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일(현지시간) 도널드 트럼프 미 행정부의 과도한 이민 단속에 대한 우려가 커지는 가운데 이민자 구금시설에서 세 번째 사망자가 발생해 시민들의 시위가 이어지고 있다. [사진=AFP·연합뉴스]
미국 미네소타주에서 불법 체류자 단속을 둘러싼 시위가 격화되는 가운데, 노스캐롤라이나 포트 브래그에 주둔 중인 미 육군 제11공수사단 예하 병력 약 1500명에 대해 ‘투입 대비 명령(alternate deployment readiness order)’이 하달된 것으로 전해졌다.
이는 즉각적인 투입 명령이 아니라 주 방위군과 연방 치안 병력으로 상황 통제가 불가능할 경우를 대비한 예비 조치로, 미 본토 내 치안 사안에 정규군이 거론되는 것 자체가 사태의 심각성을 방증한다.
미국 내 불법 체류자 단속이 2026년 미국 정치의 핵심 변수로 부상했다. 미국 이민세관단속국(ICE)의 단속 방식과 그것을 둘러싼 사회적 반발이 있다. 그리고 이 모든 것은 2025년부터 누적되어 온 사건과 충돌의 결과물이다.
ICE의 도시 중심 단속… 대도시 이민자 공동체, 반(反)공화당으로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의 두 번째 임기가 시작된 2025년 1월20일을 기점으로 ICE가 불법 체류자를 대대적으로 단속하기 시작했다. 이전에는 국경을 중심으로 단속했지만, 2025년 중반부터 ICE는 도시 지역 내에서의 현장 체포(community arrests)로 급격히 단속 방향을 바꿨다.
이로 인해 ICE의 도시 중심 단속은 언론과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노출을 염두에 둔 ‘보여주기식 법 집행’으로 국민에게 과시하려는 것 아니냐는 비판을 불러왔다.
2025년 말 기준 ICE는 약 32만8000건 이상의 체포 건수를 기록했고, 그중 대다수가 대도시 중심의 단속 과정에서 이루어졌다. 또한 약 32만7000명에 대한 추방이 이루어졌다는 집계도 존재한다. 이는 전년 대비 크게 증가한 규모다.
그러나 숫자 이상으로 중요한 것은 ‘어디서’ 그리고 ‘어떤 방식으로’ 단속되었는가 하는 것이다. 뉴욕·로스앤젤레스·시카고·휴스턴·트윈시티(미네소타주 미니애폴리스-세인트폴) 등 대도시에서의 단속 건수는 해마다 증가했다. 이와 달리 농촌 지역에 대한 ICE 단속은 상대적으로 느슨하다.
대표적인 농업 중심지인 캘리포니아주의 센트럴밸리, 텍사스주의 리오그란데 밸리, 아이오와주와 네브래스카주의 육가공 벨트에서는 대규모 단속이 거의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 이들 지역은 미국 식량 공급의 핵심이며, 120만 명에 가까운 이민 노동자들의 경제적 활동의 중심이기도 하다.
이 지역에서의 대규모 체포는 노동력 공백을 초래하여 생산 차질로 인한 식품 가격 급등으로 이어질 수 있기에 느슨하게 단속한 것이다. 이로 인해 ‘차별적 단속’이라는 비판이 나오는 것은 물론, 도시와 농촌 간 단속 차이가 정치적 균열로 이어지고 있다.
이러한 단속 차별은 단순한 행정적 결정을 넘어 미국 사회의 분열을 야기했다. 대도시의 히스패닉·라티노 공동체는 단속을 ‘표적 공격’으로 받아들이기 시작했다.
그들은 전통적으로 여론조사에는 소극적으로 반응하지만 투표 현장에서는 조직적으로 움직이는 공동체다. 이때문에 잠재적 민주당 유권자로 분류되는 히스패닉·라티노 공동체가 ICE의 도시 중심 단속으로 확실한 반(反)공화당 유권자로 변할 수도 있다.
르네 니콜 굿의 죽음… 미네소타 시위와 ICE의 ‘도심 대공세 작전’
2026년 1월7일, 미네소타주 미니애폴리스 남부 주택가에서 백인 여성인 르네 니콜 굿(Renée Nicole Good, 37세)이 ICE 요원의 총격으로 사망했다. 이 사건은 ICE의 단속이 단순한 불법 체류자 단속이 아니라, 미국 시민권자에게도 위협을 가할 수 있다는 상징적 이미지를 만들어냈다.
이 사건은 전국적인 논쟁을 촉발하며 “ICE가 불법 체류자 단속을 넘어 지역 주민의 기본적 자유와 헌법적 권리를 침해하고 있다”는 주장이 제기되었다.
특히 2026년 1월10일·11일부터 “ICE 폐지” “정의 없이는 평화도 없다” 등의 구호와 함께 시위가 확대되었으며, 로스앤젤레스·뉴욕·워싱턴D.C.·필라델피아·보스턴 등으로 항의 행진과 시위가 이어졌다.
그중 미네소타의 시위는 특히 격렬하다. 단순히 거리 시위에 그치지 않고, 학생들이 동맹휴업에 참여하며 항의 시위를 벌였고 민주당 티머시 제임스 월즈(Timothy James Walz) 주지사와 제이컵 프레이(Jacob Frey) 미니애폴리스 시장은 ICE의 철수를 강하게 요구하며, 연방 정부와 갈등을 빚었다.
연방 정부는 이에 맞서 ICE 요원 2000여 명을 트윈시티로 추가 배치하며 이른바 ‘도심 대공세 작전(Operation Metro Surge)’이라 불리는 작전을 진행하며 약 3000명의 연방 요원을 배치했다.
美 중간선거 앞둔 ICE 단속… 히스패닉·라티노 공동체의 표심 이탈
트럼프 대통령 임기 2년 차에 하원 전석과 상원 의석의 3분의 1, 다수의 주지사를 새로 선출하는 2826년 11월 중간선거를 앞두고 불법 체포자 단속은 미국 정치의 핫 이슈가 되고 있다. 전통적으로 집권당은 중간선거에서 의석을 잃는 경향이 있다.
ICE의 도시와 농촌 간 불균형적 단속은 극명한 정치적 효과를 만들고 있다.
대도시 히스패닉·라티노 공동체의 표심 이탈이 나타나고 있고, 농촌 지역에서는 단속으로 인한 경제적 파장을 걱정하는 목소리가 크다. 국경 봉쇄 자체는 여전히 많은 미국인이 환영한다.
그러나 대도시 내 대규모 체포 작전으로 인한 충돌과 파장이 다가오는 중간선거의 판세를 뒤흔들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한미일보 편집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