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그세스 장관은 5월30일(현지시간) 싱가포르에서 열린 아시아안보회의(샹그릴라 대화)에서 연설을 하고 있다.
피트 헤그세스(Pete Hegseth) 미국 국방장관의 30일 2026 샹그릴라 대화 발언을 둘러싸고 국내 일부 언론이 전시작전통제권 전환 문제를 과도하게 부각하고 있다.
이재명 대통령의 전작권 전환 구상에 미국이 힘을 실어준 것처럼 해석하는 보도가 이어졌지만, 발언의 실제 무게중심은 전작권이 아니었다.
헤그세스 장관이 강조한 것은 중국 견제 구도 속에서 동맹국이 더 많은 국방비와 군사적 책임을 부담해야 한다는 미국의 새 동맹 계산이었다.
이를 보여주는 것은 외신과 국내 언론의 보도 초점 차이다.
외신들은 헤그세스 장관의 발언을 대체로 중국 견제와 아시아 동맹국의 국방비 증액 요구로 읽었다. 미국이 인도·태평양에서 중국과의 힘의 균형을 유지하려면 한국·일본 등 동맹국들이 더 많은 비용과 군사 역량을 부담해야 한다는 메시지에 방점을 찍었다.
중국 국방장관의 샹그릴라 대화 불참, 미국의 대중 발언 수위 조절, 동맹국의 방위비 증액 요구가 함께 다뤄진 것도 이 때문이다.
반면 국내 일부 보도는 전작권 전환 발언을 앞세웠다.
헤그세스 장관이 한국의 전작권 전환 의지를 “고무적”이라고 평가했다는 대목이 제목과 리드의 중심에 놓였다. 물론 해당 발언 자체는 사실이다.
그러나 그 발언은 연설 본문의 핵심 메시지가 아니라 질의응답 과정에서 나온 하위 쟁점이었다.
더구나 헤그세스 장관은 긍정 평가와 동시에 미군의 작전계획과 미군 장병들이 수십 년 동안 맡아온 책임이 존중되는 “균형”을 찾아야 한다고 했다.
이 대목을 빼거나 낮추면 미국이 조기 전작권 전환에 사실상 힘을 실어준 것처럼 읽힐 수 있다.
헤그세스 장관은 30일(현지시간) 싱가포르에서 열린 샹그릴라 대화 연설에서 중국의 군사력 증강을 강하게 거론했다.
그는 중국의 역사적 군사력 증강과 역내 군사활동 확대를 경계해야 한다고 했고, 어떤 국가도 인도·태평양에서 패권을 행사해 미국과 동맹의 안보·번영을 흔들 수 없다고 말했다.
연설의 큰 틀은 전작권이 아니라 중국 견제와 동맹 부담 공유였다.
한국이 등장한 대목도 이 흐름 안에 있었다.
헤그세스 장관은 “부담 공유가 무엇인지 보려면 대한민국을 보라”고 했다. 이어 한국은 최전선에 있기 때문에 전쟁을 학문적 연습처럼 여길 여유가 없고, 그래서 실질 전투력을 구축해 왔다고 말했다.
또 이재명 대통령이 국방비를 국내총생산(GDP)의 3.5% 수준으로 늘리고 재래식 방어에서 더 큰 책임을 지기로 한 결정을 위협 환경에 대한 명확한 인식으로 평가했다.
이 발언은 한국에 대한 순수한 찬사라기보다 압박에 가까웠다.
헤그세스 장관은 같은 연설에서 미국이 더 이상 부유한 국가들의 방위를 보조하지 않겠다는 취지로 말했다. 또 미국에는 보호령이 아니라 파트너가 필요하다는 메시지도 내놨다.
한국을 모범 사례로 든 것은 한국을 치켜세우기 위한 수사만이 아니라, 다른 동맹국들에도 한국처럼 국방비와 군사적 역할을 더 부담하라는 공개 비교였다.
전작권 관련 발언은 이 구조 속에서 다시 읽어야 한다.
헤그세스 장관은 한국이 더 빠르게 더 많은 통제권을 행사하려는 것은 신선하고 장려할 만한 흐름이라는 취지로 말했다.
그러나 동시에 미군의 작전계획과 미군 장병들이 수십 년 동안 맡아온 책임이 존중되는 균형을 찾아야 한다고 했다.
이는 조기 전작권 전환에 대한 백지수표가 아니라, 조건과 균형을 전제로 한 기존 미국 입장의 반복이다.
미국의 전작권 전환 입장은 오래전부터 “조건이 충족되면 전환한다”는 조건 기반 전환론이었다. 이번 발언도 그 틀을 벗어나지 않았다.
달라진 것은 전작권 자체가 아니라, 중국 견제와 국방비 증액, 동맹 방위책임 확대라는 더 큰 전략 환경이다.
미국은 한국의 국방비 증액과 재래식 방어 책임 확대를 북한 대응 차원에만 두지 않고, 인도·태평양 억제망 안에서 평가하고 있다.
그런 점에서 국내 일부 보도는 발언의 앞뒤 맥락을 좁게 읽었다.
외신들이 본 것은 미국의 대중 전략과 동맹 비용 재조정이었다. 국내 일부 보도가 앞세운 것은 전작권 전환이라는 익숙한 국내 정치 프레임이었다.
같은 발언을 두고 외신은 “중국 견제 속 동맹국의 방위비 증액 요구”로 읽었고, 국내 일부 언론은 “이재명 정부의 전작권 전환 의지에 대한 미국의 긍정 신호”로 읽은 셈이다.
전작권 전환은 민감한 국내 정치 의제이지만, 샹그릴라 대화에서 헤그세스 장관이 던진 메시지의 중심은 아니었다.
중심은 “한국이 전작권을 가져가도 좋다”가 아니라 “한국처럼 더 내고, 더 맡고, 실질 전투력을 갖추라”는 메시지였다.
미국이 한국을 언급한 이유는 전작권 전환을 축복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중국 견제 구도 속에서 부담 공유의 사례로 제시하기 위해서였다.
이번 발언을 전작권 지지 신호로 읽는 것은 올드미디어식 오독이다.
미국은 이재명 정부의 전작권 전환 구상에 정치적 보증수표를 준 것이 아니다.
전작권 문제에서는 기존의 조건 기반 전환론을 반복했고, 실제 무게중심은 중국 견제 구도 속에서 한국의 국방비 증액과 방위책임 확대를 요구한 데 있었다.
한국 언론이 봐야 할 것은 전작권이라는 익숙한 국내 프레임이 아니라, 미국이 한국에 요구하기 시작한 새로운 동맹 비용의 구조다.
헤그세스 장관의 “한국을 보라”는 말은 한국을 향한 박수만이 아니었다.
그것은 미국이 인도·태평양 전략 안에서 한국을 더 큰 비용과 더 큰 책임을 져야 할 전투 파트너로 다시 배치하고 있음을 보여준 발언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