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11일 레바논 베이루트에서 헤즈볼라 시위대가 이스라엘과 레바논 간의 직접 협상에 반대하는 시위를 벌이고 있다. [사진=로이터]
휴전을 흔든 레바논 전선, 왜 설명은 늘 반쪽일까. 최근 중동 국면을 읽을 때 꼭 미리 알아야 할 기본상식들이 있는데, 그중 하나가 이스라엘과 헤즈볼라, 헤즈볼라와 이란의 상관관계다. 이란과 미국의 2주 휴전 국면이 시작된 8일 직후 이스라엘은 “협상 외 조건”임을 내세워 레바논 전역의 헤즈볼라 거점에 대대적인 타격을 가했다.
12일 이슬라마바드 미·이란 고위급 회담이 21시간 만에 결렬될 때도 레바논 휴전 문제가 핵심 쟁점으로 남았다. 대부분의 국내외 보도는 이스라엘의 선제공격과 그 피해 장면만 부각했다. 왜 이스라엘이 헤즈볼라를 방치할 수 없는지, 왜 이란이 헤즈볼라를 못 놓는지 해설을 접하기 어렵다.
헤즈볼라, 이란 체제의 ‘바깥 심장’
이란이 헤즈볼라를 못 놓는 것엔 시아파 이슬람 종주국 의식이 크게 작용한다. 체제 정당성을 지탱하는 정체성이기도 하다.
1979년 혁명 후 체제 유지를 위해 정규군과 별도 창설된 혁명수비대(IRGC)는 최고지도자 직속이며, 대외작전 부문인 쿠드스군을 통해 레바논·가자·예멘·이라크의 무장세력을 키워 왔다. 민생에 들어가야 할 국부가 이른바 이들 ‘저항의 축’ 후원에 많이 쏟아 온 것이다. 이란의 해외 대리 세력 중 가장 성공작이 레바논의 헤즈볼라다.
헤즈볼라는 레바논의 혼란을 먹고 자란 무장 정당이자 이란의 국경 밖 ‘최대 아군’이다. 1982년 이스라엘이 북부 국경을 위협하던 팔레스타인해방기구(PLO) 축출과 국경 방어를 명분으로 레바논에 들어갔으나 상황은 악화됐다.
기독교와 이슬람의 권력 배분 및 협업으로 운영되던 레바논의 내전 격화, 국가 기능 약화 속에서 이란이 파고들었다. 약 1500명 규모의 IRGC 인력을 보내 시아파 무장 네트워크를 조직·훈련·지원했다. 이렇게 탄생한 헤즈볼라는 레바논 원내 진입까지 달성해 의석을 늘리면서 이란의 국외 자산으로 급성장한다.
그래서 신정체제 이란에게 헤즈볼라 포기란 ‘전략 종심’의 포기와 동의어다. 이란 지도부는 오래전부터 이념과 무장조직, 육상 보급로와 미사일망을 국경 밖으로 넓혀 미국과 이스라엘의 압박을 멀리서 흡수하는 구조를 만들었다.
그 핵심이 바로 레바논의 헤즈볼라다. 헤즈볼라가 살아 있으면 이스라엘은 북부 전선을 늘 의식해야 하고, 미국 또한 이란 제어를 본토 때리기로만 끝낼 수 없어진다. 한편 헤즈볼라가 꺾이면 이란은 지중해를 향한 손발도 ‘혁명 수출’의 상징도 잃는다.
이스라엘의 상시 戰線 헤즈볼라
이스라엘이 헤즈볼라를 놔둘 수 없는 이유 역시 단순하다. 헤즈볼라는 북부 국경 바로 너머에 자리 잡은 대규모 미사일·로켓 군사체다. 가자전쟁 때도 이스라엘 북부를 공격해 전황에 영향을 준 것도 헤즈볼라였다.
이른바 ‘삐삐 테러’ 이후 전력이 대폭 약화된 헤즈볼라를 이번 기회에 회복 불가능한 수준으로 소탕하려는 것이다. 2006년 유엔 안보리 결의 1701호가 블루라인과 리타니강 사이 지역에 레바논 정부군과 유엔레바논임시군 외의 무장 인원·무기·군사자산이 없어야 한다는 장기 해법을 제시했으나 제대로 이행되지 못했다.
이스라엘 입장에선 국경 마을 주민이 단거리 사격권 안에 상시 노출된 채 사는 상황을 정상 질서로 받아들일 수 없다. 그래서 지금 이스라엘 군사행동의 목표 역시 “북부 주민의 장기 안보 보장”으로 제시된다.
이번 이스라엘 공격으로 인한 피해에 대한 애도 때문에 그런 비극의 배경인 군사·정치 구조까지 함구할 일은 아니다. 헤즈볼라가 레바논 국가 위에 선 무장세력이고 그 배후에 IRGC가 있다는 사실을 함구한 채 이스라엘만 도덕 재판정에 세우면 원인과 결과가 뒤집힌다.
비정상 방치한 국제질서, 문제의 절반만 말하는 언론
헤즈볼라가 이스라엘 북부를 겨눈 상시 무장 세력이라는 것, 이 현실을 함께 말하지 않은 채 이스라엘만 비난하는 보도는 구조적 진실엔 침묵하는 편파적 도덕주의다.
중동의 병폐는 주권국가의 외피를 뒤집어쓴 신정군사권력, 그 바깥파인 헤즈볼라 등 대리세력, 그런 비정상 구조를 오래 방치한 국제질서가 함께 만든 파국이다. 문제의 절반만, 겉만 말해 온 언론의 무책임도 빼놓을 수 없다.

◆ 임명신 박사
중문학박사, 동북아 연구자
前 스카이데일리 국제 부국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