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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글 한 줄이 내란선동 증거라니
  • 관리자 관리자
  • 등록 2025-10-28 06:42: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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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법의 이름으로 정치한 특검, 정의의 이름으로 침묵한 법
  • 1961년식 법 감각으로 국민의 입을 재단하다
  • 권력은 법대를 차지했고, 정의는 바닥에 쓰러졌다

쓰러진 정의, 그 위에 선 그림자, 법의 이름 아래 짓밟힌 디케. 법대는 빛나지만, 정의는 바닥에 누워 있다. 한미일보 그래픽

27일 조은석 특별검사가 황교안 전 국무총리를 내란 선전·선동 혐의로 압수수색하려 했다. 근거는 다름 아닌 페이스북 게시글 한 줄이었다. “우원식 국회의장을 체포하라.” 그 문장을 특검은 국가전복의 신호로 읽었다. 그러나 글 한 줄로 내란을 입증하려는 수사는 이미 법의 영역을 벗어나 있다. 그것은 법의 이름을 빌린 정치이며, 정의의 형상을 한 통제다.

 

형법 제90조는 내란을 예비하거나 음모하거나 선전 또는 선동한 자를 처벌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이 조항은 단순한 말이 아니라 ‘현실적 위험이 존재하는 행위’에만 적용된다. 대법원은 1985년 판례에서 “폭동이나 반란이 실제 발생할 개연성이 없는 단순한 언론·출판·집회 행위는 선동으로 볼 수 없다”고 분명히 했다. 

 

그럼에도 특검은 21세기의 대한민국에서, 60여 년 전 법 감각으로, 국민의 언어를 재단하고 있다. 그 철 지난 법리를 아무리 억지로 끌어와도, 이번 사건에는 범죄의 구성요건이 맞지 않는다. 법이 아니라 의도를 위해 움직인 수사일 뿐이다.

 

조은석 특검은 검사 출신이다. 한때 윤석열 정부 시절 검찰총장 후보로 거론됐던 인물이며, 원칙주의자로 평가받았다. 그런 그가 오늘은 이재명 정부가 임명한 내란특검으로서, 전직 대통령과 보수 인사를 향하고 있다. 

 

그 변화가 권력의 유혹 때문인지, 정치적 압박 때문인지는 알 수 없다. 다만 분명한 것은, 그는 이제 법의 언어가 아니라 권력의 언어로 말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겉으로는 법대로, 속으로는 권력의 뜻대로 움직이는 이중 구조야말로 오늘의 사법 현실을 상징한다.

 

법은 언어로 이루어진다. 그러나 그 언어가 맥락을 잃으면 법은 정치의 무기가 된다. 지금 특검이 하고 있는 일은, 법의 칼로 정의를 베는 일이다. 헌법 제21조가 보장한 언론·표현의 자유는 국가의 안전을 지키기 위한 장치이지, 권력을 지키기 위한 명분이 아니다. 국가안보를 앞세워 시민의 입을 막는 순간, 법치는 권력의 외피로 변하고 민주주의는 껍데기만 남는다.

 

이 사건은 한 개인의 수사로 끝나지 않는다. 오늘 황교안 전 총리의 글이 내란의 증거가 된다면, 내일은 기자의 문장이, 모레는 시민의 댓글이 범죄의 증거가 될 것이다. ‘불편한 말’을 법의 잣대로 재단하는 사회는 이미 자유를 잃었다. 그 침묵이 길어질수록 우리는 더 이상 민주주의를 ‘체제’로 부를 수 없게 된다. 그것은 이미 합법의 옷을 입은 독재다.

 

글 한 줄이 내란의 증거가 되는 순간, 법은 권력의 언어로 타락한다. 조은석 특검이 진정 법의 이름으로 일하려 한다면, 그는 1961년의 판례가 아니라 2025년의 헌법을 봐야 한다. 

 

정의의 여신이 쓰러진 법정에서, 특검의 그림자는 높이 섰다. 그러나 역사는 늘 그 반대로 기록한다. “법을 빙자한 권력은 오래가지 못한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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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기사에 1개의 댓글이 달려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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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guest2025-10-28 07:06:46

    우원식이 국가에 끼친 해악은 체포로도 부족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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