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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간] “우리가 아는 ‘전통’이 근대의 편집이라면?”… 최범 ‘전통의 편집’
  • 임요희 기자
  • 등록 2026-06-12 14:14: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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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현대적 관점에서 본 전통문화의 비판과 재해석 검색
  • 결핍과 희망이 만들어낸 유령, ‘전통’을 파헤친다
  • 무비판적 숭배에서 주체적인 ‘편집’의 공간으로

 

한국인의 무의식을 지배하는 거대한 이데올로기 ‘전통’에 대한 문명사적 해부학 보고서 ‘전통의 편집’(타임라인)이 출간됐다.

 

오늘날 우리가 당연하게 받아들이는 한국의 ‘전통문화’는 과연 과거로부터 고스란히 물려받은 유산일까? 아니면 특정한 목적에 의해 사후적으로 재구성된 발명품일까? 

 

저자인 최범 문화평론가는 책을 통해 우리 사회가 맹목적으로 신성시해 온 ‘전통’의 실체를 해체하고 그 이면에 숨겨진 근대적 메커니즘을 날카롭게 파헤친다. 

 

“한국인에게 전통이란 무엇이며, 우리는 왜 이토록 전통에 집착하는가.” 저자는 서론에서 영국의 역사학자 에릭 홉스봄의 ‘기획된 전통(invented traditions)’ 개념을 빌려와, 우리가 흔히 유구한 역사의 산물이라 믿는 전통의 상당수가 사실은 ‘근대’라는 시공간 속에서 발명되고 편집된 정치적·문화적 산물임을 폭로한다.

 

저자가 진단하는 한국인의 전통 담론은 일종의 ‘결핍’과 ‘희망’의 산물이다. 식민지와 분단, 그리고 급격한 현대화를 거치며 축적된 문화적 상실감과 열등감이, 역설적으로 ‘순수하고 위대한 전통’이라는 환상을 붙잡게 했다고 지적한다. 

 

즉, 우리가 말하는 전통은 과거에 실재했던 사실 그 자체라기보다는, 현대인들이 현재의 결핍을 메우기 위해 끊임없이 ‘희망하는 것’을 투사하여 만들어낸 ‘이상화된 유령’에 가깝다.

 

이 책의 가장 도발적인 지점은 한국의 전통론이 지닌 ‘민족주의적 허구성과 이데올로기성’을 정면으로 비판한다는 데 있다. 

 

저자는 서론을 통해 미셸 드 세르토의 일상생활 실천 이론 등을 접목하며, 국가나 권력이 지배 담론으로서 전통을 어떻게 ‘편집’하고 대중에게 주입해 왔는지를 정밀하게 추적한다. 관제 축제, 표준화된 전통예술 그리고 일상에 깊숙이 침투한 국가주의적 에토스가 어떻게 우리를 무비판적인 전통 숭배자로 만들었는지 그 과정을 낱낱이 보여준다.

 

하지만 저자의 목표는 단순히 전통의 가치를 폄하하거나 파괴하는 데 있지 않다. 저자의 진짜 의도는 “전통이 현재의 산물임을 명확히 ‘앎으로써’, 비로소 전통을 더 잘 이해하고 주체적으로 다룰 수 있다”는 해방의 메시지에 있다.

 

전통이 박제된 유물이 아니라 근대의 편집물임을 깨닫는 순간, 우리는 전통의 노예가 아닌 ‘편집자’의 지위를 획득하게 된다. 저자는 이제 한국 사회가 무비판적인 신성시와 민족주의적 강박에서 벗어나, 지금 여기의 삶에 필요한 문화적 자원으로써 전통을 자유롭게 재해석하고 편집해야 한다고 역설한다.

 

임요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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