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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인식 칼럼] 폴란드가 스웨덴을 택한 날, 한국 방산이 깨달아야 할 것들
  • 최인식 칼럼니스트
  • 등록 2025-12-03 06: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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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형 잠수함 이미지. Saab 홈페이지 캡처

한미일보 칼럼니스트폴란드의 ‘오르카 사업’에서 한국이 아닌 스웨덴이 최종 승자가 된 순간은 단순한 수주 실패가 아니다. 


유럽의 안보 지형, 나토(NATO)의 결속력, 발트해 전략, 그리고 글로벌 공급망 동맹이 한화오션의 기술력보다 더 결정적인 힘을 발휘했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이번 패배의 핵심은 기술력이 아니라 ‘유럽 안보 생태계와의 연동 여부’였다.


스웨덴의 A26 잠수함은 물론 뛰어난 플랫폼이지만, 더 중요한 점은 폴란드가 유럽 안보의 새로운 축을 만들고 있다는 사실이다. 북유럽·발트해 국가들은 러시아의 위협 속에서 ‘발트해 방위 동맹’을 구축하며, 방위산업까지 하나의 체계로 묶고 있다. 이 구조 속에서 한국은 “역내 연대의 벽(European security bloc barrier)”을 넘지 못했다. 장보고함 무상 양도라는 파격 카드도 유럽의 결속 앞에서는 힘을 쓰지 못했다.


유럽 안보 시장에서 한국이 다시 도전하려면, 이제 기술력과 가격만으로는 부족하다. 캐나다 차세대 잠수함 프로젝트(CPSP)에서 한화오션이 승부를 보기 위해서는 세 가지 전략적 전환이 필요하다.


첫째, ‘동맹 기반 패키지 전략’을 갖춰야 한다.


한국형 잠수함 기술력은 인정받고 있다. 문제는 ‘함정+훈련+기지 구축+현지 정비+장기 파트너십’을 포괄하는 패키지 경쟁력이다. 스웨덴이 폴란드에 기존 잠수함을 임시 제공(gap-filler)하고, 폴란드 조선소 정비 역량까지 투자한 전략은 교과서적이다. 한국도 캐나다와의 연합훈련, MRO 투자, 북극항로 작전 솔루션 등 동맹 기반의 ‘전략 번들’을 제시해야 한다.


둘째, 방산 외교의 일관성이 필요하다.


한국 방산은 기술·가격 경쟁력으로 세계의 주목을 받고 있지만, 외교 노선이 흔들릴 때 리스크는 곧바로 방산으로 튄다. 이재명 정권의 ‘친중 경사(傾斜)’는 이미 미국·나토권에서 경계 대상으로 인식되고 있다.


미국·캐나다·유럽 방산은 ‘가치 동맹 산업’이다. 중국과 밀착하는 정부 아래에서 한국 방산은 안보 동맹 시장에서 신뢰도를 잃게 된다. 폴란드의 경우도 “유럽 안보 네트워크와의 조율”이 핵심이었는데, 한국 정부의 전략적 메시지가 불투명하니 자연히 불리한 위치에 설 수밖에 없다.


셋째, 한국 방산의 글로벌 생태계를 만들 때다.


스웨덴은 폴란드 구조함을 구매하고, 폴란드는 스웨덴 무기를 들여오며 ‘상호 조달 체계’를 만들고 있다. 반면 한국은 여전히 “수출 중심 구조”에서 벗어나지 못한다.


캐나다 사업에서도 캐나다 조선 산업·북극 해군 전략·미국과의 연합 방위 체제와 연결되는 ‘삼각 생태계’를 구축할 수 있어야 한다. 단순히 잠수함을 파는 것이 아니라, 캐나다를 한국형 북극·북대서양 방위 네트워크의 파트너로 만드는 전략이 필요하다.


이번 폴란드의 선택은 한국에 ‘실패가 아니라 메시지’다.


세계는 기술만 보지 않는다.


국가 전략, 동맹 구조, 안보 철학을 함께 본다.


그런 의미에서 지금 한국의 가장 큰 리스크는 잠수함 기술력이 아니라 “국가 중심축이 흔들리는 외교·안보 전략의 부재”다.


이재명 정권의 모호한 외교 노선, 반서방 기류는 결국 국익을 잠식하고 있다. 방산은 외교와 국방 전략이 결과로 드러나는 산업이다. 친중으로 기울고, 나토와의 신뢰가 흔들리면 폴란드 사건은 앞으로도 반복된다.


한국 방산이 다시 도약하려면, NATO·미국·캐나다·유럽과의 신뢰 회복이 먼저다.


기술은 이미 준비돼 있다.


부족한 것은 한국을 믿고 동맹의 전선을 함께 구축할 수 있는가라는 질문에 답하는 일이다.


캐나다는 한국에 다시 한 번 기회가 될 수 있다.


그러나 전제가 있다.


“한국은 어느 편에 서는가?”


이 질문에 명확히 답할 때 비로소 한화오션은 60조 시장의 문을 열고, 한국 방산은 세계 안보 질서의 주요 플레이어로 자리 잡을 것이다.


한미일보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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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기사에 1개의 댓글이 달려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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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guest2025-12-03 07:37:11

    한마디로 이재명 때문이지 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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