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거전담 부장검사 회의서 모두발언하는 구자현 대행 [서울=연합뉴스]
구자현 검찰총장 직무대행이 31일 형사소송법 개정안 국회 통과와 함께 사의를 표하면서 검찰청 폐지를 두 달 남기고 수장 공백이 현실화했다.
오는 10월 공소청 전환을 앞두고 관련 실무를 총괄하며 조직의 안정을 꾀해온 구 대행이 물러나면서 후속 준비 작업이 난항을 겪을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개정 형사소송법이 검찰의 보완수사권을 전면 폐지하고 기존 형사사법 체계를 전면 개편하면서 수사준칙 개정과 조직 개편 등 후속 작업에도 상당 시간이 걸릴 것으로 예상된다.
검찰 내부에선 마지막까지 강조했던 보완수사권을 지키지 못한 상황에서 수장까지 물러나자 "더는 할 수 있는 게 없다"는 무력감이 감지된다.
검찰 한 간부는 "조직의 위상도 그렇고 사기도 바닥으로 떨어졌다"며 "아무것도 하지 말라는 소리 아니겠나"라고 말했다.
검찰은 지난해 7월 2일 심우정 검찰총장 퇴임을 마지막으로 1년 넘게 직무대행 체제로 유지되면서 한 목소리를 낼 구심점을 만들지 못했다.
심 전 총장 사퇴 후 총장 직무대행을 맡았던 노만석 전 대검차장은 '대장동 항소 포기 사태' 여파로 취임 4개월 만인 지난해 11월 물러났다.
후임자인 구 대행도 검찰 보완수사권을 전면 폐지하는 형사소송법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하면서 8개월 만에 조직을 떠나게 됐다.
박종철 검찰총장이 대검찰청에서 대국민사과문과 함께 검찰내 슬롯머신업계 비호세력에 대한 그간의 수사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1993.5.29 [본사 자료사진]
검찰 조직은 검찰총장과 직무대행 등 수뇌부가 매번 임기를 채우지 못하고 사퇴하면서 수난사를 겪어 왔다.
1988년 검찰총장 임기를 법으로 정한 뒤 임명된 검찰총장 24명 중 2년 임기를 다 채운 총장은 8명뿐이다.
24대 김두희 전 총장의 경우 취임 3개월 만에 법무부 장관으로 임명되면서 임기를 채우지 못했지만, 대부분의 검찰총장은 불명예 퇴진했다.
박종철 전 총장은 1993년 슬롯머신 비리 사건으로 현직 고검장이 구속되는 등 논란이 계속되자 국민 기대에 미치지 못한 책임을 통감한다며 물러났다.
김영삼 전 대통령이 임명했던 김기수 전 총장은 대통령 차남 현철씨를 구속한 데 대한 부담으로 임기 만료를 한 달 남기고 사퇴했다.
김태정 전 총장은 1999년 임기 만료를 앞두고 법무부 장관으로 임명됐지만, 진형구 당시 대검공안부장의 '조폐공사 파업 유도' 발언으로 장관 임명 2주 만에 옷을 벗었다.
신승남 전 총장은 동생이 이용호 게이트에 연루돼서, 후임 이명재 총장은 서울지검의 피의자 구타 사망에 책임을 지고 물러나면서 2002년엔 검찰총장이 두 번이나 교체됐다.
후임으로 김대중 전 대통령이 임명한 김각영 전 총장도 2003년 정권 교체 후 노무현 전 대통령이 검찰 수뇌부에 불신을 표하자 사퇴했다.
김종빈 전 총장은 천정배 당시 법무부 장관이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로 수사를 받던 동국대 강정구 교수를 불구속 수사하라며 사상 처음으로 수사지휘권을 발동하자 이에 반발해 사표를 던졌다.
이명박 정부에선 임채진·김준규·한상대 총장이 연이어 중도 퇴진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이 임명했던 임 전 총장은 정권이 바뀐 뒤 검찰 수사를 받던 노 전 대통령이 서거하자 책임을 지고 물러났다.
김 전 총장은 2011년 검·경 수사권 조정 합의가 파기되자 임기를 40여일 남기고 사퇴했다.
한 전 총장은 대검 중앙수사부 폐지 등 검찰개혁안을 추진하다가 사상 초유의 '검란(檢亂)'으로 불명예 퇴진했다.
이후 박근혜 정부에서 채동욱 전 총장까지 혼외자 논란으로 사퇴하면서 4명의 검찰총장이 연속으로 임기를 채우지 못했다.
박근혜 대통령이 10일 오후 청와대에서 열린 신임 장차관(급) 임명장 수여식에서 김수남 검찰총장과 기념촬영을 하며 대화하고 있다. 2015.12.10 [연합뉴스]
박근혜 전 대통령이 임명한 김수남 전 총장도 박 전 대통령의 국정농단 사건을 수사한 뒤 문재인 정부가 들어서자 자진 사퇴했다.
문재인 정부에선 윤석열 전 대통령이 검찰총장으로 임명된 후 조국 당시 법무부 장관 일가에 대한 수사를 진행하면서 정권과 충돌했다.
추미애 법무부 장관과도 갈등을 빚은 끝에 윤 전 대통령은 임기 4개월을 남기고 검찰을 떠났고, 이후 대통령선거에 출마해 당선됐다.
후임 김오수 전 총장은 대선 이후 윤석열 당선인 측의 압박에도 사실상 사퇴 거부 의사를 밝혔지만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 입법에 반발해 사표를 던졌다.
마지막 검찰총장인 심 전 총장은 이재명 정부가 들어선 뒤 정성호 법무부 장관이 지명되고 이진수 법무부 차관이 취임하자 임기를 1년 3개월 남기고 물러났다.
심 전 총장은 비상계엄 당시 계엄사령부에 검사 파견을 지시했다는 의혹과 윤 전 대통령 구속취소 결정 당시 즉시 항고를 포기한 혐의 등으로 내란특검과 종합특검에 피의자 신분으로 소환 조사를 받기도 했다.
종합특검은 심 전 총장에 대해 내란중요임무종사 혐의로 구속영장을 청구했지만 법원에서 기각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