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한미일보 그래픽]
목차
① 목격자 증인 없는 국조는 ‘앙꼬 없는 찐빵’
② 국조가 밝혀야 할 6·3 선거관리 전모
③ 개헌은 장기 과제, 내란전담재판부법 준용해야
중앙선관위 진상규명위원회는 6·3 지방선거 선거관리를 ‘총체적 부실’로 결론 내렸다.
선관위가 지난 19일 발표한 자체 조사 결과에 따르면 전국 1만4288개 투표소 가운데 140곳에 추가 투표용지가 보내졌고, 91곳에서 실제 사용됐으며, 26곳에서는 투표가 일시 중단됐다. 부족 투표용지는 7194장, 투표 중단 시간은 최소 4분에서 최대 105분이었다.
그러나 이것은 국정조사의 결론이 아니라 출발점이다. 선관위 자체 조사가 확인한 수치를 넘어 누가 그런 결정을 했고, 현장에서 어떤 일이 벌어졌으며, 결과적으로 몇 명의 투표권이 박탈됐는지를 밝혀야 한다.
누가 60%를 50%로 낮췄나
첫 번째 안건은 투표용지 최소 인쇄 기준을 기존 60%에서 50%로 낮춘 결정 과정이다.
선관위가 국회에 제출한 자료 등을 토대로 한 보도에 따르면 이 기준 변경은 2025년 12월 중앙위원회의 공식 회의를 거치지 않고 사무총장과 선거정책실장 등의 내부 전결로 처리됐다. 잔여 투표용지를 줄여 불필요한 의혹을 막겠다는 취지였지만 투표용지가 부족할 경우의 대응지침은 제대로 마련되지 않았다.
국조특위는 50%라는 수치를 처음 제안한 사람과 통계적 근거를 밝혀야 한다. 지역별 본투표율과 사전투표율, 고령층 비율, 선거별 투표율 변동폭을 분석했는지도 확인해야 한다.
국민의 투표권을 좌우할 수 있는 인쇄 기준 변경을 왜 중앙위원회가 아니라 사무처 전결로 처리했는지도 중요하다. 노태악 전 위원장이 보고를 받지 못했다면 보고체계가 붕괴한 것이고, 보고를 받고도 조치하지 않았다면 관리 책임이 남는다.
무번호 투표용지와 일련번호의 행방
두 번째 안건은 투표용지의 인쇄부터 사용·회수까지 이어지는 관리 연속성이다.
송파구에서는 규정상 준비돼야 할 무번호 예비용지가 충분히 배부되지 않았고, 부족 사태가 발생한 뒤 직원들이 급하게 일련번호를 적어 현장으로 보냈다. 상황이 급박해지자 일련번호를 작성하지 못한 채 보낸 용지가 있었고, 현장에서 수기로 번호를 적는 혼선이 발생했다는 조사 결과와 보도도 나왔다.
국조특위는 모든 추가 투표용지에 대해 인쇄 수량, 일련번호, 보관자, 반출 시각, 운송자, 차량, 인수자, 사용량, 잔량과 반납 여부를 연결해야 한다.
형사사건의 증거관리에서 말하는 ‘체인 오브 커스터디’를 선거관리의 공식 용어로 사용할 필요는 없다. 그러나 누가 언제 몇 장을 인수하고 전달했는지 전 과정의 기록이 끊김 없이 이어져야 한다는 원칙은 같다.
다른 투표소에서 가져온 용지가 있었다면 어느 투표소에서 몇 장이 나왔고 해당 투표소의 잔량은 얼마였는지도 맞춰야 한다. 투표함 역시 봉인 시각과 봉인지 번호, 운송자, 동승 참관인, 차량 이동 경로, 개표소 접수와 개함 시각까지 확인해야 한다.
선거는 결과 숫자만 맞는다고 신뢰가 확보되는 절차가 아니다. 투표지가 만들어진 순간부터 개표 결과로 확정될 때까지 이동과 관리 과정이 모두 기록돼야 한다.
세 번 점검한 통신망은 왜 멈췄나
세 번째 안건은 사전투표 통신망과 본인확인기다.
현직 선관위 직원이라고 밝힌 제보자는 사전투표 현장에서 통신장비 장애가 발생해 와이파이를 연결한 뒤 명부단말기를 사용한 장면을 봤다고 주장했다. 전산 수치 수정과 본인확인 절차의 취약성도 제기했다.
아직 사실로 확정된 내용은 아니다. 그러나 구체적인 장소와 내부 카카오톡 기록이 존재한다고 주장한 이상 국조가 확인해야 할 사안이다.
특위는 유선망 장애 발생 시각과 장애 원인, 무선 접속 장비의 종류, 접속 지시자, 명부단말기와 서버의 접속기록, 유지보수업체의 원격접속 기록을 확보해야 한다.
일반 와이파이가 사용된 것인지, 선관위가 관리하는 별도의 무선통신 장치를 현장 직원이 와이파이라고 표현한 것인지도 기술 감정을 통해 가려야 한다. 선관위의 해명이나 제보자의 주장 가운데 하나를 미리 선택할 일이 아니다. 접속기록과 장비가 답하게 해야 한다.
지난 총선 직전 수백억원의 예산을 들여 교체한 본인확인기에 대해서도 도입 목적, 성능검사, 현장 검수, 선거 당일 장애기록을 모두 확인해야 한다. 장비를 교체하고도 본인확인과 통신 과정에서 혼선이 발생했다면 조달·검수 책임까지 조사해야 한다.
투표 연장 중 개표 진행은 적절했나
잠실7동 제2투표소는 투표용지 부족으로 대기표를 받은 유권자에 한해 투표 마감이 오후 10시까지 연장됐다. 같은 시간 다른 지역에서는 개표와 개표방송이 진행되고 있었다.
이를 곧바로 위법이라고 단정할 수는 없다. 그러나 개표 결과가 실시간으로 공개되는 상황에서 일부 유권자의 투표가 계속된 것이 선거의 공정성과 투표행위에 어떤 영향을 줄 수 있었는지는 점검해야 한다.
누가 투표시간 연장을 결정했고 중앙선관위와 협의했는지, 남은 유권자에게 어떤 기준으로 투표 자격을 부여했는지, 개표 진행 사실이 현장에 전달됐는지, 늦게 도착한 투표함을 어떻게 구분·보관했는지를 확인해야 한다.
특히 투표가 계속되는 동안 개표가 시작됐다면 투표 종료 시각, 개표 개시 시각, 투표함 접수와 개함 시각을 분 단위로 맞춰봐야 한다.
실제 피해자는 12명뿐인가
선관위 진상조사에서는 잠실7동 제2투표소에서 대기표를 받은 유권자 중 12명이 투표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그러나 이 숫자가 전체 참정권 박탈 규모를 뜻하지는 않는다.
투표용지가 없다는 말을 듣고 줄에서 빠진 사람, 장시간 기다리지 못하고 귀가한 사람, 대기표를 받지 못한 사람, 투표 재개 사실을 알지 못한 사람은 기존 기록만으로 확인하기 어렵다.
따라서 26개 투표 중단 투표소의 시간대별 투표자 수, 통합선거인명부 확인 기록, 대기표 발급·회수 기록, CCTV, 민원과 신고 내역을 전수 대조해야 한다. 필요하다면 해당 지역 유권자를 대상으로 사실확인 조사도 실시해야 한다.
이번 국조가 답해야 할 질문은 복잡하지 않다.
> 누가 투표용지를 줄였는가.
> 누가 부족 위험을 알고도 방치했는가.
> 현장에서 어떤 부실·위법 의혹이 벌어졌는가.
> 그 결과 몇 명의 국민이 투표하지 못했는가.
외유성 출장이나 도피성 휴직 등 선관위의 기강 문제도 조사할 수 있다. 그러나 이런 문제가 전면에 나오면 참정권 박탈 사건의 직접 책임선이 흐려질 수 있다.
먼저 선거 당일의 결정과 실행, 투표지·투표함의 이동과 관리, 실제 피해 규모부터 확정해야 한다. 그것이 국조의 본질이다.
사전투표함 보관부터 개표까지 무엇을 확인해야 하나
개표 검증은 투표함이 개표소에 도착한 시점부터 시작해서는 안 된다. 사전투표가 끝난 뒤 투표함과 회송봉투가 어떻게 인계·보관·이송됐는지부터 확인해야 한다. 사전투표 종료에서 개표까지 기록이 연결되지 않으면 최종 개표 수치만으로 관리의 적정성을 판단하기 어렵다.
① 관내사전투표함 봉인과 인계
관내사전투표가 끝나면 사전투표참관인이 지켜보는 가운데 투표함 투입구와 자물쇠를 봉인하고, 사전투표관리관과 참관인이 봉인지에 서명한 뒤 관할 구·시·군선관위에 인계한다.
국조특위는 다음 자료를 확인해야 한다.
* 사전투표 종료 시각 * 투표함 봉인 시각 * 봉인지 번호와 서명자 * 투표소 출발·선관위 도착 시각 * 운송자와 차량번호 * 동행한 참관인과 경찰관 * 인계·인수서 원본 * 출발 당시와 도착 당시 봉인 상태
특히 투표소에서 선관위 보관장소까지 이동하는 동안 운송 경로가 바뀌거나 예정에 없던 정차가 있었는지도 차량 운행기록과 영상자료로 확인해야 한다.
② 관외사전투표 회송봉투 인계
관외사전투표는 관내사전투표함과 절차가 다르다. 사전투표가 끝나면 참관인이 지켜보는 가운데 투표함을 열어 회송용 봉투 수를 계산한 뒤 관할 우체국에 인계해 등기우편으로 발송한다.
확인할 사항은 다음과 같다.
* 통합선거인명부상 관외사전투표자 수 * 투표함에서 나온 회송용 봉투 수 * 우체국 인계 수량 * 등기우편 발송 시각과 접수번호 * 우체국까지 동행한 참관인 * 해당 선거구 선관위의 최종 접수 수량 * 반송·지연·미도착 봉투 수 * 개표 때 실제 개봉한 회송봉투 수
다음 수치가 일치하는지를 선거구별로 대조해야 한다.
> 관외사전투표자 수 > = 우체국 인계 회송봉투 수 > = 관할 선관위 접수 수 > = 개표 대상 회송봉투 수
차이가 발생했다면 어느 단계에서, 어떤 이유로 수량이 달라졌는지를 밝혀야 한다.
③ 선관위 보관 과정
관할 구·시·군선관위는 관내사전투표함을 인계받을 때 정당 추천위원이 참여한 가운데 봉함·봉인 상태를 확인하고 보관해야 한다.
국조특위는 다음을 점검해야 한다.
* 투표함 인수 당시 봉인지 상태 * 정당 추천위원의 참여 여부 * 보관 장소와 보관 기간 * 보관실 출입 권한자 명단 * 출입문 개폐·출입 기록 * 보관 중 봉인지 점검 기록 * 보관 장소 CCTV 영상이 있다면 원본과 사각지대 * 정전·장비 장애·출입통제 이상 발생 여부 * 개표소 이송 전 최종 확인 기록
사전투표함은 본투표일까지 일정 기간 보관된다. 따라서 최초 봉인과 개표소 도착 당시 봉인이 같다는 사실뿐 아니라, 중간 보관 기간에 누가 접근할 수 있었고 실제 누가 출입했는지까지 확인해야 한다.
④ 보관 장소에서 개표소까지 이송
개표일에는 사전투표함이 선관위 보관 장소에서 개표소로 다시 이동한다. 이 두 번째 이송 과정도 별도의 인계·인수 기록으로 확인해야 한다.
* 보관 장소 출발 시각 * 출발 전 봉인지 확인자 * 운송 차량과 운전자 * 동행한 선관위원·참관인·경찰 * 이동 경로와 도착 시각 * 개표소 인수자 * 출발 당시와 도착 당시 봉인지 번호 * 투표함별 개표소 접수대장
사전투표소에서 선관위로 이동한 1차 이송과 선관위에서 개표소로 이동한 2차 이송을 하나로 뭉뚱그려서는 안 된다. 두 구간의 책임자와 기록을 각각 확인해야 한다.
⑤ 개표소 접수와 봉인 확인
개표소에서는 어느 사전투표소의 투표함이 언제 도착했는지 확인하고, 개표참관인이 지켜보는 가운데 봉인 상태를 검사한 뒤 개함해야 한다.
봉인지가 훼손됐거나 서명·번호가 일치하지 않는다면 사진과 이의제기, 위원회 판단과 처리 결과가 남아 있어야 한다.
⑥ 사전투표자 수와 투표지 수 대조
개함 후에는 투표함에서 나온 투표지 수를 사전투표자 수와 대조해야 한다.
관내사전투표의 경우에는 다음 수치를 확인한다.
> 통합선거인명부상 관내사전투표자 수 > = 투표함에서 나온 투표지 수 > = 유효표+무효표
관외사전투표는 회송봉투 접수 수, 개봉 제외 봉투 수, 실제 투표지 수를 별도로 대조해야 한다.
⑦ 분류·심사·집계와 결과 공표
투표지분류기의 투입 수량, 후보자별 분류 수량, 미분류표와 재분류 수량을 확인하고, 미분류표와 무효 의심표의 판단 과정도 기록으로 남겨야 한다.
결과는 심사·집계와 선관위원 검열, 개표상황표 서명·날인을 거친 뒤 공표돼야 한다. 전산 입력 시각과 공식 공표 시각, 개표상황표 수정 이력도 함께 확인해야 한다.
이번 국조가 사전투표와 개표 과정에서 확인해야 할 핵심 질문은 다음과 같다.
* 관내사전투표함은 봉인된 상태로 정상 인계됐는가 * 보관 기간 동안 누가 보관 장소에 접근했는가 * 관외사전투표 회송봉투 수는 단계별로 일치하는가 * 보관 장소에서 개표소까지의 이송 기록이 남아 있는가 * 개표소 도착 당시 봉인지가 최초 봉인지와 일치했는가 * 사전투표자 수와 실제 투표지 수가 정확히 맞는가
사전투표함의 보관과 이송을 제외한 개표 검증은 반쪽짜리다. 국조는 투표함을 여는 장면만 볼 것이 아니라, 사전투표가 끝난 순간부터 개표소에서 개함될 때까지의 전 과정을 연결해 확인해야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