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퇴직연금의 기금형 도입 본격화
2026년부터 본격 추진되고 있는 퇴직연금의 기금형 도입이 대한민국 급여생활자들에게는 초미의 관심사가 되고 있다.
대부분 계약형으로 운용되고 있는 한국의 퇴직연금 적립액은 2024년 말 432조 원에서 2025년 말에는 15% 증가한 497조 원으로 2025년 말 국민연금 적립자산액 1458조 원의 34%를 차지할 정도로 크게 성장했다.
계약형은 퇴직연금 가입자인 사업장이나 개인이 금융기관과 직접적 계약을 맺은 후 가입자가 상품을 선택하는 방식으로 80%가 원리금보장형으로 구성되어 최근 5년간의 연평균 운용수익률이 2%대에 그치고 있다.
지금 도입을 추진 중인 기금형은 여러 사업장을 한데 묶어 별도의 전문 운용기관이 수탁자가 되어 통합 운용하는 방식의 기금형으로 운용되는 호주의 Superannuation의 경우 최근 10년간의 연평균 운용수익률이 6.4%에 이르고 있다.
퇴직연금 중 유일하게 기금형은 근로복지공단이 2022년 9월부터 상시근로자 30인 이하의 사업장을 대상으로 설정하였는데 2023년과 2024년의 운용 수익율이 7.0%, 6.5%로 비교적 높게 나타났다.
근로복지공단의 퇴직연금 가입자 수는 2024년 말 기준 전체 퇴직연금 가입자 735만 명의 2.3%인 17만 명에 그치고 있고 운용적립금도 1조7000억 원으로 아직까지 미약한 수준이다. 따라서 고용노동부는 2월6일 노사정 합의를 바탕으로 안전성, 수익성 강화를 목적으로 한 기금형의 전면 도입을 추진하게 되었다.
거대기금 국민연금이 수탁사업자와 OCIO 양 부문에 참여 의사
이때 기금형으로 전환할 경우 여러 사업장의 적립금을 통합운용할 금융기관 수탁법인은 어떻게 정하고 또 이 수탁법인의 준칙이행 상황을 외부에서 객관적으로 통제할 수 있는 OCIO(외부위탁운용관리자: Outsourced Chief Invesment Officer)는 누가 될 것인지가 초미의 관심사가 될 수 있다.
금융기관 수탁법인의 요건으로는 당연히 운용실적의 객관적 과거 증빙자료를 바탕으로 운용잠재력, 수탁자책임 준수, 비용효율성 등을 토대로 해외에서는 단일 법인보다는 4~5개의 수탁법인을 지정하는 것이 일반적이고 OCIO의 지정은 전략 자문 실천 능력, 리스크관리 및 수탁자감독 능력, 수수료 투명성 등을 기준으로 적격업체를 선발하게 된다.
문제는 한국의 초거대 공적연금 관리자인 국민연금이 이 두 가지 부문의 선발 과정에 동시에 지원했다는 사실에서 발생한다.
국민연금은 2026년 1월부터 기금형 퇴직연금 수탁사업자로 직접 참여함과 동시에 전술한 근로복지공단의 중소기업퇴직연금과 민간기업이 조성한 기금형 퇴직연금에서는 OCIO를 맡겠다는 의사를 피력하였고 7월에는 정부 실무반에 구체적 참여방안을 이미 제출해 놓은 상태이다.
국민연금 측은 자신의 참여 이유로 첫째, 자신들의 대규모 기금운용 경험과 전문성을 바탕으로 수익률을 중소기업퇴직연금이 달성한 6%대의 성과보다 3배 이상 높일 수 있다는 점, 둘째, 운용수수료율을 현행 민간의 0.336% 대비 3분지 1 수준인 0.08%대로 낮출 수 있다는 점, 셋째 시장에 ‘메기(catfish)’ 또는 ‘선두주자(pacemaker)’로 기능하여 민간운용사들의 경쟁을 촉진시키고 전체 수익률을 끌어올릴 수 있다는 점을 피력하였다.
필자는 국민연금이 주장하는 운용사로서의 위의 3가지 자격요건은 비록 피상적으로 보기에 합리적으로 보일지라도 다음과 같은 치명적 위험성을 내포하고 있다는 점을 지적하고자 한다.
국민연금의 ‘성과 내보내기’ 위한 한국증시 조작
첫째, 국민연금이 무려 18%대(퇴직연금 최고수익률 6%의 3배)의 연평균 운용수익률 달성을 제시하였는데 이는 터무니 없다. 국민연금의 2004~2025년의 22개년 연평균 자산운용수익률은 6.9%를 실현하였고 최근 5개년의 연평균 수익률은 10.0%를 기록하였다.
이는 2025년 한해간 하반기의 삼성전자, SK하이닉스의 엄청난 상승세에 편승한 18.8%의 수익률에 기인한 바가 크다. 또한 국민연금은 2026년 들어와 5월까지 26.2%의 파격적 수익률을 기록하였는데 이 또한 양사 반도체주의 초과상승세에 기인하였다. 문제는 바로 여기에 있다.
2026년에는 본지 8월3일자 필자의 기고문 “정부는 급등락 증시에 책임이 없나?”에서 밝혔듯이 국민연금이 한국 시장의 거대 주자로서 외국인들의 무차별 매도 공세에도 불구, 혼자서 자금력을 바탕으로 초과 상승세를 이끌었고 끝내는 투자 한도의 고갈에 직면하여 고점에서 폭락하는 사태를 연출하였다는 점이다.
쉽게 말해 한국 증시의 전반적 상승세에 편승하여 성과가 얻어진 것이 아니라 국민연금 스스로 시장의 상승세를 주도해 나감으로써 시장에 심한 후유증을 남겼다. 즉 일시적인 단기 성과에 그칠 가능성이 크고 이로 인해 장기적인 운용위험에 직면했다는 의미이다.
국내 증시에서 ‘연못 속의 고래’로 비유될만큼 무작위로 시장을 조절(나쁜 의미로 영어로 조작질 행위에 해당하는 manipulate라는 단어로 해석 가능)하는 이런 거대 공룡과 같은 기관에 또 다른 퇴직연금 거대기금까지 맡기면 우리 증시와 연금성과가 어떻게 될지는 재무경제학을 전공한 필자의 의견을 생략하더라도 독자들의 상상에 충분히 맡길 수 있다.
더구나 국민연금의 최근의 의사결정과정이 지난 40년간의 준칙을 일시에 허물고 ‘성과 내보이기’라는 정치적 목적과 결부되지 않았다는 증거가 없지 않은가?
구태여 주식시장이 한 나라 경제의 거울이라는 격언을 되새기지 않더라도 경제가 어려운 이 시점에서 주식시장만 엄청난 폭등세를 시현한 이후 폭락세로 돌변하는 이 상황을 진실로 엄중히 여긴다면 국민연금은 민간이 자율적으로 운영하는 사적연금 시장인 퇴직연금에까지 뛰어들 것이 아니라 국민 공공자금의 안정성 확보를 위해 자체적 정비를 더욱 강화할 필요가 있다는 것은 두말할 여지가 없다고 하겠다.
퇴직연금은 DC형으로 중도퇴직 고려해야
둘째, 운용수수료율의 절약 측면이다. 국민연금은 거대 기금운용을 통한 ‘규모의 경제’를 내세워 현재의 인력 기반으로도 추가적 퇴직연금 사업운영자로서 나설 것을 자신하고 있지만 그리 간단한 문제가 아니다.
본질적으로 국민연금은 강제 공적연금 수탁운용자로서 가입자가 강제적으로 중간에 연금을 인출할 수 없고 연금수급 시 금액이 사전에 확정된 확정급부형(DB)인데 반해 퇴직연금은 기여금은 고정된 반면 연금지급액은 성과에 따라 사후적으로 결정되는 확정기여형(DC)으로 중도에 가입자의 이동 및 퇴직이 잦아 운용 비중에서 유동성이 크다는 특성을 갖고 있다.
즉, 잦은 중도 인출에 대비하여 강제적 고정성을 갖는 국민연금과는 다른 포지션 구축으로 사적연금 시장을 운용해 나가야 한다. 이는 기존의 인력구성, 운용철학이나 포트폴리오 구성이 달라져야 한다는 의미이다.
과연 국민연금이 퇴직연금을 맡아 운용수수료율을 3분의 1 수준으로 줄일지는 두고 볼 일이나 실제로 통합 운영을 강행할 경우 포트폴리오 재조정(리밸런싱) 위험, 유동성 위험, 또한 구조적 시장위험(예상하지 못한 외부 충격으로 인한 전반적 시장하락으로 오랜 기간 저수익률에 머물게 될 위험)에서 치러야 할 추가적 비용을 감안한다면 거의 실현가능성이 없는 허구적 공언이라 할 수 있다.
국민연금, 40년 만에 내부 준칙 어겨 운영위험 크게 증가
셋째, 국민연금이 스스로 메기와 시장의 선도주자(pacemaker)로서 수익률 상승을 유도할 수 있다고 밝힌 그 대목이 바로 국민연금 스스로 위험요인임을 입증하는 것이다.
이는 첫 번째 수익률을 설명할 때 이미 밝힌 바 있듯이 시장을 좌지우지한다고 믿고 함부로 시장을 조작하려 들 때 발생되는 걷잡을 수 없는 시스템 위험을 국민연금이라는 거대 기관투자가가 아직도 인식을 못했다는 증거이다.
시장은 그리 간단한 것은 아니다. 예컨대 주식지분의 50% 이상을 보유한 대주주도 자기 주식에 대하여 인위적 조절을 꾀하다 파산한 경우가 많다. 하물며 국내 증시규모가 아무리 세계시장에 비해 협소하다 느꼈을지 모르겠지만 단일 기업의 경우보다는 훨씬 더 큰 운영위험이 존재한다.
최근 약삭빠른 외국인들이 40년 만에 내부 준칙을 어기고 국내주식 한도를 초과 보유하여 추가적 시장개입 가능이 줄어든 국민연금을 타겟으로 하여 시장의 급격한 변동성을 유발시키며 투기적 이익을 거두고 있다는 사실만 보아도 이러한 국민연금의 무모함을 이해할 수 있다.
국민연금의 정치적 독립성, 객관적 중립성 확보가 선결과제
마지막으로 국민연금이 공적 운용기관으로서 민간 사업자가 주도하는 퇴직연금 운영에 대한 관리자로서 OCIO를 맡고자 하는 데 따른 반대 논거를 제시해 보기로 한다.
선진국에서도 OCIO를 선정할 때는 매우 신중하다. 여기에는 장기 전략적 자산배분(SAA: strategic asset allocation)을 실행하고 필요시에는 단기 전술적 자산배분(TAA: tactical asset allocation)을 추가하는 투자자문역으로서의 역할, 외부 자산운용전문사의 선정 및 평가, 그리고 펀드성과 평가 자문, 포트폴리오 리밸런싱, 헤징, 유동성 관리 등의 리스크 관리 등의 전문적 역할을 객관적이고 독립적으로 수행할 수 있는 자격이 요구된다.
과연 정치적 압력에 굴복하여 최근 국내주식 비중을 급격히 증가시킨 국민연금이 정치권에 독립적이면서도 사적연금 가입자의 노후재산 증식에만 최선을 다할 수 있다는 객관적 중립성을 갖고 있는지에 대하여는 당연히 회의적이다.
결론적으로 국민연금이 기금형 퇴직연금의 수탁사업자나 OCIO로서 참여하는 것에 대하여는 매우 부적절하다고 할 수 있다. 이는 최근 국내 주식시장을 급격히 위축시킨 장본인으로서 책임소재에서 자유롭지 못한 것이 가장 큰 이유라 할 수 있다.
정치권과의 이해 상충 문제에 독립적이고 중립적이려면 먼저 국민연금 기금 운용상의 지배구조를 검토해 볼 필요가 있다. 자기 밥술도 제대로 못 뜨는 자에게 남의 식구 식탁까지 책임지게 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 김병준 대표
전 강남대 실버산업학과 교수
전 자교모 상임대표
현 바른사회시민회의 공동대표
현 부정선거투쟁국민연합(부투연) 공동상임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