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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 한미칼럼] 탄도미사일 5일간의 침묵과 국방부의 ‘적반하장’
  • 김영 기자
  • 등록 2026-06-30 11:18: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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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북한은 6·25에 전술탄도미사일·신형 방사포 ‘섞어쏘기’
  • 25일 발사, 26일 북한 공개, 29일 국방부 공식 확인
  • 국민동의청원 22만7,964명… 안보 불신은 이미 숫자로 드러났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지난 25일 국방과학연구기관들이 조직한 중요 무기시험을 참관했다고 조선중앙통신이 26일 보도했다. 전술탄도미사일이 화염을 내뿜으며 해안 발사대에서 솟구치고 있다. [평양 조선중앙통신=연합뉴스]

북한이 6·25에 쐈다. 그것도 단순 방사포가 아니었다. 전술탄도미사일과 신형 방사포, 자주포 사거리 연장탄을 섞어 쐈다. 북한의 남침으로 전쟁이 시작된 바로 그날, 김정은이 참관한 가운데 남측을 겨냥한 전술무기 시험이 이뤄졌다.

 

이 사실은 29일 공식 확인됐다. 국방부는 정례브리핑에서 한미가 6월 25일 오전 7시 27분부터 8시 20분까지 북한이 발사한 다수의 발사체를 실시간 탐지·추적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도 평소처럼 즉각 발표하지 않은 이유에 대해서는 “여러 정보를 분석하는 상황이었다”는 취지로 설명했다.

 

결국 문제는 탐지 실패가 아니었다. 탐지하고도 국민에게 알리지 않은 침묵이었다.

 

날짜를 보라. 발사는 25일이었다. 북한은 26일 관영매체를 통해 김정은의 무기시험 참관 사실을 공개했다. 국방부가 “실시간 탐지·추적했다”고 공식 해명한 것은 29일이었다. 


달력상으로는 25일, 26일, 27일, 28일, 29일, 무려 닷새다. 국민은 대한민국 국방부의 경보가 아니라 북한 관영매체의 선전 보도를 통해 먼저 이 사실을 알았다.

 

이게 정상인가.

 

더구나 북한이 공개한 전술탄도미사일 발사라면 사안의 무게는 달라진다. 북한의 탄도미사일 발사는 유엔 안보리 대북제재 결의 위반 소지가 있는 사안이다. 유엔 안보리는 북한에 탄도미사일 프로그램 관련 활동 중단과 탄도미사일 기술을 이용한 발사 금지를 요구해왔다. 


그런데 대한민국 국방부는 6월 25일 오전 북한의 다수 발사체를 실시간 탐지·추적하고도 국민에게 즉각 알리지 않았다.

 

국민이 문제 삼는 것은 탐지 능력이 아니다. 유엔 제재 위반 소지가 있는 전술탄도미사일 발사를 알고도 왜 닷새 동안 국민에게 제대로 설명하지 않았느냐는 것이다.

 

국방부는 “세부 제원 분석이 필요했다”고 한다. 물론 분석은 필요하다. 북한이 방사포와 전술탄도미사일을 섞어 쐈고, 전술탄도미사일의 사거리도 평소와 다르게 운용했다면 분석에는 시간이 걸릴 수 있다. 


그러나 분석이 필요하다는 말은 발사 사실을 숨길 이유가 될 수 없다.

 

“북한이 다수 발사체를 발사했고, 한미가 실시간 탐지·추적 중이며, 세부 제원은 분석 중”이라고 밝히면 됐다. “탄도미사일 여부를 포함해 한미가 공동 분석 중”이라고 공지하면 됐다. 국민은 그 정도 설명을 이해할 수 있다. 

 

문제는 순서다. 국방부가 국민에게 먼저 알린 것이 아니다. 북한이 먼저 밝혔다. 조선중앙통신과 노동신문이 26일 김정은의 무기시험 참관 사실을 공개했고, 그제야 국민은 북한이 6·25에 전술탄도미사일과 신형 방사포, 자주포 사거리 연장탄을 섞어 쐈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국방부의 “실시간 탐지·추적” 해명은 그 뒤에 나왔다.

 

이것이야말로 이번 사안의 본질이다. 탐지했느냐가 아니라, 탐지하고도 왜 북한보다 늦게 국민에게 설명했느냐는 문제다.

 

6월 25일은 그냥 하루가 아니다. 1950년 북한의 남침으로 6·25전쟁이 시작된 날이다. 대한민국 군인과 국민, 유엔군의 피로 지켜낸 나라의 기억이 새겨진 날이다. 


북한이 굳이 그날을 택해 남측을 겨냥한 전술무기를 쐈다는 것은 단순한 무기 시험이 아니다. 대한민국 국민의 전쟁 기억을 겨냥한 심리전이고, 한미 탐지·대응 체계를 흔들어보려는 복합 도발이며, 한국 정부가 어디까지 침묵할 수 있는지를 시험한 정치적 발사다.

 

그런데 국방부는 무엇을 했는가. 북한의 정치적 도발을 국민에게 즉각 알린 것이 아니라, 닷새 뒤 “실시간 탐지했다”고 해명했다. 그리고 비판이 제기되자 “한미 장병들의 노고를 정치적으로 해석해 폄훼하지 말라”고 했다.

 

이것이야말로 적반하장이다.

 

안규백 국방부 장관에 대한 국민동의청원이 22만 명을 넘어 23만 명에 육박한 이유를 알 것 같다. 이 청원은 방첩사령부 해체 논란과 장병 안전 책임 논란 등을 배경으로 제기됐다. 6월 30일 오전 8시 45분 기준 국회 국민동의청원에 올라온 ‘안규백 국방부장관 탄핵에 관한 청원’ 동의 수는 22만7,964명을 기록했다.

 

국민은 군을 흔들고 싶은 것이 아니다. 국민은 장병을 폄훼하고 싶은 것도 아니다. 오히려 묻고 있는 것은 정반대다. 


방첩사령부 해체 논란, 장병 안전 책임 논란, 그리고 이제 6·25 북한 탄도미사일 발사 5일간의 침묵까지 겹치면서 국민은 국방부가 과연 누구를 위해 존재하는지 묻고 있다.

 

지금 국민이 문제 삼는 것은 전방과 감시망에서 임무를 수행한 장병들이 아니다. 장병들은 북한 발사체를 탐지하고 추적했다. 문제는 그 이후다. 탐지 이후의 보고, 판단, 공개, 설명을 책임지는 지휘부와 정책 라인이다. 


장병들의 헌신을 방패로 삼아 국방부의 공보 실패와 지휘 판단 논란을 덮으려 해서는 안 된다.

 

누가 안보를 정치화하고 있는가. 국민이 물은 것은 장병들이 북한 발사체를 탐지했느냐가 아니다. 실시간으로 탐지했다면 왜 실시간으로 국민에게 알리지 않았느냐는 것이다.


북한이 6·25에 남측을 겨냥한 전술무기를 섞어 쐈는데, 왜 우리 국민은 북한 매체 보도 이후에야 그 사실을 알게 됐느냐는 것이다. 이 질문을 장병 폄훼로 몰아가는 것이야말로 안보의 정치화다.

 

국민의 알 권리와 안보 당국의 설명 책임을 묻는 일을 정치질로 몰아붙이는 국방부가 지금 가장 정치적이다.

 

북한이 왜 6월 25일을 택했는지는 뻔하다. 북한은 자신들이 남침을 감행한 날에 다시 남측을 겨냥한 전술무기를 시험했다. 전술탄도미사일과 신형 방사포를 섞어 쏘는 방식은 한미의 탐지·분석 체계를 시험하는 성격도 갖는다. 


특히 전술탄도미사일을 평소보다 짧은 사거리로 운용했다면, 초기 탐지와 분류, 대응 판단을 어렵게 만들려는 의도가 의심될 수밖에 없다.

 

북한은 6·25를 정치적으로 골랐다. 그런데 국방부는 그 정치적 메시지를 국민에게 제때 알리지 않았다. 


누가 정치를 했는지는 이 대목에서 이미 드러난다.

 

이런 장면은 낯설지 않다.


문재인 정부 시절인 2021년 3월에도 북한이 서해상으로 순항미사일 2발을 발사했지만 군은 즉각 공개하지 않았다. 국민은 외신 보도를 통해 먼저 북한 미사일 발사 사실을 접했다. 


그때도 설명은 비슷했다. “알고 있었다”, “모든 정보를 공개하지 않는다”는 말이었다. 안보 당국이 알고 있었다는 사실은 면죄부가 아니다. 오히려 공개하지 않은 책임을 더 무겁게 만든다.

 

그 시절 대북 유화 기조의 좌파정권은 북한 도발을 축소 관리하는 데 익숙했다. 


북한이 쏘면 “발사체”라고 낮춰 부르고, 도발이면 “긴장 관리”라고 포장하고, 국민이 물으면 “분석 중”이라고 답했다. 


안보는 국민에게 경고해야 할 사안이 아니라 정권의 대북 기조를 해치지 않도록 관리해야 할 공보 대상처럼 취급됐다.

 

이번 국방부의 태도는 그 낡은 관성의 연장선에 서 있다. 북한이 쐈는데 정부는 침묵하고, 북한이 밝힌 뒤에야 뒤늦게 설명하고, 비판이 나오자 “정치적 폄훼”라고 되받는다. 


이것은 안보 행정이 아니다. 안보를 정치의 하위 도구로 다루는 태도다.

 

국방부는 장병 뒤에 숨지 말고 네 가지를 분명히 밝혀야 한다.


첫째, 25일 오전 북한 발사체 최초 탐지 시각과 최초 보고 라인이다. 


둘째, 합참·국방부·안보 라인 사이의 상황 공유 시각이다. 


셋째, 즉각 공지를 하지 않기로 한 판단 주체와 근거다. 


넷째, 앞으로 북한의 복합 발사나 미상 발사체 탐지 때 국민에게 어떤 기준으로 알릴 것인지다.

 

국민은 완벽한 분석을 요구하지 않는다. 국민은 정직한 설명을 요구한다. 분석 중이면 분석 중이라고 말하면 된다. 확정 전이면 확정 전이라고 밝히면 된다. 그러나 아무 말도 하지 않다가 비판이 나오자 “우리는 실시간 탐지했다”고 말하는 것은 해명이 아니다. 오히려 “그렇다면 왜 숨겼느냐”는 더 큰 질문을 부른다.

 

실시간 탐지는 면죄부가 아니다. 실시간 탐지는 책임의 시작이다. 북한의 도발을 실시간으로 봤다면, 국민에게도 실시간에 준하는 설명을 했어야 한다. 국방부가 정말 지켜야 할 것은 정권의 체면이 아니라 국민의 신뢰다.

 

6·25에 북한이 쐈다. 북한이 공개한 전술탄도미사일 발사라면 유엔 제재 위반 소지가 있는 도발이다. 그런데 국방부는 닷새 동안 국민 앞에 명쾌한 설명을 내놓지 않았다. 


국민이 묻는 것은 하나다. 북한의 도발이 정치인가, 아니면 그 도발을 숨긴 침묵이 정치인가.

 

안보 공백보다 더 무서운 것은 안보 은폐다. 


그리고 안보 은폐 의혹 앞에서 “정치적 해석을 말라”고 국민을 꾸짖는 국방부야말로 지금 가장 정치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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