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병훈 전 조선일보 부사장이 2017년 7월 북한 인권 행사에서 강연하고 있다. 연합뉴스
‘미스터 조선일보’ 안병훈 별세에 지면은 홀대 일변도
신문 황금시대 연 공헌 애써 무시한 배은망덕 왜?
호남 인맥이 점령한 조선일보가 고인 추모를 꺼린 탓
본질은 조중동의 정체성 실종의 구조적 문제
조우석 시사평론가참 맹랑한 부음기사도 다 봤다. 지난주 조선일보에 등장한 한 꼭지 기사 말이다. “이승만에서 샛강 살리기까지... 국가 비전 제시한 영원한 언론인/안병훈 前 조선일보 부사장 별세”(11월 1일자). 왜 그게 맹랑할까? 국가 비전을 제시한 언론인이라는 레토릭만 있고, 막상 뒷받침하는 내용은 찾아볼 수 없다. 고인의 공헌과 업적을 조금 아는 이라면, “이게 뭐지?” 싶을 것이다.
부음기사는 고인이 조선일보 편집인 시절 좌편향된 현대사를 바로잡기 위해 ‘이승만과 나라 세우기’ 전시회를 주도한 업적을 잠시 언급했다. 당시 전시는 40만 인파를 모음으로써 이승만 연구 붐을 마련한 기폭제였던 게 사실이다. ‘샛강을 살립시다’ 등 언론 공익 캠페인을 하고, ‘산업화는 늦었지만 정보화는 앞서가자’는 IT 강국 운동도 그가 진두지휘했다.
부음기사는 고인이 덕장(德將), 인화(人和)의 보스 등의 별명으로 불린 일화를 언급하는 것도 잊지 않았지만, 거기까지다. 빠진 게 더 많다. 온 나라가 벌겋게 변해가는 걸 지켜볼 수 없어서 은퇴 직후인 2005년 자유우파 출판사인 기파랑을 창립한 대목은 스쳐서만 언급했다. 그게 안병훈 생애사의 핵심인데, 왜 그런가?
정말 빠진 건 고인이 1960년대 입사 당시 판매 부수 꼴등이던 조선일보를 1등 신문으로 올려놓은 결정적 공헌 대목이다. 아는 이는 다 안다. 나 같은 신문기자 출신들은 더욱 그렇다. 안병훈이 그 신문 정치부장-편집국장-편집인-부사장을 역임하던 1980~90년대야말로 조선일보의 전성기와 정확하게 일치한다. 파트너 인보길과 함께 그 신문의 황금시대를 연 것이다.
그래서 안병훈은 ‘미스터 조선일보’이자, 그 신문의 최고사령관이 맞다. 그런 신문사의 상식적 정보를 그 부음기사는 외면했다. 오해 마시라. 미숙한 부음기사를 탓하자는 게 아니다. 부음기사 이후 조선일보의 지면 동향이 더욱 기이하다. 그의 타계 이후 지난 3일 발인식에 이르기까지 조선일보 지면의 침묵과 외면이 내 눈엔 더욱 괴이쩍다. 한마디로 ‘안병훈 패싱’이다.
안병훈 하면 조선일보를 떠나 언론계 거물인데, 왜 부음기사와 별도로 그 흔한 조사(弔詞) 한 꼭지가 없는가? 그 신문의 대표성을 갖고 있는 현직 주필이나 편집국장 등의 이름으로, 아니면 전직 기자가 나서서 “언론계의 큰 별이 졌다. 당신이 제시한 길을 따르겠다”며 독자의 심금을 울리는 한 꼭지의 글을 실었어야 정상이다.
상식으로는 고인의 빈소 풍경이나 발인식 당시 주변 상황을 스케치한 박스 기사도 실어서 고인에 대한 예우를 하는 게 맞다. 그게 독자들에 대한 정보 제공의 기초에 속한다. 조선일보는 이 모든 걸 하지 않았다. 조선일보 기자 출신에게 내가 직접 확인해봤다. 고인의 장례식은 일단 형식은 조선일보 사우장(社友葬)이었다. 하지만 그것도 문제가 없지 않았다.
장례 초기 일부에선 고인의 격에 맞게 조선일보 회사장으로 치르는 게 옳다는 견해가 있었지만, “전례가 없다”는 회사의 답변만 돌아왔다. 사우장도 무늬뿐이었다. 전현직 간부들이 영결식 때 죽 늘어선 채 눈만 꿈뻑꿈뻑하던 게 사우장 흉내의 전부였다. 누구 하나 선후배 기자의 정과 존경심이 담긴 조사를 낭독하지 않았다. 운구를 함께 하는 정중한 예의 표시도 생략됐다.
그래서 의문은 하나다. 왜 조선일보는 자기 신문 최고사령관에 대한 예우에 저렇게 소홀할까? 부주의한 탓일까? 아니면 의도적인 묵살일까? 상황이 그러하니 이재명 좌익정권에선 고인에 대한 훈장 추서 같은 것도 검토한 흔적조차 전혀 없다. 그건 안병훈 개인의 차원을 넘어 언론인 전체의 명예 문제다. 그리고 이 모든 게 조선일보의 자업자득이자 비극이 아닐 수 없다.
그래도 눈 밝은 독자들은 안병훈의 존재를 잊지 않았다. 그들은 그 섣부른 조선일보 부음기사 뒤에 심금을 울리는 댓글을 릴레이로 올렸는데, 이런 게 바로 진짜배기 ‘한 줄 조사(弔辭)’가 아닐 수 없었다. “조선일보를 위한 (고인의) 헌신과 업적에 비해 기사가 너무 초라하다”, “아, 방우영(전 명예회장) 시대의 최고사령관”, “자유민주주의 대한민국을 지켜주시옵소서” 등등이다.
댓글 중 백미는 “지금 조선일보가 하는 꼴을 보고 눈을 감지 못했을 것”이란 일갈이다. 나 역시 기꺼이 동의한다. 다시 물어보자. 고인에 대한 이런 홀대는 어떤 연유일까? 그게 이 칼럼의 관심이다. 여러 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고인 안병훈과, 현재의 조선일보 편집간부나 경영진 사이의 메울 수 없는 시국관-언론관의 간격이 문제다. 바로 그게 이런 배은망덕한 상황을 만들었다.
고인은 자유우파의 스피릿에 충실하려 했던, 그야말로 대한민국 편에 선 영원한 언론인인데 비해 현재의 조선일보 맨들은 안 그렇다는 뜻도 된다. 결정적으로 그런 안병훈이란 존재를 현 조선일보 기자 집단은 부담스럽거나 거치장스러워한다. 좀 더 구체적으로 언급할까?
이 모든 상황이 조선일보 수뇌부를 장악한 전라도 인맥 탓이다. 벌써 20여 년 전 좌파 대통령 김대중 등장 이후 광주일고 라인이 대거 약진했다. 당시 정권교체기의 조선일보는 김대중 측과의 교감 속에서 혹은 음험한 뒷거래를 통해 호남 출신을 편집국 요직에 앉히는 악수를 뒀던 것이다. 지금 생각하면 조선일보가 살아남으려고, 쉽게 가려고 죽을 꾀를 낸 꼴이었다.
한마디로 정치인 김대중과 뒷거래를 하다가 지금 이 모양이 됐다고 보면 된다. 그게 엄청난 화근이었다. 이름을 댈까? 호남 출신으로 잇달아 편집국장에 등용된 강천석과 송희영 등이 문제다. 그들은 광주일고 출신이었고, 이후 조선일보는 그들을 포함한 호남 세력이 대거 요직에 앉는 변화가 불가피했다. 그리고 그게 지면의 논조를 물타기했다. 김대중 비판은 사라지거나 현저히 둔화됐다.
이해하시겠는가? 그 신문이 지난 20년 노무현-문재인-이재명 좌파 권력과의 정면대결을 피해온 것도 모두 그런 맥락이다. 뿐인가? “조중동이 신문이라면, 우리 집 두루마리 화장지는 팔만대장경이다.” 그런 말이 나돈 건 10년이 다 된다. 그게 박근혜 대통령 탄핵 무렵이었다. 당시 탄핵 소동 자체가 언론의 난(亂)이었다. 저들은 정권이 바뀐 뒤엔 다시 윤석열 정부를 악마화하는데 다시 앞장서는 못된 짓에 코 박았다.
그렇게 좌파에 부역질하는 동안 조선일보를 포함한 조중동은 망조가 단단히 들었다. 이번 안병훈 부사장 건에서 보듯 신문 정체성과 신뢰는 흔들린 지 오래다. 조선일보의 경우 그 많던 독자들도 다 떠났다. 한때 발행 부수 200만 부를 호령하더니 지금은 50만 부도 안된다는 말이 나돈다. 모두 자업자득이 아닐 수 없다.
마무리다. 유력 일간지를 적으로 돌리는 건 내게도 부담이다. 그러나 검토 끝에 모종의 소명감으로 이 칼럼을 쓰기로 했다. 모두가 침묵할 순 없잖은가? 글 쓰기 전 조선일보 간부 출신과 통화했다. 내가 안병훈 부사장 장례식과 관련해 사실관계를 하나하나 따져 묻자, 그가 일일이 확인해줬다.
그는 종내 울먹이는 목소리가 됐다. “그래 모두 조선일보 탓이고, 우리 탓이야. 그리고 조형의 견해가 다 맞으니까 그대로만 소신껏 써주셔. 그리고 조형이 조선일보가 아니고 다른 신문사 출신이라는 게 뭐가 문제야? 이 나라 언론을 위해서 반드시 써줘야 해.”
조우석 시사평론가
이 기사에 8개의 댓글이 달려 있습니다.
벅근혜 탄핵 광풍이 시작 될 때 30년 구독하던 조선일보 끊었어요. 안 봐도 조금도 불편이 없슴니다. 정보의 취득원은 넘쳐 납니다. 좆선일보 가,은 쓰레기 언론에 끄달릴 필요가 없거든요. 좆선의 폐간을 열렬히 욤원합니다.
평생 습관처럼읽던 조선을 손절한건 1.15. 입니다 강천섣 송희영이 디진다해도 조선 쪽으로는 눈도 안돌릴겁니다 나라망하니, 역적과 영웅이 드러나는걸 봅니다 용기있는 칼럼 잘 읽었습니다
탄핵에 맛들인 방가를 응징 하라.
역사는 알고 있다. 네놈들의 만행을.
조선일보 같은 쓰레기 언론은 하루라도빨리 폐간되어야
이나라의 정의가산다
조우석 평론가의 시론에 공감하며 이는 이미 개인소통의 시대로 접어든 새로운 세상에서 legacy 언론의 한계를 보인 결과라 생각한다. 그나마 한미일보니까 이런 칼럼이 실린 것이다.
조우석님 명칼럼 감사합니다 신백훈 의병 올림
내가 오래전 종이신문때부터 조선일보에 독자기고를 통해 많은 글을 써왔던
조선일보가 인터넷판으로 바뀐뒤 박근혜 전 대통 탄핵때부터 망가지기 시작했다,
촛불난동에 편성해 부화뇌동하던 조선은 거론하기조차 역겨운 망동을 벌였다,
최근엔 좌빨들을 비판한다고 다섯번이나 댓글난에서 추방당했다,예전의 당당한
정론직필의 조선의 모습은 간데없고 호남풍의 왜곡된 좌파편향 일방적 기사흐름이
독자들을 정나미 떨어지게 하고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