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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정당이 공무원을 대신해 언론을 고발하는 나라
  • 관리자 관리자
  • 등록 2025-10-18 18:12: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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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권력 불편함 참지 못한 민주당의 자가검열
  • 공직자 사생활이 아닌 대통령 권력 사유화가 문제
  • 비판의 자유를 고발하는 순간, 민주주의는 숨을 잃는다
정당이 현직 공무원을 대신해 언론을 형사고발한 것은 전례 없는 사례로, 헌법이 보장한 언론의 자유와 권력 비판의 권리를 정면으로 침해한 행위입니다. 한미일보는 본 사설을 통해 ‘비판의 자유’의 철학적·법적 의미를 되짚고, 이번 사안이 갖는 헌정적 함의를 짚고자 합니다. <편집자 주>


법의 수갑에 묶인 펜, 정당의 고발 앞에서 위축되는 언론의 자유를 상징한다. 한미일보 그래픽


언론이 사실을 검증하고 권력을 감시하는 일은 민주주의의 최소한의 장치다. 그러나 10월 16일 더불어민주당이 대통령실 제1부속실장 김현지를 비판적으로 보도한 한미일보 기자들을 허위사실 명예훼손 혐의로 고발한 사건은 이 기본 원리를 정면으로 거스르고 있다. 


정당이 공무원을 대신해 고발장을 제출하고 기자회견을 연 것은 전례 없는 일이며, 이는 권력의 자기방어를 위한 정치 행위로밖에 해석될 수 없다.


민주당은 기사 내용의 사실관계를 반박하지 못한 채, 보도에 담긴 해석과 표현을 문제 삼았다. “허위보도”나 “인격살인”이라는 거친 단어가 동원됐지만, 정작 어떤 부분이 허위인지 구체적 근거는 제시되지 않았다. 


문제의 기사 어디에도 ‘불륜’, ‘혼외자’, ‘출산’, ‘국고남용’이라는 단어는 단 한 줄도 존재하지 않는다. 그럼에도 정당이 언론을 형사 고발로 압박한 것은, 해석의 자유와 비판의 자유를 법의 칼로 재단하려는 시도다.


더 심각한 것은 이번 사건이 단순한 언론과 정치 사이의 갈등을 넘어 정당과 공무원의 경계 붕괴를 드러냈다는 점이다. 


김현지 제1부속실장은 대통령을 직접 보좌하는 현직 고위공무원으로, 정치활동이 금지된 국가공무원법의 적용 대상이다. 그럼에도 여당이 당의 이름으로 기자회견을 열고 “김현지의 명예를 훼손했다”며 고발까지 진행한 것은 명백한 정치 개입이다. 


헌법이 규정한 공무원의 정치적 중립 원칙이 정당의 손에 의해 무너진 셈이다.


정치권력은 언제나 언론을 불편해한다. 그러나 문명국가의 지도자는 그 불편함을 감수함으로써 권력의 정당성을 유지한다. 


김대중 전 대통령은 아들의 비리 의혹이 제기됐을 때 “법 앞에 예외는 없다”고 했고, 김영삼 전 대통령은 김현철 씨가 구속될 당시 “아들이 죄를 지었다면 책임을 져야 한다”고 말했다. 


반면 이재명 정권의 민주당은 권력 내부의 고위공직자를 비판한 언론을 향해 직접 법적 조치를 취했다. 그 차이가 곧 민주주의의 품격이다.


비판의 자유는 언론의 권리이자 국민의 권리다. 영국의 철학자 존 스튜어트 밀(John Stuart Mill)은 '자유론(On Liberty)'에서 이렇게 말했다.


“비판을 금지하는 것은 인간이 진리를 완전히 소유하고 있다고 믿는 오만이며, 오류의 가능성을 통해서만 진리는 살아남는다”


비판은 진리를 향한 사회의 자기정화 과정이다. 그 불편함이야말로 자유의 증거이며, 민주주의의 건강성을 보여주는 징표다.


대한민국 대법원 역시 이러한 철학을 법리로 구체화했다.


“공직자에 대한 언론 보도는 다소 과장되거나 왜곡된 면이 있더라도 공공의 이익에 관한 사항이라면 위법성이 조각된다” (대법원 2002.1.22. 선고 2000다37524 판결)


또한 대법원은 “공적 인물에 대한 언론의 평가·논평은 국민의 알 권리를 실현하기 위한 것으로, 사실 적시가 아닌 의견 표명은 명예훼손죄의 구성요건이 되지 않는다”고 판시했다. 


이는 곧 ‘비판의 자유는 민주주의의 실질적 전제’라는 헌법 정신의 법적 선언이다.


이 원칙은 이번 한미일보 보도에도 그대로 적용된다. 


한미일보는 김현지 제1부속실장의 사생활을 폭로한 것이 아니라, 대통령의 최측근이자 공적 의사결정의 관문에 있는 고위공직자가 권력의 사적 운용과 인사·예산의 투명성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를 문제 삼았다. 


즉, ‘사생활의 외피를 쓴 공적 의혹’을 다룬 보도였다. 공직자의 개인적 관계가 대통령의 의사결정·공직기강·국가 자원 사용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면 그것은 명백히 공익적 관심사이며, 언론이 감시해야 할 영역이다.


보도의 형식 또한 특정 사실을 단정하거나 허위사실을 적시한 것이 아니라, 정치권에서 제기된 의혹과 정황을 해석한 의견표명(opinion)에 해당한다. 


형법 제307조의 “허위사실 적시 명예훼손”과는 법적으로 명확히 구분된다. 따라서 민주당의 고발은 언론의 자유를 억압하는 정치적 압박 행위로 해석될 수밖에 없다. 이는 사생활 침해 보도가 아니라, 권력 감시 보도에 대한 정치적 응징에 가깝다.


정당이 권력의 비판자를 형사고발로 제압하려는 순간, 민주주의는 절차만 남고 정신은 사라진다. 언론의 자유는 기자의 권리를 넘어 국민의 알 권리이자 권력 통제의 마지막 방파제다. 


이번 사안은 특정 언론에 대한 정치 보복으로 끝나지 않는다. 그 침묵의 전례가 남는다면, 이후 어느 언론도 권력을 감시하려 하지 않을 것이다.


한미일보는 두려움보다 기록을 택할 것이다. 비판은 불편함을 낳지만, 그 불편함이야말로 자유의 징표다. 정당이 언론의 입을 틀어막는 사회는 더 이상 민주주의가 아니다. 


지금 필요한 것은 고발이 아니라 권력의 겸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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