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만에 대한 중국의 군사적 압박이 지속되는 가운데 대만 국방부(사진)가 최근 북부 타이베이 다즈 지역 보아이 부대에 합동화력협조센터를 신설했으며, 이 센터는 군 최고위층이 각 군 화력 배치를 조율하는 기능을 할 것이라고 연합보 등 대만언론이 26일 보도했다. [사진=연합뉴스]
대만을 둘러싼 동아시아 안보 환경이 다시 요동치고 있다.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총리가 대만 유사시 미·일 공동 행동 가능성을 언급하며 중국의 강한 반발을 불러온 가운데, 대만이 미국산 무기 도입 지연 문제로 한국산 무기 체계에 관심을 보이고 있다는 사실이 구체적으로 드러나면서 역내 안보 셈법이 한층 복잡해지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다카이치, “대만 유사시 미국과 공동 행동”
다카이치 총리는 26일 TV 프로그램에 출연해 대만 유사시 현지에 체류 중인 일본인과 미국인을 구출해야 하며, 상황에 따라 미국과 공동 행동을 취할 수 있다는 취지의 발언을 했다.
그는 “미군이 공격받았을 때 일본이 아무것도 하지 않고 물러난다면 미·일 동맹은 무너질 수 있다”고 말했다.
다카이치 총리는 군사 개입을 전제로 한 발언은 아니라고 선을 그었지만, 대만 문제에 민감한 중국을 자극할 가능성은 여전히 남아 있다.
그는 지난해 11월 국회에서 대만 유사시 무력 충돌이 발생할 경우 집단 자위권 행사가 가능한 ‘존립 위기 사태’가 될 수 있다고 언급해 중국의 강한 반발을 샀고, 이후 중국이 희토류를 포함한 일부 물자의 수출 통제를 발표하면서 중·일 관계는 더욱 냉각 국면으로 접어들었다.
이 같은 긴장 국면 속에서 대만의 무기 조달 전략에도 변화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 대만은 전통적으로 미국산 무기에 크게 의존해 왔지만, 최근 들어 주요 무기 체계의 납기가 잇따라 지연되면서 방위력 공백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대만이 미국에 구매를 요청한 F-16V 블록 70/72 전투기 66대는 당초 2024~26년 인도가 예정돼 있었으나, 생산 지연으로 일부 기체는 2026년 이후에 인도될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이 전투기에 탑재될 AGM-154C 정밀 유도 활공폭탄 역시 당초 계획보다 수년 미뤄져 2027~28년 인도가 거론되고 있다.
해군 전력 역시 마찬가지다. 대만이 도입을 추진한 MK-48 중어뢰 24문과 훈련용 어뢰는 공급망 문제로 인해 2026~28년 이후로 인도가 늦춰질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으며, 지상 전력 강화를 위해 요청한 미국산 M109 계열 자주포 60대 이상도 생산 병목 현상으로 인도 시점이 2026년 이후로 연기된 상태다.
이처럼 핵심 전력의 전력화가 늦어지면서, 대만 내부에서는 ‘유사시 즉각 활용 가능한 전력’에 대한 요구가 커지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대만, 미국산 무기 납기 지연에 K-무기 체계 검토
이러한 상황 속에서 대만이 대안으로 검토한 것이 한국산 무기 체계다.
1월 초 보도에 따르면, 대만은 중국의 군사적 압박이 강화되는 상황에서 단기간 내 자국의 전력을 보강할 수 있는 선택지로 K9 자주포 약 40문, K2 흑표 전차 약 100대, K239 천무 다연장로켓 약 20문 도입을 검토한 것으로 전해졌다.
특히 천무 다연장로켓은 대만 해협이라는 지형적 특성상 상륙 전력을 원거리에서 제압할 수 있는 수단으로 평가받으며 관심을 끌었다.
대만이 한국산 무기에 주목한 배경에는 미국산 무기의 정치적 승인 절차와 납기 불확실성, 높은 비용 부담이라는 문제가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반면 한국산 무기는 상대적으로 가격 경쟁력이 있고, 실전 운용 경험과 수출 사례를 통해 신뢰성을 확보했으며, 비교적 빠른 전력화가 가능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다만 이러한 관심이 실제 계약으로 이어질 가능성은 제한적이라는 관측이 우세하다. 한국 정부와 방위사업청은 대만에 대한 무기 수출 문제를 매우 신중하게 다루고 있다.
대만에 무기를 판매할 경우 중국의 반발과 경제적 압박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고, 대만 군 관계자가 중국으로 기술을 유출할 위험과 한반도 안보 환경에 미칠 간접적 영향도 고려해야 하기 때문이다.
실제로 보도에 언급된 한국산 무기 도입 구상은 모두 검토 단계에 머물렀고, 공식 계약으로 이어지지는 않았다.
전문가들은 일본 총리의 발언, 미국산 무기 납기 지연, 대만의 무기 조달 다변화 움직임이 각각 독립된 사안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미·중 전략 경쟁이라는 큰 틀 속에서 긴밀히 연결돼 있다고 분석한다.
대만 해협을 둘러싼 긴장이 고조될수록, 주변국들의 발언과 무기 거래 논의는 단순한 외교 수사를 넘어 한반도 안보 환경 전반에 장기적인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는 사안이다.
대만 해협을 둘러싼 긴장이 커질수록, 각국의 계산 또한 더욱 복잡해지고 있다.
한미일보 편집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