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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 "소지품 나눠주다 밤 11시 중단"…석방연기에 '당혹·허탈'
  • 연합뉴스
  • 등록 2025-09-11 05:4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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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구금직원들, 가족들에 메시지 전달 요청도…"잘있으니 곧 보자"
  • 새벽부터 LG엔솔 관계자·취재진 대기…美현지 언론들도 관심


적막감 흐르는 포크스턴 이민세관단속국 구금시설10일(현지시간) 미국 당국의 이민단속으로 체포된 현대차-LG엔솔 배터리공장 건설 현장 직원들이 수감돼 있는 조지아주 포크스턴의 이민세관단속국(ICE) 구금시설. 외교부는 이날 미국 이민당국에 구금된 한국인들을 데려오려던 전세기 출발이 미국측 사정으로 어렵게 됐다고 밝혔다. 연합뉴스. 

10일(현지시간) 한국행 전세기를 탈 예정이었던 한국인 300여명이 출국 12시간을 앞두고 '석방 연기'라는 당혹스러운 상황을 맞닥뜨렸다.


이날 오전 1시 불이 환하게 밝혀져 있는 조지아주 포크스턴의 이민세관단속국(ICE) 구금시설은 고요한 모습이었다.


구금된 한국인들이 석방돼 전세기 탑승을 위해 애틀랜타 공항으로 이동할 예정이었지만, 대규모 이송을 위한 버스나 이민 당국 관계자 등의 움직임은 전혀 보이지 않았다.


300명이 넘는 인원이 동시에 이동하려면 대형 버스가 최소 8대는 필요할 것으로 추정됐다. 그러나 시설 안에 전날부터 주차돼 있던 버스 두어대만 보일 뿐 여러 대가 줄지어 있거나 시설 내로 들어가는 버스의 모습은 포착되지 않았다.


그러던 중 오전 2시 50분께(한국 시간 오후 3시 50분께) 외교부에서 이날 전세기 출발이 어렵게 됐다는 발표가 나오자, 현장에 있던 내외신 취재진 사이에서는 탄식이 터져 나왔다.


지난 4일 미 이민 당국 단속으로 시작된 한국 국민의 대규모 구금 사태가 이날 엿새 만에 마무리될 것으로 전망되며 내외신의 관심도 집중됐던 터였다.


전혀 예상하지 못했던 상황이었던 만큼, 외교부 발표가 나온 이후에도 현장에는 취재진이 속속 도착했다.


미측 사정으로 출발이 지연됐다고 알려졌을 뿐 구체적인 이유가 확인되지 않아 현장에서 느끼는 당혹감은 더 컸다.


전세기 출발을 취재하기 위해 애틀랜타 공항에서 일찍부터 대기하던 취재진도 적지 않은 상황이었다.


지금 포크스턴 이민세관단속국 구금시설 앞은10일(현지시간) 미국 당국의 이민단속으로 체포된 현대차-LG엔솔 배터리공장 건설 현장 직원들이 수감돼 있는 조지아주 포크스턴의 이민세관단속국(ICE) 구금시설 앞에 취재진이 대기하고 있다. 외교부는 이날 미국 이민당국에 구금된 한국인들을 데려오려던 전세기 출발이 미국측 사정으로 어렵게 됐다고 밝혔다. 연합뉴스. 

NBC, CBS 등 외신들도 한국인 구금 사태에 큰 관심을 보이며 현장에 나와 있었지만, 허탕을 쳤다.


NBC방송 카메라 기자는 "버스 출발이 새벽 1시인 줄 알고 어젯밤 10시 30분부터 와서 대기했다"며 "20, 30명도 아니고 300명이 넘는 사람들이 잡혀 있는 데다, 트럼프의 이민정책과 관련된 사안이어서 우리도 관심이 많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LG에너지솔루션 관계자들도 자사 및 협력사 직원들의 전세기 탑승을 지원하기 위해 이날 새벽 공장이 있는 조지아주 서배너 인근에서 포크스턴 구금시설로 이동하던 중에야 출발 지연 소식을 듣고 허탈감을 감추지 못했다.


LG 협력사 관계자들도 이날 오전 직원들을 걱정하며 포크스턴 시설을 다시 찾았다.


한 관계자는 "새벽에 소식을 듣고 걱정이 돼 잠이 안 와서 와봤다"며 "ICE 측에서 석방 준비를 위해 어젯밤 11시에 개인 소지품을 나눠주다가 70∼80명을 남겨둔 상태에서 작업을 중단하고 퇴근했다는 내부 이야기를 전해 들었다"고 말했다.


일부 직원은 석방에 앞서 가족들에게 메시지를 전해달라고 회사 관계자들에게 부탁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관계자는 "한 친구는 부인과 가족에게 '나 잘 있으니, 곧 보자'는 음성 메시지를 녹음해 가족에게 전달해달라고 했다"며 "곧 석방되리란 생각에 그런 것인지, 목소리가 밝았다"고 말했다.


한 구금 직원은 귀국한 직원 가족들로 북적거릴 공항 상황이 걱정돼 모친에게 공항에 나오지 말라는 메시지를 전해달라고 요청하기도 했다고 한다.


이들의 귀국을 예상한 LG 협력사들은 현지에 남아있던 직원들의 짐을 수거한 상태다. LG엔솔은 이를 취합해 한국으로 보낼 예정이다.


앞서 미 당국은 지난 4일 현대차그룹-LG에너지솔루션 배터리 합작공장 건설 현장에서 한국인 직원 300여명을 포함해 475명을 체포·구금했다. 이들이 불법 체류를 하거나, 체류 자격 범위를 넘어선 일을 하고 있다고 판단한 것이다.


정부는 이들을 '자진출국' 형식으로 출국시키면서 이후 입국 제한 같은 불이익이 없도록 미국 측과 협의를 이어왔다.


석방된 한국인들이 탄 전세기는 미국 시간으로 10일 오후 2시 30분께 출발할 예정이었으나, 외교부는 이날 "조지아주에 구금된 우리 국민들의 현지 시간 10일 출발은 미측 사정으로 어렵게 됐다"고 밝혔다.


이날 출발이 연기된 것은 수갑 등 신체적 속박 조치와 관련한 세부 조율 문제가 남았기 때문으로 전해졌다. 기술적 조율만 남은 셈이어서 구금 한국인들의 귀국이 미국 시간으로 이르면 11일 중에 이뤄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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