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의 권력구조가 상식적 현대국가 모형과 동떨어져 있다는 점을 기억해야 한다.
이란에 대해, ‘선거와 국회를 가진 주권 국가’라며 ‘외부에서 함부로 재단하지 말라’는 사람들이 있다. 이란의 권력구조가 상식적 현대국가 모형과 동떨어져 있다는 점을 외면한 결과다.
이란에서 국가 대사의 최종 결정은 성직자인 최고지도자가 한다. 대통령에겐 핵 문제나 대외정책의 중대한 방향 전환을 이끌 힘이 제한적이고, 군 통수권조차 없다. 이란의 선출 권력이란 사실상 ‘체제의 포장지’에 불과하며, ‘칼과 금고’는 국군과 별도의 군대, 즉 혁명수비대(IRGC) 소관이다.
IRGC는 군사·치안·산업 복합체… 이란의 실질 운영자
IRGC를 흔히 ‘정권 친위대’로 부르지만, 너무 순한 표현이다. 미국 외교협회(CFR)가 인용한 설명 그대로, 오늘날 이란의 모든 주요 경제 부문을 통제하는 최강 세력이 IRGC다.
이 조직은 이란-이라크 전쟁 뒤 복구사업 차 경제에 발을 들인 이래 은행·해운·제조·소비재 수입 등으로 활동 범위를 넓혔다. 군사·정보·치안 권력과 경제 권력이 한 덩어리가 된 것이다. 이란 신정체제의 핵심이란 성직의 권위를 빌려 국가를 지배하는 군사-행정-경제 복합체다.
그 실태가 국부의 원천인 석유 부문에서 가장 노골적이다. IRGC는 2024년 말 기준 이란 석유 수출의 최대 50%를 장악했고, 3년 전 약 20% 수준에서 급증한 수치라고 로이터가 보도했다.
IRGC는 유령선단과 물류망, 중국 내 전면회사를 동원해 제재를 우회하며 국영 석유기구 영역까지 잠식해 있다. 돈줄을 보면 누가 체제의 실권자인지 자명하다. 국가의 최대 외화수입원이 정부의 행정 통제보다 IRGC의 비공식 네트워크에 더 강하게 묶여 있다.
괴물이 된 IRGC… 국외 反美 세력의 뒷배
최근 온건·실용파 성향의 마수드 페제시키안 대통령은 걸프 국가들에 사과성 유감을 표하며 공격 자제와 중단을 시사했다가 IRGC와 성직자 강경파의 거센 반발을 샀고, 결국 한발 물러섰다. 국민의 직접 선거로 뽑힌 대통령이 외교 메시지 하나 자율적으로 유지하지 못한다는 뜻이다.
이란에서 국가 대사의 최종 결정은 성직자인 최고지도자가 한다.
2010년 말 공개된 위키리크스 외교 전문에선 마무드 아마디네자드 당시 대통령이 IRGC 총사령관에게 뺨을 맞았다는 충격적 전언까지 소개된 바 있다. IRGC의 일시적 월권이 아니라 체제적 상수라는 게 중요하다. 재작년 대선에서 비주류 후보 페제시키안을 유권자들이 깜짝 당선시켰지만 그 이상 할 수 있는 게 없다.
로이터 보도대로 지난달 모즈타바 하메네이의 최고지도자 선출 때 주저하던 성직자들과 정치권 실용파를 IRGC가 밀어붙였다. 이란이 “종교적 정당성의 얇은 외피만 걸친 군사국가”로 더 기울 수 있다는, 전직 개혁파 관료와 정권 내부 인사들 우려도 함께 전해졌다. 또 다른 소식통 역시 “이란의 운영자는 IRGC” 취지로 짚었다. 이란 헌법상 최고지도자 선출은 전문가 회의 몫이지만 실질적 ‘킹메이커’가 IRGC인 것이다.
인사·정보·자금·후계구도·안보 의사결정을 통해 국가 전체를 장악하는 ‘장기 잠식형 쿠데타’, 과연 이것이 탱크 끌고 거리로 나서는 고전적 쿠데타보다 덜 위험할까. 혁명 이후 약 반세기 동안 이란에선 IRGC의 제도화된 ‘상시 쿠데타’가 진행된 것이나 다름없다. 하나의 해석이긴 하지만, 이를 뒷받침할 사실들은 늘어 왔다.
유엔의 이란 독립 국제사실조사단이 지난달 이란 상황을 “전례 없는 수준의 제도화된 억압”이며 “반인도범죄에 해당할 수 있는 위반”이라고 경고했다. IRGC가 반미 무장세력들의 뒷배라는 것도 잘 알려진 사실이다.
자국 민생보다 헤즈볼라·하마스·후티·이라크 민병대 등을 향한 자금·무기·기술·훈련 제공을 우선시해 온 것이다. 이런 세력의 전횡에 대해 ‘주권국가의 내부 문제이니 간섭 못 한다’고 한다면, 주권을 ‘억압 독점의 면허’로 오해하는 꼴이다.
트럼프 對이란 강경책의 도덕적·전략적 측면
국제사회가 이란의 현실에 대해 더욱 분명한 도덕적 문제제기를 해야 할 이유는 충분하다. 이런 차원에서 트럼프 강경책은 정당성을 가진다. 백악관은 2025년 2월 ‘최대 압박’을 복원하며 이란의 핵무장 경로 차단, 미사일 및 비대칭 전력 억제, 테러 네트워크 무력화를 목표로 제시했다.
2026년 2월엔 이란 정부의 위협에 대응하는 추가 행정조치와 팩트시트를 내놨다. IRGC의 석유 밀수와 해운·보험·대리세력 자금줄 단절 압박 자체는 도덕적으로나 전략적으로나 납득할 만하다. 상대가 수십 년간 선출권력을 허수아비로 만들고 산업과 치안을 독점하며 역외 무장 네트워크까지 운영해 온 체제다. 이에 대한 강경책을 “제국주의적 간섭”이라 한다면 그게 오히려 수상하다.
한편 트럼프 최후통첩 시한을 약 90분 남기고 타결된 ‘2주 휴전’이 7일 발효했으나 상황은 불안정하다. 호르무즈 해협이 아직 정상화되지 않았고 주요 선사들 대부분 여전히 관망 쪽이다. 휴전 직후 급락했던 유가도 다시 불안하게 움직인다.
이스라엘의 레바논 공습으로 휴전의 실효성 자체가 흔들렸기 때문이다. 이스라엘을 괴롭혀 온 헤즈볼라의 주요 전장이 레바논 남부 접경이다. ‘레바논은 이번 휴전 대상에 포함되지 않는다’고 이스라엘과 미국 측은 못 박았다.
다만 시장이 트럼프의 경고가 실제 행동으로 이어질 가능성을 읽었다는 점, 이란 또한 더 버티다간 체제의 돈줄과 숨통이 함께 끊어질 수 있다고 판단했다는 점이 주목된다.

◆ 임명신 박사
중문학박사, 동북아 연구자
前 스카이데일리 국제 부국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