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TBC 개인 채권자들이 “노후자금 돌려달라”며 청와대 앞서 집회를 열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공중분해 위기의 중앙그룹 사태는 지금까지 제한된 논의를 반복해왔을 뿐이다. 명망가 노릇을 해온 홍석현-홍정도의 몰락, 겉으로 멀쩡하던 언론사 중앙일보-jtbc의 추락 등에만 관심이 쏠려왔던 것이다. 이제 그런 ‘맴맴돌이’ 논의는 안 된다. 핵심은 따로 있다. 그게 바로 중앙그룹 기획부도 의혹이다.
홍석현-홍정도 부자가 부도 위기를 벗어나기 위해 저질렀을지도 모르는 형사 범죄의 가능성 말이다. 구체적으로 자본잠식 상황을 숨긴 채 회사채를 발행했다는 사기 혐의는 입증이 된다면, 형사처벌을 피할 수 없다. 단정할 순 없다. 그러나 능력이 없는 상황에서 돈(회사채+기업어음)을 당기려는 욕심에 위험천만한 폭탄 돌리기를 했을 가능성은 꽤 높다.
실제로 지금 금융감독원이 그 점을 들여다보고 있지만, 그걸론 부족하다. 필요하다면 이복현 변호사(전 금감원장)의 주장처럼 검찰 수사도 필요한 상황이다. 중앙일보-jtbc라는 언론사의 이름값 때문에 제대로 된 논의를 하지 않는다면 정상적 사회가 아니며, 유사한 일로 처벌받았던 홈플러스-STX그룹-동양그룹 등과의 법률적 형평성에도 어긋난다.
관건은 7900억 원(중앙그룹 사태 피해 개인 채권자연대의 추정액) 규모의 회사채다. 그건 노후자금, 결혼자금이나 생활비를 마련하기 위한 서민들의 피 같은 돈인데, 중앙그룹이 법정관리에 들어가는 순간 꽁꽁 묶이게 된다.
때문에 의혹의 여지가 없는 규명은 그들의 재산권 회복을 위해서라도 필수이며, 홍석현-홍정도 부자가 죄가 없을 경우 명예회복을 위해서도 필요하다.
실제로 들여다볼수록 수상쩍다. 투자 적격 등급(BBB)으로 포장된 회사채가 발행 넉 달 만에 부도에 이르렀다면, jtbc 회사채 등의 발행-유통-판매 전 과정에 대한 점검은 피할 수 없다. 여기에 간여했던 신한투자증권과 키움증권, 한양증권 등 모든 금융기관도 조사 대상임은 물론이다.
거듭 드는 의문은 “그 부실 채권을 경영진이 정말 몰랐는가?” 하는 점이다. 채권자들이 “명백한 부실채권이고 중앙그룹 투자 사기”라고 아우성치는 걸 풀어줘야 하는 상황이다.
오늘 밝히자면 평론가인 나의 경우 jtbc 자본잠식 상황을 인지한 뒤 신문 칼럼이나 유튜브 방송 등을 통해 “중앙일보-jtbc가 휘청댄다”고 알렸던 게 벌써 2년 전인 2024년 6월의 일이었다.
그런데도 경영자들만 몰랐다? 어림도 없다. 당시 그 뉴스는 조중동 정도만 쉬쉬했을 뿐 미디어오늘 같은 좌파 매체도 예외 없이 취급했다.
홍석현-홍정도 부자. [사진=연합뉴스]
직후 홍석현 일가의 화급한 부동산 처분 시도 기사도 여러 건 등장했다. 때문에 이복현 변호사가 “중앙그룹이 지난해 하반기부터 회생 신청 직전까지 발행한 모든 채권에 대해 문제 삼고 있다”고 설명한 건 양에 차지 않는다.
2024년 전후는 물론 그 이전 중앙그룹이 발행한 모든 채권, 특히 2025년 8월과 2026년 2월에 집중 발행된 것은 모두 조사 대상이다. 상환 가능성이 현저히 낮은 상황인 것을 알면서도 투자자들에게 채권을 판매했다면 자본시장법상 사기적 부정거래에 해당할 수 있다.
그런 의혹은 얼마 전 홈플러스 사태와도 닮은꼴이다. 홈플러스는 대규모 전단채를 발행한 직후 바로 디폴트가 발생했기 때문이다. 김웅 전 의원은 “jtbc가 부도 직전에 채권을 팔았고, 직후 기업회생 절차를 기습 신청한 것은 홈플러스 사태와 비슷하다”고 지적한 것도 그 맥락이다. 그 모든 건 사기 또는 사기적 부정거래에 해당함은 물론이다.
검찰이 지난 1월 홈플러스 대주주인 김병주 회장 등 임원진에 구속영장을 청구했던 것도 결국엔 같은 맥락이다. 2011~2012년 위기에 빠진 STX건설의 기업어음을 계열사들에게 사들이도록 한 혐의를 받았던 강덕수 전 회장도 기소 처리됐다. 결국 대법원에서 징역 2년에 집행유예 4년이 확정됐다.
그뿐 아니다. 중앙그룹 문제는 10여 년 전 해체된 동양그룹 사태와도 흡사하다. 당시 현재현 전 동양그룹 회장은 1조3000억 원 규모의 부실 회사채를 발행한 혐의로 2014년에 구속되고 말았다. 그중 1708억 원 부실 회사채가 인정돼 그는 징역 7년을 꼬박 살아야 했다.
이참에 함께 검토되어야 할 것은 지난 10년 jtbc의 재무구조는 정상적 회사라고 보기 힘들었다는 구조적 약점이다. 방송국 개국 이래 흑자는 2017년(98억 원), 2018년(129억 원) 딱 두 해뿐이었다. 그리곤 2023~2025년 3년 연속 대규모 적자를 포함해 누적 결손금만 무려 7293억 원에 달했다. 지난해 말 현재 누적 결손금은 무려 2조8000억 원에 이르렀다.
이게 다 홍석현-홍정도 식의 허세 경영, 아니 도박 경영 탓이라는 걸 아는 이는 안다. 그런 경영주인지라 부도 직전에 언론사의 이름을 팔아 요란하게 채권을 팔고, 직후 기업회생 절차를 기습 신청하는 식의 부도덕한 행위를 저질렀을 개연성은 높다. 높아도 매우 높다.
사실 나의 경우 첫 칼럼에서 2015년 중앙일보 50주년 행사 때 “확인되지 않은 사실도 가치 있는 정보”라는 언론사상 최악의 발언을 했던 홍정도와, 그 형편없는 말에 박수 치던 그의 아버지 홍석현을 “언론 현장 최악의 빌런(악당) 두 명”이라고 지칭한 바 있다.
그건 감정에 치우친 비난이 아니었다. 정신 나간 부자지간은 기획부도 따위도 우습게 저지를 수 있지 않을까?
걱정은 현국면에서 이재명 정권이 중앙그룹 봐주기로 갈 가능성이다. 중앙일보-jtbc는 자기들과 같은 편이니까 지금까지 제기된 모든 의혹을 덮자는 식의 정치적 판단을 저들이 선택할 수 있다.
유례 드문 언론사의 부도 문제이니까 좋은 게 좋다며 당장 조용한 해결을 원할 경우 이재명 정권와 중앙그룹을 둘러싼 역풍은 누구도 피할 수 없을 것이다.
상식을 재확인하자. 기업은 실패할 수 있다. 그러나 투자자의 신뢰를 흔드는 의혹은 방치되어선 안 된다. 중앙그룹 사태의 교훈은 하나다. 언론사도 예외가 아니며, 자본시장에서는 누구도 법 위에 설 수 없다는 사실이다. 지금 국민이 요구하는 것은 홍석현-홍정도에 대한 마녀사냥이 아니다.
법치국가에서는 의혹은 수사로 확인해야 하고, 책임은 증거로 판단해야 한다. 현 국면에서 우리의 결론은 자명하다. 특혜 없는 수사, 성역 없는 진상 규명, 그리고 법에 따른 공정한 결론 그것이 전부다. 바로 그게 투자자를 보호하는 길이며, 대한민국 자본시장의 신뢰를 지키는 길인 점도 분명하다.
지금 국민은 궁금한 것은 세 가지로 요약된다. 첫째 회생 신청 직전까지 중앙그룹의 실제 재무 상태는 어떠했는가? 둘째 당시 유동성 위험은 어느 정도였는가? 셋째 회사채와 기업어음(CP)를 발행할 당시 투자설명서와 공시에는 그러한 위험이 적절하게 반영되었는가? 이 질문에 답하는 것이 이재명 정권 하의 금융당국과 검찰의 책무다.

◆ 조우석 평론가
시사평론가. 서울신문 기자, 문화일보 문화부장, 중앙일보 문화전문기자 출신의 대한민국 대표 문화통이다. KBS이사회와 박정희대통령기념재단 이사를 역임하며 한국출판평론상(2008)과 제25회 서울언론인클럽 언론상 칼럼상(2010) 등을 수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