객원논설위원. 육사 40기
2025년 9월 3일, 중국 베이징에서는 '항일전쟁 및 세계 반파시스트 전쟁 승리 80주년' 기념 열병식이 예정되어 있다. 이 행사에 이재명 정부는 국회의장을 파견한다고 한다. 단순한 외교적 참여를 넘어 국가의 정체성과 역사적 정통성을 뒤흔드는 또 하나의 외교 참사다. 이는 과거 안보 역사에 대한 배신, 현재에 대한 모순, 미래에 대한 전략적 실패이기에 이 행사에 그 누구도 보내서는 안 된다.
2025년 중국 전승절 참석 국가는 2015년 전승절 70주년처럼 러시아를 중심으로 중국과 정치·경제적으로 친한 나라들인 중앙아시아, 아프리카, 일부 동남아시아 국가 등이다. 미국을 중심으로 한 서방 민주주의 국가들은 불참하거나, 참석하더라도 낮은 직급의 외교관을 보낼 가능성이 높다. 이 행사는 중공 중심의 '끼리끼리 모이는 행사'로 평가된다.
중국 전승절 참석 여부는 굴종과 국가 존엄을 선택하는 국격의 시험대가 될 것이다. 중국 전승절 80주년에 왜 불참해야 하는지 그 이유를 살펴본다.
1. 중국의 전승절은 역사를 왜곡한 중국 공산당의 정치적 선전
2차 세계대전 당시 일본군과 정규전을 벌인 주체는 마오쩌둥의 중국 공산당(CCP) 이 아니라, 장제스의 국민당(KMT, ROC) 이었다. 1945년 9월 2일 미주리함에서 일본의 항복문서 서명 당시 더글러스 맥아더가 연합군 최고사령관으로서 연합국을 대표하여 서명했고, 국민당(중화민국) 대표인 ‘쉬융창’ 장군의 서명에 이어서 8개국의 전승국 대표가 서명했다. 당시 지금의 중화인민공화국은 아직 존재조차 하지 않았다. 중화인민공화국은 항복 조인식 4년 뒤인 1949년 10월 1일에 수립되었다.
따라서 오늘날 중국이 1945년 ‘전승국’ 행세를 하며 9월 3일을 기념하는 것은 역사적 사실의 탈취이며, 국민당의 공적을 중국 공산당이 가로챈 정치적 재구성에 불과하다. 이 행사에 참석하는 것은 대한민국의 헌법적 법통인 임시정부를 도왔던 국민당의 역사를 부정하고 중국 공산당의 거짓 주장에 동조하는 행위다.
2. 전승절 참석은 적군(敵軍)을 기념하는 국가 정체성 훼손 행위
열병식의 주인공인 중국인민해방군(PLA)은 6.25 전쟁 당시 '인민지원군(CPV)'이라는 이름으로 한반도를 침략해 수많은 국군과 국민의 목숨을 앗아가고 남북통일을 가로막은 명백한 적이자 전범 집단이다. 대한민국의 의전서열 2위인 국회의장이 우리를 침략했던 중국인민해방군의 열병식을 참관하는 것은 국가의 존엄을 스스로 짓밟고, 호국영령과 6·25참전용사를 모독하는 반국가 행위다.
더 이상 중국 공산당의 '거짓 승리'에 들러리가 되어선 안 된다. 역사를 왜곡한 전승절 잔치에 동참하는 것은 국가 정체성을 포기하는 행위다. 중국 전승절 불참으로 굴종의 사슬을 끊고, 자유와 진실의 편에 서는 존엄한 주권 국가로서의 품격을 회복해야 한다.
3. 전승절 참석은 굴중 외교일뿐 전략적 국익을 얻지 못한다
2015년 박근혜 전 대통령은 그 당시 외교부와 외교안보실의 “한중 전략적 협력동반자 관계‘라는 시대 착오적 기획에 따라 전승절에 참석했다. 그러나 기대했던 북핵 문제는 해결하지 못했고, 이듬해 2016년 한국의 사드(THAAD) 배치 결정 이후 중국은 한한령, 롯데 보복, 관광 제한 등 강력한 경제·문화 보복을 했다. 중국은 전승절 참석을 정치적 선전으로 대한민국을 활용했을 뿐이지 실질적인 존중이나 호혜적으로 대하지 않았다는 것을 명백히 보여주었다.
학계와 언론에서는 이를 “굴종 외교였으나 전략적 실익도 얻지 못했다”고 비판했다. 이재명은 워싱턴 D.C.의 핵심 싱크탱크인 CSIS에서 안보는 ‘안미경중(安美經中)의 시대는 끝났다’고 선언했다. '안보는 미국, 경제는 중국'이라는 낡은 공식은 더 이상 유효하지 않으며, 가치와 원칙을 저버린 외교는 결국 국익의 손실로 귀결될 뿐이다.
4. 전승절 당일, 6·25전쟁 참전국 초청, ‘자유수호국제연대 포럼’을 열자
앞으로는 전승절 당일, 6·25전쟁 참전국 초청, ‘자유수호국제연대 포럼’을 열고, 한미일 연합훈련과 공급망 다변화 전략 등을 통해 대한민국의 가치를 행동으로 보여주어야 한다. 이참에 6·25 참전용사에 대한 최고 수준의 예우 차원에서 독립운동가처럼 3대에 걸친 보상 제도를 검토해야 한다.
역사·정체성·안보·외교 모든 측면에서 백해무익한 중국 전승절 참석 불참으로 대한민국은 굴중(屈中)이 아닌 독립적 정체성과 국가 존엄을 선택해야 하며, 자유와 진실의 편에 서는 당당한 외교로 대한민국의 위상을 증진하고 미래를 열어가야 한다.
대한민국이 이제는 중국의 이익에 따라 움직이는 바둑돌이 아니라 중국과 대등한 입장에서 바둑을 두는 기사로 거듭나야 한다. 미국과 서방은 이재명 정부가 미국에서의 발언을 제대로 지키는지를 지켜볼 것이다. 이재명 정부는 중국 전승절 불참으로 대외적으로 친중·굴중 이미지를 한칼에 극복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