서 첨예하게 충돌하는 역사 문제나 이념 문제를 헌법 속으로 들이는 일은 매우 조심해야 한다. 누군가에게는 정의의 역사일 수 있지만, 다른 누군가에게는 여전히 논쟁과 해석의 대상일 수도 있기 때문이다. 

 

민주주의는 단순히 다수의 감정만으로 움직이지 않는다. 공동체 전체가 장기적으로 감당할 수 있는 최소 합의가 있어야 한다. 헌법은 승리한 진영의 선언문이 아니라, 서로 다른 생각을 가진 국민들이 함께 살아가기 위한 마지막 기준이어야 한다.

 

그런데 지금 보수 정치권에서는 이런 본질적 논쟁이 거의 사라지고 있다. 무엇을 왜 반대하는지보다, 언제 처리할 것인지가 더 중요한 문제처럼 취급된다. 이것은 매우 위험한 현상이다. 정치에서 시기 조절은 전략이 될 수 있다. 그러나 철학 없는 전략은 오래가지 못한다. 결국 흐름에 밀리게 된다.

 

보수정당은 무엇을 지키려 하는가

 

더 큰 문제는 지지층의 혼란이다. 국민의힘이 정말 개헌안 내용에 문제가 없다고 생각하는 것인지, 아니면 선거 부담 때문에 말을 아끼는 것인지 국민은 알 수가 없다. “내용은 괜찮지만 지금은 아니다”라는 태도는 결국 “언젠가는 가능하다”는 뜻으로 받아들여질 수밖에 없다. 실제 정치에서는 이런 모호함이 시간이 지나며 사실상의 동의로 굳어지는 경우가 많다.

 

보수 정당이라면 최소한 국가의 정체성과 헌법 문제에서는 분명한 기준을 보여야 한다. 헌법에 무엇을 넣을 수 있고 무엇은 넣어서는 안 되는지, 왜 위험한지, 왜 국민적 합의가 더 필요한지 먼저 설명해야 한다. 그것이 없다면 보수는 방향을 제시하는 세력이 아니라 흐름을 따라가는 세력으로 전락한다.

 

오늘 부결된 것은 표결 하나일 뿐이다. 그러나 더 중요한 질문은 아직 남아 있다. 국민의힘은 정말 이 개헌안에 반대하는 것인가? 아니면 단지 지금 처리하는 것이 부담스러웠던 것인가? 그 질문에 분명하게 답하지 못한다면, 오늘의 부결은 승리가 아니라 잠시 미뤄진 통과에 지나지 않을 수도 있다.

 




◆ 松山(송산) 

 

시인이자 역사·철학 연구자. 전 이승만학당 이사. 현 한국근현대사연구회 연구고문이자 철학 포럼 리케이온 대표로 활동하고 있다. 시집 네 권을 출간했고, ‘후크고지의 영웅들’을 공동 번역했으며 ‘신화가 된 조선’과 ‘다다미 위의 인문학’을 펴냈다. 현재 자유주의 문화운동의 연구와 실천을 활발하게 이어가고 있다. 松山은 필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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