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9회 전국동시지방선거 사전투표 첫날인 29일 서울 종로구 서울시선거관리위원회 앞에서 한 시민이 '투표함 보관장소 CCTV 영상 열람장소' 모니터를 지켜보고 있다. [연합뉴스]
이번 6월3일 지방선거를 앞두고 선거 절차의 공정성을 둘러싼 논란이 뜨겁다. 선거범죄감시단(자유와혁신 산하)은 최근 중앙선거관리위원회(이하 선관위)의 투표관리 절차가 법률을 위반할 소지가 있으므로 법 준수를 당부하는 공문을 전국 시군구와 읍면동 등 3800여 곳의 지방자치단체에 발송했다. 이에 선관위는 선거범죄감시단에 대해 "적법한 선거관리 업무"라며 해명 공문을 보내왔다.
그러나 선관위의 해명은 법률의 본래 취지를 왜곡하고, 행정 편의를 위해 선거의 핵심 안전장치를 무력화하고 있다는 의문과 모순을 지우기 어렵다. 민주주의의 근간인 선거의 신뢰성을 위해, 선관위 해명의 문제점들을 조목조목 짚어보고자 한다.
1. 투표관리관 도장(사인)을 둘러싼 의혹과 모순
공직선거법은 투표용지 위조를 막고 발급의 책임 소재를 명확히 하기 위해 투표관리관이 ‘자신의 도장(개인도장·私印)’을 찍어 투표용지를 교부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하지만 선관위의 행정 편의적 관리는 이 제도의 취지를 뿌리째 흔들고 있다.
ㅇ 선관위의 일괄 제작·배부 문제 (개인도장의 형해화): 법이 관리관 '자신의 도장'을 쓰도록 한 것은 국가기관이 마음대로 위조할 수 없는 고유의 표식을 남기라는 의미다. 그러나 선관위는 관리관들의 도장을 규격화하여 일괄 제작·배부하고 있다. 선관위가 언제든 똑같은 도장을 찍어낼 수 있는 구조라면, 이는 이미 위조 방지라는 개인도장의 법적 기능을 상실한 것이나 다름없다.
ㅇ 개인 도장의 수거 및 일괄 보관 문제 (임의 점유의 위험성): 더 큰 문제는 선관위가 이 도장들을 다시 회수해 직접 보관하다가 투표일 직전에야 배부한다는 점이다. 법 어디에도 국가기관이 개인의 도장을 수거해 임의로 점유할 수 있다는 규정은 없다. 선관위가 도장을 독점 보관하는 기간 동안, 가짜 투표지가 만들어지지 않는다고 누가 장담할 수 있겠는가. 선거 관리에서는 선관위의 '선의'를 믿는 것이 아니라, 의혹 자체가 생기지 않도록 차단하는 것이 우선이다.
2. 투표용지 개인도장의 날인 및 인쇄 과정의 법적 월권
공직선거법 제157조 및 제158조는 투표관리관 ‘본인’이 개인도장을 날인한 후 투표용지를 교부하도록 명시하고 있다. 행위의 주체를 투표관리관으로 못 박은 것이다.
ㅇ 투표사무원의 대리 날인 문제 (행위 주체의 왜곡): 선관위는 지시·감독 권한이 있다는 이유로 투표사무원이 관리관의 도장을 대신 찍는 행위를 허용하고 있다. 선관위가 가진 '감독 권한'이 법률이 정한 '행위의 주체'까지 마음대로 바꿀 수 있는 절대적 권한은 아니다. 법이 명시한 엄격한 위임 한계를 행정 편의에 따라 넓혀 해석하는 것은 명백한 법적 월권이다.
ㅇ 중앙서버 독점 하의 '도장 인쇄' 문제 (검증 불가능한 절대 권력): 특히 사전투표는 도장을 직접 찍지 않고, 중앙서버의 통제하에 프린터로 도장 모양까지 함께 '인쇄'하여 교부하는 방식으로 더욱 심각하다. 현장 관리관의 손을 거치지 않고 중앙서버가 투표지 발급과 도장 인쇄 권한을 독점하게 되면, 서버 오작동이나 해킹뿐만 아니라 고의적 내부 조작이 발생했을 때 현장에서는 이를 검증할 방법이 전무하다. 이는 선거 관리의 전산화를 넘어 선거의 공정성을 위협하는 위험한 독점이다.
3. '구분 설치'와 '분리 교부' 과정에서도 법적 절차는 훼손될 수 없다
선관위는 사전투표의 관내·관외 투표줄이 각각 구분되어 있고, 선거일 당일도 여러 선거가 동시에 실시되는 지방선거의 특성상 투표용지를 1·2차로 나누어 분리 교부하도록 설치하는 것이 적법하다고 주장한다.
감시단 역시 여러 선거를 동시에 치르기 위한 분리 교부 방식 자체를 부정하는 것이 아니다. 핵심은 구역을 나누고 동선을 분리하는 복잡한 과정 속에서도 법이 정한 '투표관리관의 개인도장 날인 절차'가 단 한 장의 투표지에서도 소홀히 다루어지거나 생략되어서는 안 된다는 점이다. 효율성을 핑계로 위조 투표용지를 잡아낼 핵심 절차가 느슨해진다면 선거의 결과 또한 신뢰받을 수 없다.
4. 떼어내면 그만인 특수봉인지, '투표함 간인'을 대체할 수 없다
가장 안일한 해명은 투표함 봉인 절차에 대한 부분이다. 선관위는 투표함에 봉인지를 먼저 붙이면 표면이 굴곡져 서명이 훼손될 수 있으므로, 봉인지에 미리 서명한 후 투표함에 부착한다고 설명한다. 또한, 한 번 떼어내면 흔적(OPEN VOID)이 남는 특수봉인지를 쓰기 때문에 투표함과 봉인지 사이에 걸쳐 찍는 '간인'이 없어도 안전하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이는 대단히 안일한 생각이다. 만약 불순한 의도를 가진 누군가가 기존 봉인지 스티커를 뜯어내고, 미리 준비한 새 스티커에 서명해 다시 붙인다면 특수봉인지의 재사용 방지 기능은 아무런 소용이 없다. 간인(間印)의 목적은 봉인지와 투표함이 '원래 하나로 연속되어 있음'을 증명하는 것이다. 서명이 조금 흐려진다면 봉인지를 교체해 다시 서명하면 될 일이지, 편리함을 위해 사후 조작 가능성을 열어두는 사전 서명 방식을 정당화할 수는 없다.
5. 침묵하면 민주주의는 물건너간다, 이제 국민이 행동할 차례
선관위의 해명을 종합해 보면 "현행 규칙과 권한 내에서 한 일이니 문제없다"는 식의 안일하고 무책임한 관료적 태도만 가득하다. 도대체 무엇을 위해, 누구를 위해 선거의 완결성을 무력화하는 위험천만한 절차를 이토록 무리하게 강행하려 하는가. 위조와 조작의 틈새를 열어두는 행정 편의주의적 고집 뒤에, 국민의 감시를 따돌리고 선거 관리의 주도권을 독점하겠다는 오만한 의도가 숨어있는 것은 아닌지 강력한 의구심을 지울 수 없다.
국민이 선관위에 부여한 권한은 선거를 제멋대로 주무르라는 절대 권력이 아니라, 단 1%의 부정이나 오해의 소지도 없도록 틈새 없이 공정하게 관리하라는 엄중한 명령이다. 법이 정한 최소한의 안전장치마저 무력화하는 선관위의 행태를 우리 국민들이 이대로 묵인하고 넘어가 준다면, 이 땅의 민주주의는 영영 물건너가고 말 것이다. 선거의 신뢰가 무너진 사회에서 주권자의 표는 한낱 종이조각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선관위의 양심에 선거의 공정성을 구걸하던 시대는 끝났다. 잘못된 선거 절차를 바로잡고 주권을 지켜내는 것은, 주권자인 우리가 온몸으로 부딪쳐 철저하게 쟁취해야 할 권리이며 책임다. 이제 국민이 직접 눈이 되고 귀가 되어, 부정선거의 추악한 증거를 낱낱이 찾아내야 한다.
투표소로 가자! 그들이 몇 명에게 투표지를 쥐여주는지 우리 손으로 직접 숫자를 세고 또 기록해야 한다. 선관위 밀실에 투표함이 갇히는 그 차갑고 기나긴 4~5일의 시간, 불침번을 서서라도 단 하나의 표단지도 놓치지 말고 지켜내야 한다. 개표소로 가자! 가짜 투표지가 들이치는 골목을 장악하고 철저히 감시해야 한다. 집에서도 인터넷 화면에 찍히는 선관위의 발표자료, 그 숫자 속에 숨겨진 단 하나의 모순과 이상현상도 주권자의 송곳 같은 눈으로 끝까지 추적해 적발해야 한다.
침묵은 동조이며, 방관은 묵인이다. 잘못된 선거 절차를 깨부수고 주권을 사수하는 이 엄숙하고 위대한 감시의 투쟁에, 온 국민이 들불이 되어 함께 소리치고 연대해야 할 때다. 주권 위기의 시대, 이제 국민이 직접 행동할 차례다.

◆ 위금숙 박사
위금숙 자유와혁신 부정선거개혁특위 위원장·컴퓨터공학 박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