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11월25일 경기도 여주시 연양동 남한강에서 ‘2025 호국훈련’ 일환으로 열린 도하훈련에서 육군 제8기동사단 K2 전차가 육군 제7공병여단이 구축한 부교를 도하하고 있다. [사진=연합]
글로벌 군사력 평가 지표에서 대한민국이 5위라고 한다. 군사력 지표와 수치는 물리적 장비와 국방 예산 규모의 순위다. 위정자는 5위를 근거로 자주국방과 전작권 전환을 독촉하고, 언론 매체는 대한민국이 첨단 무기의 전시장인 양 방위산업의 성과를 조명한다.
군사력 평가 지표에는 정신력과 사기 등 보이지 않는 요소는 포함되지 않기에 참고 자료일 뿐인데, 위정자는 안보 정책의 근거로 삼고 언론 매체는 국정을 홍보한다.
1. 군사력 5위의 허상과 현대전의 착시
그러나 냉엄한 전장의 현실로 시선을 돌려보면 명목상 군사력과 전쟁 수행 능력은 비례하지 않는다. ‘서류상의 군사력 5위’와 ‘실제 전쟁 수행 능력’ 사이에는 메우기 힘든 거대한 공백이 존재한다.
군사력 평가기관 글로벌파이어파워(GFP)가 최근 공개한 2026 군사력 랭킹(2026 Military Strength Ranking) 순위. 0에 가까울수록 군사력이 강함을 의미한다. [그래픽=GFP]
한국의 군사력 5위는 ‘유럽 나토’보다 우세하지만 현대전의 특성과 한반도 주변에 군사력 1위에서 3위까지 모두 모여 있다는 냉혹한 국제 정세를 냉철하게 짚어보면, 동맹이 없다면 생존조차 어려운 수준이다. 남베트남이 패망 직전의 공군력은 세계 4위였다는 숫자 착시를 상기해야 한다.
군사력 통계가 곧 전장의 승리를 보장하지 않는다. 최근 우크라이나 전쟁의 양상을 보면 이 허상은 여실히 드러난다. 우크라이나군이 수백만 달러를 호가하는 러시아의 최신예 주력 전차나 장갑차를 단 몇백 달러짜리 상용 자폭 드론과 폭격 드론으로 집중 타격하여 괴멸시키고 있다. 물질적 가치로 환산된 군사력은 싸워보기 전에는 그 실체를 알 수 없는 허상이라는 증거다.
단순히 보유한 무기의 대수나 국방 예산의 규모로 매겨진 통계적 군사력 순위는 실전에서 유연하게 작동하는 전술적 민첩함과 실시간 휴민트에 의한 정보 수집과 처리 능력, 그리고 실효적 무기 체계를 온전히 대변하지 못한다. 게릴라 수준의 북베트남 군이 현대전 무기를 무장한 남베트남 군을 이긴 전사를 상기해야 한다.
2. 군사력 31위의 북한의 실전적 위협과 전쟁 수행 능력
군사력 5위인 한국이 실전에서 군사력 31위의 북한을 독자적으로 이길 수 있는가? 라는 원초적 질문을 던지면, 쉽게 이긴다고 대답할 장군도 있겠지만 대다수는, 우리의 실질적 전쟁 수행 능력은 누구도 장담할 수 없고, 57개의 핵탄두와 이를 실어 나를 다양한 탄도미사일의 실전 운용 능력은 우리의 국가 기능과 주요 항만을 순식간에 마비시킬 수 있는 치명적 변수라고 대답할 것이다.
또한 국가 전체가 거대한 병영 국가인 북한은 국토 전역이 지하 갱도와 산악 지형으로 요새화되어 있어, 개전 초기 우리의 첨단 공중 전력이나 미사일 타격으로 이를 한 번에 무력화하기란 불가능에 가깝다.
자유민주주의 국가인 한국은 인명 피해와 경제적 타격에 민감한 반면, 북한은 극단적 강제 통제 속에서 수백만 명의 예비군을 동원하고 장기 소모전과 인명 피해를 기꺼이 감내하는 병영 노예 체제다.
3. 진정한 안보를 위한 실전적 대비와 과제
우리 군은 핵을 제외한 최상의 재래식 무장을 하고 있지만 전쟁 수행능력 면에서 최상의 전투력을 발휘할 수 있다고 장담하지 못한다. 장부 상의 군사력과 전투수행력의 근본적인 차이를 감당하게 한 것은 한미동맹이다. 대한민국은 세계 10위권의 경제 대국이 된 것도 한미동맹이 있었기 때문이다. 한미동맹이 무너지면 바로 공산화될 운명인데 전작권을 환수하겠다고 혈안이 돼 있다.
진정한 안보를 구축하기 위해서는 화려한 순위표가 안겨주는 방심과 자만에서 벗어나야 한다.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을 원천적으로 억제하기 위한 3축 체계의 실효성을 철저히 다지고 완성해야 한다. 하드웨어 중심의 무기 도입을 넘어 현대전에 부합하는 소프트웨어적 전술 역량을 대폭 강화해야 한다.
신세대 장병의 자유분방함 속의 놀라운 전투력을 믿지만, 5위라는 우등 숫자가 주는 신기루를 과감히 깨부수고, 훈련을 통한 군기강 내실을 다지며, 보이지 않는 소프트웨어적 전쟁 수행 능력을 철저히 점검할 때만이 진정한 평화와 국가의 안위를 지켜낼 수 있다.
4. 안보 공백 속 소모적 조직 개편은 멈춰야 한다
정치에 의한 안보 정책 혼란과 파탄은 현행 전투력으로 도발하는 적을 제압할 수 없다면 안보 공백기다. 이러한 시점에 미래 구조 개편이라는 명목으로 사관학교 통합과 방첩사 해편, 드론사 해체 등 불필요한 조직 개편에 에너지를 쏟는 것은 이해할 수도 결코 용납될 수도 없다.
이는 마치 당장 논밭을 일구어 식량을 생산해야 할 어미 소를 내쫓고, 3년 뒤에나 쓸 수 있는 송아지만 키우겠다는 것과 다름없는 어리석은 처사임을 뼈저리게 자각해야 한다. 미국은 현 정부와의 불편함이 지속되면 북한을 지렛대로 사용하는 전략을 구사할 것이고, 종이 위의 세계 5위라는 타이틀로는 북·중·러의 눈에 보이는 위협을 극복할 수 없을 것이다.
실존적 생존을 도외시한 종전 제안과 평화 담론 청사진과 군의 정체성과 군의 사기에 흠집만 내는 안보 파탄을 멈추어야 한다. 현 정부의 전향적 자세 변화로 다가오는 다양한 위기를 극복하길 바란다.

◆ 박필규 위원
한미일보 편집위원
육군사관학교 40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