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요일 도쿄 레키센 공원에서 다카이치 사나에 총리의 중의원 선거 유세 연설을 기다리는 사람들 사이 경찰관들이 경비를 서고 있다. [재팬타임스 캡처]
중의원 해산 이후 실시된 일본 총선에서 집권 여당인 자민당이 총 316석을 확보하며 전체 의석 중 3분의 2가 넘는 압도적 지지를 확인시켰다.
김규나 작가는 페이스북에 연재 중인 ‘김규나의 소설 같은 세상’(299회)에서 사사키 조의 ‘경관의 피’를 언급하며 일본의 이번 선택이 결코 우연이 아니라고 역설한다.
체제의 근간 지킨 일본 경찰 가문 이야기
사사키 조의 소설 ‘경관의 피’에는 3대에 걸쳐 시대의 어둠과 싸운 경찰 가문이 등장한다. 김 작가는 이 소설을 다음과 같이 소개하고 있다.
사사키 조의 소설 ‘경관의 피’
“특히 2대 안조 다미오가 홋카이도 대학 적군파의 심장부에 침투해 공산주의 파급을 막아내던 웅크린 세월은 일본 현대사의 뼈아픈 기록이다.
잠입 수사의 압박에 영혼이 마모되면서도 그들이 지키려 했던 것은 단순한 치안이 아니라 체제의 근간이었다.
일본이 전후(戰後) 좌익 세력의 집요한 분열 책동을 이겨내고 오늘날 자민당의 압승을 통해 사회 저변의 공산당 그림자를 걷어낼 수 있었던 바탕에는, 이처럼 보이지 않는 곳에서 ‘좌경화의 독소’를 온몸으로 막아낸 앞선 세대의 처절한 헌신이 있었다.
타국의 우경화를 근심하는 한국 언론의 시선이 결코 닿지 못하는 지점이 바로 여기다. 일본은 이미 수십 년 전, 누군가의 영혼을 제물로 삼아서라도 지켜야 할 가치가 무엇인지 처절하게 질문하고 답을 내렸던 것이다.”
김 작가는 “일본의 유권자들은 불안한 국제 질서의 파고 속에서 ‘강한 국가’라는 생존의 선택지를 집어 들었다”며 “그것은 누군가의 선동이 아니라, 시대를 온몸으로 겪어낸 시민들이 체감 온도로 써 내려간 준엄한 답변이었다”고 강조한다.
압승 직후 다카이치 총리는 “승리에 취해 있을 시간이 없다”는 일성으로 국가 안보와 인텔리전스, 경제를 최우선 과제로 올렸음을 환기시켰다.
일본 사회의 위대한 합의 비웃는 한국 언론
김 작가는 “내 나라는 내 손으로 지킨다는 그의 일념은 선언을 넘어 일본 사회의 거대한 합의가 되었다”며 “미국을 비롯한 자유 진영은 이를 반가운 신호로 읽었고, 중국의 압박이 역설적으로 일본 정치의 구심점을 단단하게 벼려냈다고 분석했다”고 전했다.
자민당의 총선 압승 직후 다카이치 일본 총리는 “승리에 취해 있을 시간이 없다”는 일성과 함께 국가 안보와 인텔리전스, 경제를 최우선 과제로 올렸다. [EPA=연합뉴스]
아울러 “이와 같은 맥락은 한국의 주류 언론 보도에서 좀처럼 중심에 놓이지 않는다”며 대신 ‘전쟁할 수 있는 나라가 되나’ ‘강한 일본, 위험한 우경화’ ‘군국주의의 부활’ 같은 문장이 헤드라인을 장식한다고 개탄했다.
이어 “안보 환경의 변화, 중국의 압박, 미·일 동맹의 재조정이라는 현실적 배경은 뒷전으로 밀어내고, 일본 국민을 마치 위험한 버튼을 누른 철부지 아이들처럼 묘사한다. 일본 사회가 왜 그런 선택을 했는지를 분석하기보다, 자신들 눈에 ‘잘못된 선택’을 한 그들을 훈계하는 것이 한국 언론의 도덕적 사명인 것처럼 ‘우경화’라는 낙인만 반복한다”고 덧붙였다.
또 “이 낯익은 훈계는 ‘군국주의의 전철을 밟지 말라’며 짐짓 점잖게 압박하는 중국의 엄포와 닮아 있다. 총을 들지 않은 간섭, 논리가 아닌 도덕의 탈을 쓴 겁박. 한국의 주류 언론은 일본을 향해 늘 그 문장을 대독(代讀)해주고 있는 셈이다.
진정한 아이러니는 여기서 시작된다. 세계가 오른쪽으로, 즉 자국 우선주의와 실리적 안보의 길로 거침없이 나아갈 때, 한국만 거울을 거꾸로 든 채 남의 그림자만 비난하고 있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다음은 김 작가가 꼽은 ‘경관의 피’의 주요 대목이다.
“쇼와 23년 이후로 일본의 내부 균열은 더욱 확장되었다. 힘을 키운 노동자들은 전쟁 전과는 비교가 되지 않을 정도로 전투적인 운동을 펼치게 되었고, 공산당도 세력을 확장해 일부는 진심으로 폭력 혁명을 지향하고 있었다.
노동자와 좌익 학생들이 파출소나 주재소를 뒤덮었고, 경관이 권총을 빼앗기는 사건도 몇 건이나 발생했다. 석 달 전에는 북한군이 삼팔선을 돌파해 한국전쟁이 발발했다.
맥아더가 이끄는 유엔군이 인천에 상륙하여 북한군을 삼팔선 이북으로 몰아낸 다음에야 일본 내의 공기도 겨우 어느 정도 안정을 되찾았다.
하지만 향후 한국의 정세에 따라서 일본 내에서도 급진적인 좌익운동이 고조될 것이다. 일본의 공공기관 내에서는 좌익운동에 대한 경계심이 높아졌다.”
‘애국’이 곧 ‘극우’와 동의어가 되는 현실
이어지는 김규나 작가의 글은 대한민국의 현실을 잘 드러내고 있다.
“이미 우리 주변의 풍경은 특정 방향으로 완전히 기울었다. 근로 현장은 강성 노조의 영향력이 깊숙이 자리 잡았고, 정치·교육·역사·문화 영역은 특정 이념에 잠식되었다.
이 땅에서는 애국이 곧 극우의 동의어가 되고, 안보는 전쟁광의 서사가 된다. 자유와 동맹의 가치를 설파하면 냉전의 유령을 불러냈다는 죄목이 붙는다.
이른바 586세대를 중심으로 한 친중·친북 노선은 지성의 한 갈래처럼 포장되고, 친미·친일은 매국의 언어처럼 취급된다. 총칼만 들지 않았을 뿐, 한국 사회는 이미 치열한 이념 전쟁의 한복판에 서 있다.
그럼에도 한국 언론은 일본의 우경화만을 걱정하며 부적처럼 ‘극우’를 외친다. 그들에게 ‘좌경화’라는 단어는 입 밖으로 내뱉어서는 안 될 금기어다.
질문은 늘 담장 밖을 향하고, 병든 내부는 성역으로 남겨둔다. 균형을 입에 올리지만 저울의 한쪽 접시는 이미 바닥에 닿아 있다.
민주주의가 가장 치명적인 위기에 봉착하는 순간은, 타인의 선택을 도덕적으로 난도질하면서 자신이 앓고 있는 고질병은 애써 외면할 때다. 우경화가 위험의 징후라면, 좌경화야말로 파멸의 전조다.”
마지막으로 김 작가는 “오랫동안 한쪽으로만 고개를 돌려온 당신들에게 묻는다”며 “타국의 우경화를 감시하느라 정작 우리 영혼을 잠식한 좌경화의 검은 그림자를 단 한 번이라도 진지하게 걱정해 본 적 있는가. 이 질문에 답하지 못하는 한, 그들이 외치는 ‘평화’와 ‘균형’은 허구일 뿐”이라고 일갈했다.
깨어나라, 개인이여!
일어나라, 자유 대한민국이여!
김규나 작가는 ‘소설 같은 세상’을 페이스북에만 싣고 있다. 자율 구독료는 1만 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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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금주: 김규나

◆ 김규나 작가
작가는 2006년 부산일보 신춘문예 단편소설 ‘내 남자의 꿈’이, 2007년 조선일보 신춘문예 단편소설 ‘칼’이 당선돼 등단했다. ‘트러스트 미’ ‘체리레몬칵테일’ 등의 장편소설을 출간했으며 최근 ‘소설로 읽는 세상’을 펴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