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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팩트체크] “대통령도 모른다”는 미일 간 양해각서(MOU) 공개
  • 김영 기자
  • 등록 2025-09-14 09:35: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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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허드슨연구소 보고서로 본 미·일 MOU 구체 조항
  • 한국 협상, 일본보다 유리한 단기 수익 구조 확보
  • 정치적 연출인가, 국익 담보한 위험한 도박인가
한미일보가 입수한 미국 허드슨연구소의 보고서는 지금까지 공개되지 않았던 미일 무역합의 양해각서(MOU)의 구체적 내용을 담고 있다. 일본은 서명을 통해 단기 실익을 확보했지만, 구조적으로 불리한 조건을 감수할 수밖에 없었다. 본 기사는 일본 사례를 토대로 현재 교착 상태에 빠진 한미 협상을 팩트체크한다. <편집자 주>

5,500억 달러 서명한 일본, 3,500억 달러 협상 중인 한국. 트럼프 임기 내 투자 압박의 그림자. 한미일보 그래픽


90% 수익 귀속 논란, 실제 MOU는 무엇을 담았나”


미국과 일본이 지난 9월 4일 체결한 5,500억 달러 규모의 전략투자펀드 양해각서(MOU)가 허드슨연구소 보고서를 통해 공개됐다. 


이 문서는 양국 간 합의가 단순한 투자 약속을 넘어, 미국이 프로젝트를 기획하고 일본이 자금을 대는 구조라는 점을 명확히 보여준다. 


동시에 최근 협상이 지연되는 한미 관세 협상과 비교할 수 있는 중요한 기준점을 제공한다.


일본의 투자 의무와 제재 조항


허드슨 보고서에 따르면 일본은 트럼프 대통령 임기 내 5,500억 달러를 의무적으로 배정해야 하며, 투자 대상은 반도체·제약·중요 광물과 금속·조선·에너지(파이프라인 포함)·AI·양자 컴퓨팅 등 핵심 전략 산업이다. 


수익 배분은 원금 회수 전에는 미국과 일본이 50대 50으로 나누지만, 원금이 모두 상환된 이후부터는 90%가 미국에, 10%만 일본에 돌아가도록 설계됐다. 


일본은 표면적으로 프로젝트 거부권을 가졌지만, 거부할 경우 미국 대통령이 일본산 수입품에 즉각 관세를 부과할 수 있다는 제재 규정이 포함돼 사실상 실질적 권한은 없는 셈이다.


투자기관의 구조와 리스크 분담


투자기관의 구조 역시 철저히 미국 중심이다. 


대통령 직속 투자위원회를 상무부 장관이 주도하며, 각 프로젝트별로 특수목적회사(SPV)를 설립해 미국 또는 미국이 지정한 기관이 직접 관리한다. 일본은 자문위원회에 의견을 낼 수 있을 뿐, 집행 권한은 전혀 없다.


허드슨 보고서에 따르면 일본 자금은 미국 내 SPV를 통해 운용되며, 이 때문에 프로젝트 실패 시 미국 파산법상 부채가 우선 상환되는 구조를 따른다. 


일본은 직접적인 손실 보증을 받지 못하고, 미국 연방정부는 토지 제공·에너지 접근·규제 완화 등 행정적 지원만을 약속했다. 결국 리스크는 일본이 지고, 미국은 제도적 틀을 제공하는 방식이다.


일본은 왜 서명했나


그렇다면 일본은 왜 불리한 조건에도 서명했을까. 


첫째, 자동차 관세를 25%에서 15%로 낮추는 실질적 혜택을 즉시 얻었다. 


둘째, 440억 달러 규모의 알래스카 LNG 프로젝트 참여가 가능해지면서 일본산 강관 수출과 에너지 기업의 장기 계약을 확보할 수 있다. 


셋째, 미국 전략 프로젝트의 우선 파트너로 인정받으며 유럽연합과 한국보다 유리한 입지를 차지했다. 


마지막으로, 거부 시 관세 부활이라는 구조적 압박 속에서 사실상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는 점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한국 협상안의 차이점


한국이 직면한 협상 조건은 일본과 유사하면서도 다른 점이 있다. 


미국은 한국에 3,500억 달러 규모의 현금 투자를 요구했고, 원금 회수 전 수익 배분은 일본과 달리 한국이 90%, 미국이 10%를 가져가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후 원금이 모두 회수되면 일본과 동일하게 미국 90%, 한국 10%로 전환된다.


익명을 요구한 미국 측 정보 관계자가 전한 이 조건이 사실이라면, 한국은 원금 상환 전 수익의 90%를 확보해 일본보다 단기적으로 훨씬 유리한 협상안을 가진 셈이다. 


그러나 원금 회수 이후에는 일본과 동일한 구조로 돌아가기 때문에 장기적으로는 미국 중심의 구도라는 비판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펀드 및 채권 수익률과 비교


펀드 수익률 관점에서 보면 한국 조건은 단기 안전성이 높다. 초기 현금 흐름을 90%까지 가져올 수 있어 안정성이 크지만, 원금 회수 이후에는 장기 수익성이 크게 줄어든다. 사실상 단기 안정성은 한국, 장기 수익성은 미국이 챙기는 구조다. 


국채 금리 수준과 비교해도 안정성이 높은 상품으로 평가할 수 있지만, 구조적으로 미국이 유리하게 설계돼 있다는 점은 변하지 않는다.


이재명 정권의 협상력 시험대


그럼에도 한국 정부는 서명을 미루고 있다. 일본은 자동차 관세 인하와 LNG 프로젝트라는 확실한 실익을 챙겼지만, 한국은 조선업 협력(MASGA) 같은 카드를 제시하고도 미국을 움직이지 못했다. 


이재명 대통령은 “좋지 않은 사인은 하지 않는다”고 강조하지만, 실제로는 일본보다 초기 조건이 유리하다는 평가를 이미 확보한 상태다.


결국 서명을 늦추는 전략은 불리한 협상을 거부한 강단 있는 대통령이라는 국내 이미지를 연출하는 동시에, 대외적으로는 일본보다 좋은 조건을 확보했다는 정치적 메시지를 내기 위한 포석이라는 해석이 설득력을 얻는다. 


그러나 이 태도가 장기화되면 관세 불확실성이 지속되고, 수출 주력 산업이 불리한 조건에 놓일 위험도 커진다.


허드슨연구소 보고서는 정치적 언어가 아닌 실제 조항을 공개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한국 협상의 본질은 조건 자체가 아니라, 일본 모델을 얼마나 변형·완화해 수용할 수 있느냐에 달려 있다. 


결국 문제는 협상력이다. 


이재명 정권이 단기적 정치 효과를 노리다 국가적 실익을 놓친다면 “국가 운명을 담보로 한 정치적 도박”이라는 비판을 피하기 어려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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