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영시장 선거 재검표 현장. 미수동 700장 중 187장이 좌우 여백이 다르다. 왼쪽 여백이 없다. [사진=소청인측 제공]
통영시장 선거소청이 최초 개표 당시 저장된 투표지 이미지와 현재 보관된 실물을 대조하지 않은 채 오는 10일 결정 수순에 들어간 것으로 한미일보 취재 결과 확인됐다. 소청인 측이 요구한 이미지·실물 대조는 8월 3일 예비조사 항목에서 제외됐고 별도의 검증 일정도 잡히지 않았다.
명부 대조 등 8월3일 예정됐던 추가 예비조사도 무산됐다. 경남도선거관리위원회가 재검표 추가 소요액 약 900만원과 별도 예비조사 예상 비용 약 200만원을 합쳐 1100만원을 추가 예납하라고 요구했지만 소청인 측이 이를 납부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경남도선관위는 오는 10일 소청 결정을 내리고 이미지 대조 요구를 비롯한 소청인 측 주장에 대한 입장을 결정서에서 밝힐 예정이다.
이미지·실물 대조 일정 없이 결정서로 판단
소청인 천영기 전 통영시장 측은 지난달 27일 재검표 과정에서 외관상 이상이 제기된 미수동 관내 사전투표지를 최초 개표 당시 투표지분류기에 저장된 이미지와 대조해 달라고 요청했다.
요구 대상은 통영시장 선거 전체 투표지가 아니었다. 미수동 관내 사전투표지 700장 가운데 한쪽 여백이 거의 없거나 좌우 여백이 현저히 다른 것으로 지목된 187장을 중심으로, 개표 당시 이미지와 현재 보관된 실물이 일치하는지 확인하자는 취지였다.
소청인 측이 요구한 것도 이미지 파일을 외부로 넘겨 달라는 것이 아니라 선관위 관리 아래 특정 투표지의 이미지와 실물을 대조해 달라는 증거조사였다.
그러나 이미지·실물 대조는 8월 3일 예비조사 항목에 포함되지 않았다. 경남도선관위는 이후 별도의 대조 일정도 정하지 않은 채 관련 요구에 대한 입장을 오는 10일 소청 결정서에서 밝히겠다고 했다.
경남도선관위 지도과 이근원 주무관은 6일 한미일보와의 통화에서 “이미지 파일 대조는 8월 3일 확인 사항이 아니었다”며 “소청인 측이 보충서면을 통해 관련 주장을 계속하고 있기 때문에 그에 대한 답변은 결정서에 담길 것”이라고 말했다.
앞서 경남도선관위는 한미일보 취재에서 이미지 파일을 외부에 제공하는 것과 소청 절차에서 선관위 관리 아래 이미지와 실물을 대조하는 증거조사는 구분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위원회가 필요하다고 판단하면 추가 증거조사를 실시할 수 있다는 입장도 밝혔다.
하지만 소청 결정을 나흘 앞둔 6일까지 별도의 이미지 대조 일정은 잡히지 않았다. 형식적으로 대조 요구를 기각한 것은 아니지만, 실제 대조 없이 결정서에서 필요성만 판단한다면 실질적으로는 검증 요구를 받아들이지 않은 채 결론을 내리는 셈이다.
명부 대조는 추가 예납금 미납으로 무산
이미지 대조와 별도로 8월3일 예정됐던 사전투표자 명부 관련 예비조사도 실시되지 않았다.
경남도선관위는 당초 예납액을 초과한 재검표 추가 소요액을 약 900만원, 별도 예비조사 예상 비용을 약 200만원으로 각각 산정해 총 1100만원을 추가 예납하라고 요구했다고 밝혔다.
이 주무관은 “납부하지 않으면 예비조사가 실시되지 않을 수 있다는 사실을 안내했지만 예납하지 않아 미실시 결정을 했다”고 말했다.
천 전 시장 측 법률대리인인 도태우 변호사는 같은 날 한미일보와의 통화에서 “이미 낸 약 1900만원의 집행 내역을 공개해 달라고 요구했지만 공개 없이 기일이 취소됐다”고 주장했다.
추가 조사가 무산된 직접적인 원인이 예납금 미납이라는 점에는 양측 설명이 일치한다. 다만 소청인 측은 기존 예납금의 집행 내역과 추가 예납금의 산출 근거가 충분히 제시되지 않았다는 입장이다.
명부 대조만으로 개별 투표지가 적법하게 발급·투입됐는지까지 확인할 수는 없다. 다만 명부상 사전투표자 수와 투표지 발급 수, 개표된 투표지 수가 일치하는지를 확인하는 기초 자료로 활용할 수 있다. 예비조사가 무산되면서 이 확인 작업도 이뤄지지 않았다.
7월27일 오후 경남도선거관리위원회에서 통영시장 선거소청과 관련한 재검표가 진행되고 있다. 왼쪽은 소청인인 천영기 전 통영시장. [사진=연합뉴스]
10분 사이 총투표자 수 4명 감소
소청인 측은 5일 경남도선관위에 통영시장 선거소청 사건 ‘2026경남공선라1’에 관한 추가 의견서를 제출했다.
추가 의견서에서는 통영시선관위가 발표한 총투표자 수가 세 차례 달라졌는데도 변동 사유가 충분히 해명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소청인 측이 제시한 자료에 따르면 6월 5일 오후 6시 9분부터 오후 6시 19분까지 당일투표자 수는 5명 증가하고 사전투표자 수는 9명 감소했다. 이에 따라 전체 투표자 수는 10분 사이 4명 줄었다.
투표자 수는 취합·검산·정정 과정에서 달라질 수 있어 수치 변경만으로 조작이나 부정행위를 단정할 수는 없다. 그러나 당일투표자와 사전투표자 수가 반대 방향으로 바뀌고 총투표자 수까지 줄었다면 각 변경의 원자료와 정정 사유, 승인 과정은 확인돼야 한다.
소청인 측은 앞서 개표상황표상 후보별 득표수 차이가 18표였지만, 잘못 구분됐거나 다른 후보 표에 포함된 것으로 확인된 투표지는 17장에 그쳐 나머지 1표가 설명되지 않는다는 주장도 제기했다.
총투표자 수 4명 감소와 득표수 차이 1표는 발생 단계와 기준 자료가 다를 수 있으므로 동일한 문제로 단정하지 않고 각각 검증할 필요가 있다.
CCTV·봉인·간인 문제도 추가 제기
추가 의견서에는 투표지 보관과 무결성에 관한 주장도 포함됐다.
소청인 측은 재검표장에 제출된 투표지를 보관했던 장소에 폐쇄회로(CC)TV가 없었고, 여러 투표지 보관함에서 봉인 불량과 간인 누락, 테이프 훼손이 확인됐다고 밝혔다.
미수동과 용남면에서는 각각 일련번호가 절취되지 않은 투표지와 투표관리관 도장이 없는 투표지가 발견됐지만, 해당 투표소 당일투표록 특기사항에는 관련 경위가 기록돼 있지 않았다는 주장도 제기했다.
일련번호 미절취나 투표관리관 도장 누락만으로 해당 투표지가 위조·변조된 것이라고 단정할 수는 없다. 실제 발급 경위와 투표록, 투표사무 관계자의 설명 및 관련 법령을 종합해 판단해야 한다.
도 변호사는 해당 투표지를 교부한 관계자의 구체적인 설명이 없다면 투표지의 진정성과 범죄행위 개입 가능성을 수사를 통해 확인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는 소청인 측의 요구이며 현재까지 확인된 수사기관의 판단은 아니다.
검증 없이 10일 결정…절차적 신뢰가 쟁점
경남도선관위는 오는 10일 통영시장 선거소청 결정을 내릴 예정이다. 선관위는 총투표자 수 변경, 투표지 보관 상태, 이미지·실물 대조 요구 등에 대한 판단을 결정서에 담겠다고 밝혔다.
소청이 기각될 경우 소청인 측은 관할 고등법원에 선거소송을 제기할 수 있다. 이는 일반 재판의 ‘항소’가 아니라 선거소청 결정을 거친 뒤 제기하는 별도의 선거소송이다.
이번 사건에서는 추가 예납금 미납으로 8월 3일 예비조사가 무산됐고, 소청인 측이 핵심 검증으로 요구한 이미지·실물 대조도 이뤄지지 않았다.
남은 쟁점은 추가 검증 없이도 총투표자 수 변동과 투표지 무결성에 관한 의문을 판단할 수 있는지다. 기존 예납금과 추가 소요액의 산출·집행 근거, 이미지 대조를 실시하지 않은 이유도 함께 설명돼야 한다.
경남도선관위가 실제 대조 검증 없이 내놓을 결정서에서 제기된 의문에 객관적 자료와 구체적 근거로 답할 수 있을지가 이번 소청 결정의 절차적 신뢰성을 좌우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