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 최소 10년 가자 신탁통치…관광리조트 개발"
워싱턴포스트 "트럼프 행정부 회람 38쪽짜리 문건 입수"
가자 주민 자발적 이주 및 지원금 등 구체적 계획 수록
'그레이트 트러스트' 계획 문건 표지 (서울=연합뉴스) 전쟁으로 폐허가 된 가자지구에서 주민들을 내보내고 미국이 이 곳을 10년 이상 신탁통치하면서 관광 리조트와 산업 허브 등을 개발하는 방안이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 내에서 논의되고 있다고 미국 일간 워싱턴포스트(WP)가 보도했다. 사진은 2025년 8월 31일 WP가 기사와 함께 온라인으로 공개한 문건의 표지. [워싱턴포스트 사이트 캡처. DB 및 재판매 금지] 2025.9.1.
전쟁으로 폐허가 된 가자지구에서 팔레스타인인 주민들을 내보내고 미국이 이 곳을 10년 이상 신탁통치하면서 관광 리조트와 산업 허브 등을 개발하는 방안이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 내에서 논의되고 있다고 미국 일간 워싱턴포스트(WP)가 지난달 31일(현지시간) 보도했다.
WP는 '그레이트 트러스트'(GREAT Trust)라는 이름이 붙은 전후 가자지구 관리 계획이 실린 38쪽 분량의 문건을 입수했다며 그 내용을 전했다.
이 계획의 이름은 '가자 재구성, 경제 가속화 및 변환 트러스트'(Gaza Reconstitution, Economic Acceleration and Transformation Trust)를 줄인 말이다.
트럼프 행정부 내에서 회람된 이 계획서에 따르면 가자지구를 점령한 이스라엘이 "가자지구의 행정 권한과 책임을 미국-이스라엘 양자 협약에 따라 그레이트 트러스트에 이전"한 후에 정식 신탁통치 체제가 들어설 예정이다.
이에 따르면 가자지구 신탁통치는 "개혁되고 탈급진화된 팔레스타인 정치체가 이를 대신할 준비가 될 때까지" 다년간 지속될 것이며 10년이 걸릴 것으로 전망된다.
이 계획은 2월 4일 트럼프 대통령이 밝힌 '중동의 리비에라' 구상과 궤를 같이하는 것으로 보인다.
당시 트럼프 대통령은 가자지구의 팔레스타인인 주민들을 다른 곳으로 내보낸 후 미국이 가자지구를 "인수"(take over)해 세계적인 관광휴양지로 재건하겠다는 구상을 제시했다.
그레이트 트러스트 계획은 현재 미국과 이스라엘의 지원을 받아 기존의 유엔 산하 기관들을 배제하고 가자지구 내에서 구호물자 배급 업무를 담당중인 '가자 인도주의 재단'(GHF)을 설립하고 출범시킨 이스라엘인들 중 일부가 수립했다.
이와 관련된 자금조달 계획은 당시 보스턴컨설팅그룹(BCG)에서 근무하던 팀이 담당했다.
이 계획에 따르면 가자지구 주민 200만명 전원은 재건 기간에 "자발적"으로 다른 나라로 떠나거나 가자지구 내의 제한된 지역에 수용돼 살아야 한다.
폐허 된 가자지구에서 쓰레기 뒤지는 팔레스타인인 소년 (가자시티 AP=연합뉴스) 2025년 8월 27일 폐허가 된 가자시티에서 음식 조리에 연료로 쓸 플라스틱을 구하기 위해 13세 소년 야신 알-마스리가 쓰레기 더미를 뒤지고 있다. (AP Photo/Jehad Alshrafi) 2025.9.1.
가자지구에 토지를 소유한 팔레스타인인들은 토지를 재개발할 수 있는 권리를 트러스트에 주는 대가로 디지털 토큰을 받게 된다.
이 디지털 토큰은 가자지구가 아닌 다른 곳에서 새로운 인생을 시작하기 위한 자금으로 쓰거나, 앞으로 가자지구에 들어서게 될 6∼8곳의 "인공지능(AI)으로 가동되는 스마트시티" 중 한 곳의 아파트 분양권으로 교환할 수 있다.
가자지구를 떠나기로 하는 팔레스타인인 주민에게는 5천 달러(700만 원)의 현금과 다른 곳에서 4년간 임차료와 1년분의 식량을 충당할 수 있는 보조금이 주어진다.
그레이트 트러스트 계획의 추산에 따르면 가자지구 내 임시수용시설에 머무르지 않고 가자지구를 떠나는 팔레스타인인 주민이 많으면 많을수록 임시주거 제공과 생활지원에 드는 비용을 트러스트가 아낄 수 있으며 이는 1인당 2만3천 달러(3천200만원) 꼴이다.
WP는 그레이트 트러스트 계획의 가장 매력적인 점은 미국 정부의 자금투입이 필요하지 않고 투자자들에게 상당한 이익을 제공하는 것으로 계획돼 있다는 점이라고 분석했다.
GHF의 가자지구 식량배급 계획이 논란이 크고 현금이 빠듯한 때도 종종 있는 것과 달리, 그레이트 트러스트 계획은 "기부에 의존하지 않는다"는 것이 문건의 설명이다.
전기자동차 공장, 데이터센터, 해변 리조트, 고층 아파트단지 등 "메가프로젝트"에 공공부문과 민간부문이 투자해 자금 조달이 이뤄지며, 총 1천억 달러(140조 원)의 투자금이 10년 뒤에는 거의 4배로 불어나서 회수될 것이며 "자체 발생" 수익 흐름이 지속될 것이라는 게 계획서에 적힌 전망이다.
가자지구 서부 해안에 들어설 "세계 수준의 리조트"에는 "가자 트럼프 리비에라"라는 이름이 붙었으며, 두바이 근처에 지어진 것과 유사한 인공섬이 건설될 수도 있다.
앞서 7월에 로이터통신은 가자지구 내부와 외부에 '인도주의적 환승 구역'(Humanitarian Transit Area)이라는 명목으로 대규모 수용소를 건설해 주민들을 수용하는 방안이 추진되고 있다고 보도한 바 있다. '환승 구역'(transit area)이라는 용어는 난민 수용소를 가리키는 데 흔히 쓰이는 표현이다.
백악관과 국무부는 WP와 로이터 등의 논평 요청에 즉각 답하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