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잠수함 '라이게이'. 교도 연합뉴스
일본 정부와 여당이 엄중한 동북아시아 정세와 방위력 강화 찬성 여론을 등에 업고 무기 수출을 제한하는 일부 규정을 철폐하는 작업에 속도를 내고 있다.
2일 요미우리신문에 따르면 일본 정부와 여당은 구난, 수송, 경계, 감시, 소해(掃海·바다의 기뢰 등 위험물을 없앰) 등 5가지 용도로 사용될 경우에만 방위장비 완성품을 수출할 수 있다는 규정을 내년 봄에 없애는 방안을 조율하고 있다.
이 규정은 '방위장비 이전 3원칙' 운용지침에 명시돼 있으며, 법률을 개정할 필요 없이 정부가 독자적으로 삭제할 수 있다.
집권 자민당이 전날 개최한 안보조사회에서는 방위장비의 5가지 수출 용도 제한 철폐를 지지하는 견해가 다수를 이룬 것으로 알려졌다.
자민당은 내년 2월께 제언 내용을 정리하고, 정부는 이를 바탕으로 4월께 규정을 철폐할 것으로 전망된다고 요미우리가 전했다.
자민당과 연립 여당 일본유신회는 지난 10월 연정 수립에 합의하면서 이 규정을 내년 상반기 중에 철폐하기로 약속했다.
방위장비 수출을 5가지 용도로 제한한 규정은 2014년부터 운용됐고, 이 규정 내에서 일본이 무기를 수출한 것은 2023년 필리핀에 경계관제 레이더를 넘긴 사례 외에는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운용지침에는 '공동 개발' 형태의 경우 용도와 관계없이 수출할 수 있다는 사실상의 예외 규정도 있어서 일본은 이를 활용해 호주에 호위함을 수출하는 방안을 추진해 왔다.
그런데도 일본 정부와 정치권에서는 5가지 용도 제한 규정 탓에 방위장비를 수출하기 어렵다는 불만이 이어졌고, 이를 철폐하는 것이 숙원으로 인식되기도 했다고 요미우리가 전했다.
이 신문은 "5가지 용도 제한 규정 철폐가 실현되면 살상 능력이 높은 장비를 포함한 폭넓은 장비의 수출이 가능해진다"며 "일본 방위산업 강화, 우호국과 협력 확대로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고 해설했다.
일본 정부와 여당은 규정 철폐 이후 파괴력이 있는 무기가 분쟁 당사국에 전달돼 분장 격화를 조장하는 사태를 막기 위한 제도도 정비할 방침이다.
다만 일각에서는 자민당의 연정 상대가 '평화의 당'으로 알려진 공명당에서 강경 보수 성향인 유신회로 변경되면서 무기 수출 확대 움직임에 제동이 걸리지 않을 것이라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일본은 2023년에도 특허료를 내고 생산한 라이선스 방위장비의 경우 라이선스 보유국에 부품만 수출할 수 있다는 규정을 바꿔 완성품도 제공할 수 있게 했다.
일본은 이를 근거로 최근 미국에 항공자위대가 보유한 지대공 미사일 패트리엇을 수출했다.
일본 정부가 무기 수출·생산에 힘을 쏟으면서 관련 기업의 매출도 급증하고 있다.
스톡홀름국제평화연구소(SIPRI)가 지난 1일(현지시간) 펴낸 '2024년 100대 무기 생산 및 군사 서비스 기업 보고서'에 따르면 미쓰비시중공업, 가와사키중공업, 후지쓰, 미쓰비시전기, NEC 등 일본 업체 5곳이 세계 100대 방산업체에 포함됐다.
이들 업체의 지난해 매출은 133억 달러(약 19조6천억원)로 전년 대비 40% 증가했다고 닛케이가 전했다.
산케이신문은 주요 국가 중 증가율이 가장 높다면서 "중국 위협 등을 주시하는 일본 정부의 방위력 증강 노선이 각 회사의 매출 증가로 이어졌다"고 분석했다.
일본 방위장비청이 전날 개막한 '방위산업 참가 촉진전'에는 정보통신(IT) 기업을 포함한 다양한 업체가 참여해 기술을 선보였다고 아사히신문이 전했다.
한편, 요미우리는 와세다대와 함께 9월 24일부터 10월 31일까지 2천4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우편 여론조사에서 방위력 강화에 찬성한다는 견해가 67%였고, 반대한다는 의견은 31%였다고 전했다.
이 조사에서 65%는 중국이 향후 대만을 침공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답했다. 침공을 예상하지 않는다는 응답자는 32%였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