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 반중 언론인 지미 라이의 2021년 모습. EPA 연합뉴스
홍콩의 반중 언론인 지미 라이가 열악한 수감생활로 건강이 크게 악화했다고 그의 자녀들이 주장했다.
4일 AFP통신에 따르면 지미 라이의 딸 클레어 라이와 아들 세바스티안 라이는 다음 주면 78세가 되는 고령에 당뇨병 환자인 부친이 여름철 섭씨 44도까지 올라가는 독방에서 에어컨도 없이 갇혀 있다고 말했다.
이들은 지미 라이에 대해 지지를 호소하기 위해 미국 워싱턴DC를 방문해 AFP와 인터뷰했다.
몇 달 전 아버지를 만나고서 홍콩을 떠난 클레어 라이는 "아버지가 눈에 띄게 체중이 줄었고 이전보다 훨씬 약해졌다"며 "그의 손톱은 보라색, 회색, 녹색으로 변했다가 빠졌고 치아는 썩어가고 있다"고 말했다.
클레어 라이는 지미 라이가 독실한 가톨릭 신자인데 교도관들이 영성체(예수의 죽음과 부활을 기리며 예수의 몸과 피로 여겨지는 빵·포도주를 나누는 의식)를 받지 못하게 했다고 전했다.
또 교도관들이 지미 라이가 카레 소스를 좋아한다는 것을 알고서는 아예 카레 소스를 주지 않는 등 "사소한 것에서 그를 괴롭혀 사기를 꺾으려 한다"고 말했다.
그의 아들 세바스티안 라이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키어 스타머 영국 총리가 영국 시민권자인 아버지와 관련해 계속 중국에 문제를 제기하기를 희망한다고 말했다.
인터뷰하는 지미 라이의 자녀들 홍콩의 반중 언론인 지미 라이의 아들 세마스티안 라이(오른쪽)와 클레어 라이(왼쪽)이 지난 2일 미국 워싱턴DC에서 AFP통신과 인터뷰하고 있다. AFP=연합뉴스
세바스티안 라이는 "아버지를 비행기에 태워 보내는 데 두 시간도 걸리지 않을 것이다. 그건 인도적인 일이고 옳은 일"이라며 "그들은 이미 아버지를 지옥에 빠뜨렸다"고 호소했다.
홍콩의 반중 매체 빈과일보의 사주였던 지미 라이는 외국 세력과 공모하고 선동적 자료를 출판해 홍콩국가보안법을 위반한 혐의 등으로 2020년 12월 구속기소 됐다.
2019년 홍콩 대규모 반정부 시위에 놀란 중국 당국이 2020년 6월 제정·시행한 홍콩국가보안법은 국가 분열, 국가정권 전복, 테러 활동, 외국 세력과의 결탁 등 4가지 범죄를 최고 무기징역형으로 처벌할 수 있도록 한다.
지미 라이의 국보법 위반 혐의 재판은 여러 차례 연기된 끝에 2023년 12월에 시작돼 지난 8월 최종변론 후 선고를 앞두고 있다.
그는 국보법 위반 혐의와 별개로 2019년 불법 집회 주도 혐의로 2021년에 징역 20개월을, 2022년에는 빈과일보 사무실을 허가용도 이외 목적으로 사용한(사기) 혐의로 징역 69개월을 각각 선고받았다.
그가 1995년 6월 창간한 빈과일보는 당국의 전방위 압박 속 2021년 6월 24일 자진 폐간했다.
홍콩 정부는 AFP 보도 내용에 대해 "사실을 왜곡했다"며 지미 라이가 수감 중에도 적절한 치료를 받았다고 반박했다.
홍콩 정부는 성명에서 "해당 보도는 대중이 라이에 대한 조치가 '열악했다'고 믿도록 해 홍콩정부를 비방하려는 것"이라며 "교정당국 등 관련 기관은 지미 라이를 다른 수감자와 동등하게 대우했으며 그는 수감 중 적절한 치료와 대우를 받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