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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석] 미국과 베네수엘라 ‘윈윈’ 가능할까
  • 김영 기자
  • 등록 2026-09-03 14:31: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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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美, NABEP 모회사 지분·원유 확보…1000억달러 투자 신용보강
  • 베네수엘라, 25년간 2000억달러 기대…中과 다른 시장 재건 모델
  • 한국이 입증한 ‘시장·중산층·민주화’…개도국 자본주의 시험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델시 로드리게스 베네수엘라 임시대통령. 미국 정부는 베네수엘라 민간 석유회사 NABEP 모회사 지분 35%와 원유 인수권을 확보하고, 베네수엘라는 최대 1000억달러의 민간투자를 유치하는 석유 협정을 체결했다. [사진=AFP/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세계 역사상 최대 규모의 석유 계약’이라고 선언한 베네수엘라 유전 거래의 세부 조건이 공개됐다. 베네수엘라 과도정부는 민간 석유회사 노스아메리칸블루에너지파트너스(NABEP)에 17개 유전의 100년 운영권을 부여했다. 해당 유전의 확인매장량은 650억 배럴 이상이다.

미국 정부는 세금을 직접 투입하지 않고 NABEP 모회사 지분 35%와 이사 선임 거부권 등 경영 참여권을 확보했다. NABEP가 생산할 원유의 20%를 생산원가로 인수하고 나머지 80%에도 우선매수권을 갖는다. 베네수엘라는 최대 1000억달러의 민간투자와 향후 25년간 약 2000억달러의 세금·로열티 수입을 기대한다.

표면적으로는 미국이 안정적인 저가 원유를 얻고 베네수엘라는 붕괴한 석유산업과 경제를 재건하는 교환이다. 그러나 이번 거래의 본질은 석유 매매에만 있지 않다. 미국 정부가 직접 주주가 돼 회계 투명성과 계약 안정성을 보증하고, 이를 토대로 대규모 민간자본을 끌어들여 베네수엘라 경제를 시장경제 방식으로 재건하려는 실험이다.

650억 배럴을 투자 가능한 자산으로

백악관 팩트시트에 따르면 미 국무부는 NABEP가 현재 및 향후 운영할 모든 유전 생산량의 20%를 생산원가로 구매할 수 있다. 나머지 80%에도 우선매수권을 행사한다. 미국 정부는 NABEP 이사 선임에 거부권을 갖고 이사회 과반은 미국 시민으로 구성된다. 미국 감사인과 변호사, 자문사가 참여하며 계약에는 미국법이 적용되고 분쟁은 미국 법원의 관할에 놓인다.

미국이 원유 650억 배럴의 소유권을 넘겨받은 것은 아니다. 확보한 것은 NABEP 모회사 지분과 경영 참여권, 원유 인수권을 결합한 실질적 통제력이다. 땅속 매장량도 생산시설과 송유망에 투자해야 실제 공급으로 바뀐다.

베네수엘라는 세계 최대 원유 매장량을 보유하고도 이를 개발할 자본과 기술, 신용과 판로를 잃었다. 베네수엘라 국영석유회사(PDVSA)의 부실경영과 정치적 전용, 국유화와 계약 변경, 미국의 제재가 이어진 결과다. 1990년대 말 하루 300만 배럴을 넘었던 생산량은 최근 110만∼120만 배럴 수준으로 줄었다.

이번 거래는 650억 배럴을 투자 가능한 자산으로 바꾸려는 시도다. NABEP는 최대 1000억달러를 투자해 생산시설을 복구하고, 베네수엘라는 첫 25년 동안 약 2000억달러의 세금과 로열티를 받을 것으로 기대한다.

NABEP를 지배하는 인물은 베네수엘라 사업가 알레한드로 베탕쿠르트다. 그는 국영기업의 발전소 계약을 통해 성장했으며 PDVSA 관련 자금 의혹으로 미국과 유럽 당국의 수사 또는 조사를 받았지만 기소·유죄판결은 확인되지 않았다. NABEP는 약 10억달러를 투자해 2년 만에 하루 생산량을 1만8000배럴에서 20만 배럴 이상으로 늘렸다고 밝혔다. 현지 경험은 자산이지만 비상장기업인 만큼 미국 정부의 철저한 회계 검증이 필요하다.

전쟁부 지분 35%가 만든 삼중 안전장치

미국 전쟁부 전략자본국(OSC)이 NABEP 모회사 지분 35%를 확보한 이유는 세 가지로 압축된다.

첫째는 지분 수익이다. 미국 정부는 별도의 현금을 투입하지 않고 지분을 확보했다. 앞으로 생산량과 기업가치가 상승하면 배당과 자본이익을 얻을 수 있다. 원유 20%를 원가로 인수하는 권리와 별도로 기업 성장의 과실까지 미국 국민에게 돌아가는 구조다.

이를 단순한 무상증여로만 볼 수는 없다. 미국은 제재 완화와 외교적 보호, 금융시장 접근, 법적 안정성과 원유 판로를 제공한다. 국가신용과 전략적 자산을 제공하고 그 대가로 지분을 받은 것이다. 베네수엘라에 돈을 퍼주는 원조가 아니라 성공하면 미국도 주주로서 이익을 나누는 거래다.

둘째는 회계 투명성이다. 미국 정부가 외부에서 보고받는 것보다 주요 주주로 직접 참여하는 것이 자금 흐름을 통제하는 가장 확실한 방법이다. 지분 35%와 이사 선임 거부권, 미국인 이사회 과반 요건을 결합하면 투자금의 사용처와 생산량, 원유 판매, 세금·로열티 지급을 회사 내부에서 감시할 수 있다.

정부 지분은 미 의회의 감독으로도 이어진다. 의회는 전쟁부와 OSC에 대한 청문회와 예산 심사, 자료 제출 요구를 통해 정부 지분의 취득·관리와 가치 평가, 배당금 귀속, 이해충돌 여부를 검증할 수 있다. 미 회계감사원(GAO)과 전쟁부 감찰관도 정부의 지분 관리와 관련 업무를 감사할 수 있다.

셋째는 계약 안정성이다. 미국 정부의 지분은 베네수엘라 정부의 일방적인 국유화와 계약 파기를 억제하는 ‘앵커 지분’으로 작동한다. 향후 NABEP의 사업권과 자산을 자의적으로 침해하면 민간기업과의 분쟁을 넘어 미국 정부가 보유한 자산과 전략적 공급망을 침해하는 문제가 된다. 정권이 바뀌어도 계약을 유지할 수 있다는 믿음이 있어야 1000억달러의 장기 자본도 움직인다.

이는 베네수엘라의 정상적인 규제권을 빼앗는 것과 다르다. 미국 지분이 억제하는 것은 환경·노동·세법에 따른 정당한 규제가 아니라 정치적 국유화와 자의적인 계약 파기다.

결국 35% 지분은 수익과 회계 투명성, 계약 안정성을 묶는 삼중 안전장치다. 투자자는 베네수엘라 정부의 약속만이 아니라 미국 정부가 주주로 참여하고 미국법과 회계감독이 적용되는 사업구조를 믿고 돈을 넣는다.

베네수엘라 석유 시추시설. NABEP는 확인매장량 650억 배럴 규모의 17개 유전에 대한 100년 운영권을 부여받았다. [사진=로이터/연합뉴스 자료] 중국식 자원금융과 무엇이 다른가

차베스·마두로 정권은 중국 국영은행에서 거액을 빌리고 원유로 갚는 자원 연계 대출을 확대했다. 이 방식은 정권에 즉시 사용할 현금을 제공했지만 자금 사용과 사업 효율성에 대한 투명한 감독은 부족했다. 베네수엘라는 막대한 중국 자금을 받고도 생산시설과 시장 신뢰를 회복하지 못했고 부채와 장기 원유 공급 의무를 함께 떠안았다.

이번 미국 방식은 베네수엘라 정부에 현금을 직접 맡기는 구조가 아니다. 미국 정부가 민간기업의 주주가 돼 자금 흐름을 감독하고 민간시장에서 자금을 조달해 생산시설에 투입하는 자본주의 방식의 통제다.

NABEP가 새로 받은 14개 유전 계약 가운데 5개는 중국 기업이, 1개는 러시아 기업이 운영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중국은 자국과 베네수엘라의 협력이 국제법과 양국 법률의 보호를 받는다며 정당한 권익을 보장하라고 요구했다. 기존 합작지분과 운영계약, 미회수 투자금과 채권을 어떻게 정리할지는 남은 과제다.

그러나 큰 방향은 분명하다. 중국이 베네수엘라 정부에 돈을 빌려주고 원유로 회수했다면 미국은 회계와 계약의 신뢰를 먼저 세운 뒤 민간자본을 생산시설에 투입하려 한다. 중국·러시아에 기울었던 베네수엘라 공급망을 미국 경제권으로 돌려놓는 지정학적 재편이면서, 베네수엘라에서 생산기반 회복으로 이어지지 못한 중국식 국가주도 자원금융을 시장 중심 모델로 바꾸는 시도다.

대한민국이 먼저 보여준 길

백악관은 이번 거래를 ‘안정화·경제 재건·화해를 거쳐 민주적 전환으로 가는 3단계 계획’의 핵심이라고 설명했다. 경제가 붕괴하고 국민이 정부의 배급과 시혜에 의존하는 상태에서는 자유로운 선거와 정권교체가 뿌리내리기 어렵다는 판단이다.

민주주의는 선거 한 번으로 완성되지 않는다. 정부가 바뀌어도 계약이 유지되고 사유재산이 보호되며 국가의 세금과 자원 수입이 투명하게 관리돼야 한다. 민간투자와 생산이 늘어 일자리와 중산층이 성장하면 국민은 권력자의 시혜에 덜 의존하고 법치와 정부 책임을 요구할 수 있다. 시장자본주의가 민주화를 자동으로 보장하지는 않지만 민주주의를 지속할 경제적·시민적 토대를 만든다.

이 발전 경로를 가장 성공적으로 보여준 나라가 대한민국이다. 6·25전쟁 직후 대한민국은 산업시설과 자본, 기술을 모두 잃은 최빈국이었다. 미국은 한미동맹으로 안보를 보장하고 원조와 기술, 금융을 제공했으며 세계 최대 시장에 한국 상품이 진입할 길을 열었다. 안보가 확보되자 한국 정부와 기업은 장기 투자와 수출에 나설 수 있었다.

대한민국의 성공은 미국의 지원만으로 이뤄진 것이 아니다. 한국인의 교육열과 노동, 기업가정신, 정부의 수출산업 육성이 결합했다. 사유재산과 민간기업, 세계시장이라는 기본 축 위에서 산업화와 중산층이 민주주의를 지탱할 기반을 만들었다.

석유 의존 경제인 베네수엘라와 제조업 수출로 성장한 대한민국의 발전 조건은 다르다. 그러나 안보와 계약의 안정성이 민간투자를 부르고, 산업과 중산층의 성장이 민주주의의 토대가 된다는 원리는 같다.

베네수엘라는 지금 같은 시험대에 서 있다. 미국 정부가 정치적 위험을 막고 회계와 계약의 신뢰를 보장하면 1000억달러의 민간자본이 들어갈 수 있는가. 그 자본이 생산과 일자리, 중산층을 만들고 민주적 전환으로 이어질 수 있는가.

이번 거래는 미국의 이익만을 위한 일방적인 자원 확보로 보기 어렵다. 미국은 안정적인 저가 원유와 지분 수익, 서반구의 전략적 영향력을 얻는다. 베네수엘라는 미국의 신용과 민간자본, 기술과 시장을 이용해 땅속 자원을 생산 가능한 자산으로 바꿀 기회를 얻는다.

물론 성공은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 NABEP가 실제로 1000억달러를 조달하고 계획대로 증산할 수 있는지, 세금과 로열티가 베네수엘라 국민에게 돌아가는지, 중국 등 기존 사업자의 권리를 합법적으로 정리하는지는 지켜봐야 한다.

그러나 설계의 방향은 분명하다. 미국은 현금을 퍼주는 대신 신용과 법치, 회계감독과 판로를 제공한다. 베네수엘라는 자원개발권을 제공하고 민간자본으로 생산 기반을 재건한다. 시장과 중산층이 성장하면 민주주의가 뿌리내릴 경제적 토대도 만들어진다.

이 실험이 성공한다면 이번 거래는 ‘세계 최대 석유 계약’ 이상의 의미를 갖게 된다. 대한민국이 안보와 시장경제를 바탕으로 산업화와 민주화를 함께 이뤄냈듯, 베네수엘라도 자원의 저주와 국가사회주의의 실패에서 벗어날 수 있음을 보여주는 새로운 개발도상국 재건 모델이 될 수 있다.

관련 원문·자료

*[백악관팩트시트]

https://www.whitehouse.gov/fact-sheets/2026/08/fact-sheet-president-donald-j-trump-announces-historic-oil-agreement-to-secure-american-energy-dominance-and-drive-venezuelas-economic-recovery/

* [NABEP 공식 발표]

https://www.nabep.net/articles/united-states-government-and-north-american-blue-energy-partners-nabep-reach-historic-deal-to-develop-venezuelas-oil-sector

* [로이터—중국·러시아 기업 운영 유전 대체]

https://www.reuters.com/business/energy/under-us-venezuela-oil-deal-some-chinese-russian-operators-lose-out-officials-2026-08-31/

* [로이터—미국의 NABEP 자금 흐름 감독]

https://www.reuters.com/business/energy/us-will-control-flow-funds-nabep-deal-with-venezuela-energy-secretary-chris-2026-09-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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