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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주현 작가칼럼] 외세 공작엔 성문 열고, 자국민 입은 틀어막는 나라
  • 박주현 작가
  • 등록 2026-08-13 22:35: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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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의 신작 블록버스터 영화 오디세이가 전 세계 극장가를 강타하며, 3000년 전 호메로스의 고대 서사시마저 서점가 베스트셀러로 역주행시키고 있다. 

CG를 극도로 꺼리는 놀란 감독이 무려 무게 3.6톤, 높이 10m에 달하는 거대한 실물 '트로이 목마'를 직접 지어 스크린에 구현해 낸 멸망의 스펙터클은 그야말로 경이롭다. 

그러나 트로이의 목마는 단순한 시네마틱 볼거리가 아니다. 밖에서 부술 수 없는 거대 요새의 내부로 들어가, 시민들 스스로 성문을 열고 자해극을 벌이게 만드는 인류 역사상 가장 소름 끼치는 인지전(Cognitive Warfare)의 완벽한 교과서다.

어제 KAIST 연구진이 네이버 뉴스 댓글 1억1000만 개를 분석해 내놓은 충격적인 결과는, 2026년의 대한민국이 스크린 속 3000년 전 트로이와 정확히 같은 방식으로 함락되고 있음을 서늘하게 증명한다. 국내 포털 사이트에서 외국과 연계된 것으로 추정되는 무려 2만4000여 개의 조작 계정이 발각된 것이다.

가장 끔찍한 대목은 이 트롤 농장의 공작 메커니즘이다. 그들은 특정 정당을 노골적으로 편들지 않았다. 진보와 보수 양진영의 스피커로 교묘히 위장한 채, 극단적인 혐오와 분노를 유발하는 댓글을 양쪽에 번갈아 투척하며 한국 사회의 내부 갈등을 극한으로 폭발시켰다. 

이념의 승리가 아니라, 대한민국이라는 국가 시스템 자체의 '거시적 마비'를 노린 것이다. 이는 2016년 미국 대선 당시 흑백 갈등을 동시에 조장해 미국인들끼리 피를 흘리게 만들었던 러시아의 이른바 '액티브 메저(Active Measures, 적극적 공작)'의 복사판이다.

그러나 이 거대한 트로이의 목마를 불태우는 방법은 의외로 명확하고 간단하다. 포털 사이트에 '댓글 국적 표시제'를 도입하여 사이버 국경의 방어막을 치면 될 일이다. 그런데 이 지극히 상식적인 방역 조치를 결사반대하며 거품을 무는 세력이 있다. 바로 더불어민주당을 비롯한 좌파 진영이다.

심증만 가던 사안에 이제 물증까지 쏟아진 이쯤에서 우리는 합리적 의심을 던질 수밖에 없다. 도대체 국적이 드러나면 안 되는 댓글이란 무엇인가. 대한민국의 선거와 여론을 쥐고 흔드는 그 익명의 텍스트들이 어느 나라 IP에서 작성되었는지 투명하게 공개하자는 것이 어째서 표현의 자유 탄압이란 말인가.

좌파 진영의 이 궤변이 끔찍하게 역겨운 이유는 그들의 지독한 표리부동 때문이다. 지금 이재명 체제의 거대 여당은 경찰의 부실 수사를 고발하려는 자국민 피해자가 수사기록을 언론에 제보하면 징역 1년에 처해버리는 '피해자 입틀막 형사소송법'을 강행하고 있다. 

그뿐인가. 이른바 '플랫폼법 개정안'을 들이밀며 디지털 광장 자체를 권력의 통제하에 두고, 입맛에 맞지 않는 비판 언론과 일반 국민의 목줄을 쥐고 흔들려는 전방위적인 입틀막에 혈안이 되어 있다.

정작 주권자인 자국민과 언론의 숨통은 사법적 흉기와 플랫폼 규제로 무자비하게 끊어놓으면서, 국가 신경망을 갉아먹는 정체불명의 외세 조작 계정 앞에서는 '표현의 자유'와 '차별 금지'라는 거룩한 방패를 씌워 결사옹위하는 이 기괴한 매국적 모순을 도대체 어떻게 설명해야 하는가.

결국 좌파 권력은 외세가 던져주는 혐오의 땔감이 자신들의 맹목적 팬덤을 결집하고 진영 논리를 공고히 하는 데 철저히 유리하게 작동한다고 믿는 것이다. 국가의 뇌 신경이 파괴되든 말든, 당장의 표 계산과 권력 유지를 위해 2만 4천 개의 트로이 목마를 뻔히 보면서도 스스로 성문을 열어젖힌 셈이다.

영화 속 트로이는 그리스 연합군의 강대한 무력 때문에 멸망한 것이 아니다. 눈앞에 놓인 목마의 본질을 꿰뚫어 볼 이성을 잃어버린 채, 그것을 전리품이라 환호하며 성안으로 끌어들인 내부의 어리석음 때문에 잿더미가 되었다. 

외세의 조작은 보호하고 자국민의 입은 틀어막으며 내전을 부추기는 정치권이 존재하는 한, 스스로 붕괴하는 국가를 구원할 방어망은 없다. 혐오에 눈이 멀어 트로이의 목마에 면죄부를 쥐여준 대가로 치러야 할 청구서는, 결국 민주주의의 처참한 멸망뿐이다.


◆ 박주현 작가

작곡가, 음악감독, 칼럼니스트, 수필가. 페이스북에서 정치, 시사, 사회적인 이슈에 대해 활발하게 의견을 개진해 수많은 이의 공감을 얻고 있다. 에세이집 ‘폭풍의 바다를 건너다’를 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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