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뉴욕시 일대 노인 데이케어 센터들. 중국어 간판이 달려 있고 내부는 텅 비어 있다. [사진=뉴욕포스트]
“실제 이용하는 노인은 손에 꼽히는데, 매년 세금 수천만~1억 달러가 이곳으로 흘러 들어간다.”
미국 뉴욕시 일대 노인 데이케어 센터(Social Adult Daycare) 이야기다. 뉴욕포스트(New York Post)의 3일(현지시간) 보도에 따르면, 뉴욕시 일대 노인 데이케어 센터들(주로 중국어 간판을 단)이 텅 빈 시설을 운영하면서 매년 수억 달러에 달하는 주 정부 및 연방 정부의 메디케이드 지원금을 부정 청구해 온 정황이 드러나 충격을 주고 있다.
보도에 따르면, 뉴욕시 특정 지역(퀸즈 플러싱 등)에 밀집한 일부 노인 데이케어 센터들은 겉으로는 노인들에게 식사와 여가 프로그램, 돌봄 서비스를 제공하는 곳으로 신고되어 있다.
하지만 실제 현장 조사 결과, 센터 내부는 텅 비어 있거나 몇몇 사람만 앉아 있는 경우가 허다했다. 그럼에도 이들 센터가 매년 메디케이드에 청구해 챙겨간 금액은 센터당 수백만 달러에서 많게는 수천만 달러, 지역 전체로는 연간 1억 달러(약 1300억 원) 이상에 달하는 것으로 파악됐다.
어떻게 이용자도 없는 센터가 이처럼 엄청난 지원금을 타낼 수 있었을까? 이들의 불법적인 운영 수법은 크게 ‘등록 유도’와 ‘허위 자료 작성 수집’의 순서를 따른다.
먼저 센터 업주들은 저소득층 어르신들에게 현금, 상품권(기프트카드), 생필품 등을 제공하며 회원 등록을 유도한다. 이후 어르신들이 실제로 센터에 출석하지 않거나 최소한의 시간만 머물러도, 매일 풀타임 돌봄 서비스를 제공한 것처럼 꾸며 정부에 지원금을 청구하는 것이다.
지난 2월, 연방 당국은 두 남성이 플러싱에 있는 자신들이 소유한 해피 라이프와 로열 어덜트라는 두 곳의 SADC(성폭력 피해자 지원 센터)를 이용해 10년 동안 메디케이드(미국 의료보험공단)로부터 1억2000만 달러를 횡령한 혐의로 기소했다. [사진=뉴욕포스트]
기자의 질문에 모르쇠로 일관하는 센터 직원. [사진=뉴욕포스트] 심지어 전문 브로커들이 노인들의 메디케이드 정보를 수집한 후 여러 데이케어 센터에 넘긴 후 수수료를 챙기는, 조직적인 불법 네트워크도 형성된 것으로 밝혀졌다.
이처럼 노인 데이케어 센터가 ‘황금 알을 낳는 거위’로 전락하면서, 뉴욕시 특정 구역에는 한 블록 건너 하나씩 데이케어 센터가 들어서는 이상 과열 현상까지 발생했다.
미 연방 수사 당국과 뉴욕주 검찰, 보건당국은 이 같은 대규모 불법 청구 정황을 포착하고 대대적인 사정 작업에 나서, 허위 청구 비율이 높은 센터에 대한 메디케이드 지급을 즉시 동결했다. 또한 미 정부는 불법 리베이트 수수 및 허위 청구를 주도한 센터 소유주와 브로커들에 대한 기소 확대하기로 했다.
미국의 메디케이드는 저소득층과 취약계층의 의료·돌봄을 위해 국민의 세금으로 운영되는 핵심 사회안전망이다. 하지만 현지에선 이를 먹잇감으로 삼은 일부 업자들의 ‘유령 노인정’ 사기극으로 인해 정작 도움이 필요한 어르신들에게 돌아갈 혜택이 줄어들고 세금이 낭비되고 있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뉴욕의 ‘유령 노인정’ 메디케이드 사기 사건은 초고령사회로 급격히 진입하고 있는 우리나라에도 매우 중대한 시사점을 던져 준다.
우리나라는 이미 2008년부터 노인장기요양보험 제도를 시행 중이며, 주·야간보호센터(어르신 유치원)와 방문요양 서비스가 급격히 늘어나는 추세에 있다.
이 분야 한 전문가는 “복지 예산의 확대는 반드시 ‘구멍 없는 감시망’과 함께 가야 한다”며 “도덕적 해이에 기대는 복지 제도는 결국 불법 업자의 배만 불리고, 정작 도움이 필요한 어르신들에게 갈 혜택을 빼앗으며, 청년·장년층의 세금 부담만 키우는 결과를 초래한다는 것을 보여주는 반면교사 사례”라고 일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