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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 트럼프의 상호관세 그물망 ③중국의 궁극 전략과 한국의 리세팅
  • 김영 기자
  • 등록 2025-09-13 18:13: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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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한국을 중립지대에 묶어두려는 중국의 압박
  • 수세적 적응을 넘어 역(逆)초한전 전략으로
  • 법과 정치의 제도화가 대응의 성패 가른다
중국의 대한(對韓) 전략은 단순한 경제보복이나 외교 압박이 아니다. 한국을 미국 동맹망의 일원으로 두되, 확실한 편에 서지 못하게 만드는 ‘중립지대 전략’이 그 본질이다. 한국이 번영을 지키려면 중국의 궁극 전략을 정확히 진단하고, 공세적 옵션과 법·정치적 뒷받침을 갖춘 리세팅 전략을 마련해야 한다. 특히 간첩법 개정과 주적 규정 명문화는 전략의 출발점이다. <편집자 주>

중국의 초한전은 법과 여론, 경제를 가리지 않는다. 한국의 대응은 법과 정치의 제도화에서 시작된다. 한미일보 그래픽


중국의 한반도 전략을 직시하는 일은 불편하지만 피할 수 없다. 중국은 한국을 정복 대상으로 보지 않는다. 대신 한국을 미국 동맹망의 약한 고리로 규정하고, 언제든 흔들 수 있는 중립지대로 묶어두려 한다. 


이 전략은 다섯 가지 축으로 설명된다. 


첫째, 한국이 미국 편에 확실히 서지 못하게 만드는 것. 

둘째, 북한을 지렛대로 활용하는 것. 

셋째, 경제적 의존 구조를 유지해 보복 카드를 상시 보유하는 것. 

넷째, 한미일 공조를 흔들기 위해 역사·영토 문제를 자극하는 것. 

다섯째, 한국 내부의 정치·사회 갈등을 활용하는 것이다.


실제 사례에서 보듯 중국은 한국 내부 갈등을 활용해 영향력을 투사했다. 


한한령(限韓令)과 같은 문화 통제는 한국 콘텐츠 업계와 여론에 충격을 주었고, 특정 정치·학술 교류를 통해 친중 성향 인사와 집단을 포섭하려는 시도가 이어졌다. 


중국발 학술·언론 지원은 투명하게 공개되지 않아 여론 형성 과정에 그림자처럼 개입했다. 일부 언론·학술기관은 중국 자금 지원 여부를 드러낼 의무가 없어, 중국의 메시지가 은밀히 국내 여론에 스며들 수 있는 구조적 취약성이 방치되고 있다.


목표는 분명하다. 한국을 전략적 중립지대로 고정시켜, 미국의 동맹망을 약화시키는 것이다. 


미국·일본과 달리 한국이 머뭇거릴수록 중국은 시간을 벌고, 동맹의 압박은 느슨해진다. 


사드(THAAD) 보복은 그 전형적 사례였다. 군사·경제·여론전이 동시에 가동되면서 한국은 치명적 피해를 입었지만, 제도적 대응 기반은 없었다. 


2017년 국회 보고에 따르면 당시 한국 기업 피해액은 8조5천억 원에 달했고, 현대차는 중국 공장 가동을 멈추었으며, 롯데마트는 중국 내 매장을 매각해야 했다. 


전체 피해는 관광 손실까지 포함하면 20조 원 이상이라는 추정도 있었다. 단순한 외교 마찰이 아니라, 법과 제도의 공백이 초래한 국가적 취약성의 증거였다.


따라서 한국의 대응 전략은 단순한 수세적 적응에 머물러서는 안 된다. 중국의 약점을 활용한 공세적 역(逆)초한전 전략을 준비해야 한다. 이는 단순한 구호가 아니라 구체적 옵션으로 발전해야 한다. 


예컨대 △미·일·호주 등과의 전략 연대 강화 △외국 영향력 투명성법 제정 △중국계 투자 사전심사 강화 △중국발 사이버 위협 보고 의무화 △여론 조작 공개체계 구축 △내부 사회 통합력 제고 등이 그 핵심이다. 


무엇보다 주적 규정 명문화, 간첩법 개정, 전략 문서의 기준점 확보는 이 모든 장치를 작동시키는 기초가 된다.


해외 입법 선례와 한국 제도를 비교하면 현행 장치의 빈틈이 드러난다.


첫째, 외국 영향력 투명성 문제다. 


미국은 오래전부터 FARA(외국대리인등록법, 1938)를 운영해 외국 정부와 연계된 로비·언론 활동을 등록·공시하도록 했다. 호주도 2018년 Foreign Influence Transparency Scheme Act를 도입했다. 


반면 한국은 외국 자금의 정치자금 제공이나 간첩 행위는 처벌할 수 있지만, 로비·학술·언론 활동을 투명하게 드러내도록 강제하는 제도는 없다. 


다시 말해, 외국 정부나 단체가 학술 연구비를 지원하거나, 언론사 광고·협찬을 통해 보도 방향에 영향을 미치더라도 이를 공개할 의무가 없는 것이다. 국민이나 의회가 이러한 활동의 존재 여부를 확인할 방법이 없다는 뜻이다. 


이 공백은 중국이 한국 내부에 영향력을 투사할 때 흔적을 드러내지 않고 은밀히 움직일 수 있는 구조적 취약성으로 작용한다. 


반대로 미국과 호주는 모든 활동을 등록·공시하게 만들어, 외국 정부가 개입하면 곧바로 기록으로 남고 공개된다. 한국이 노출을 강제하지 못하는 현 체계는 결국 중국의 장기적 침투에 문을 열어놓는 것이나 다름없다.


둘째, 외국인 투자 심사다. 


미국의 CFIUS는 안보 위협이 되는 외국인 투자를 차단할 권한을 가진다. EU 역시 2019년 FDI Screening Regulation을 도입했고, 일본은 2020년 개정된 외환 및 외국무역법으로 상장기업 지분 1% 이상 취득에도 사전 심사를 부과한다. 


한국은 ‘외국인투자촉진법’, ‘산업기술보호법’으로 일부 심사가 가능하지만, 범위는 ‘국가핵심기술’ 등 제한적이다. 포괄적·안보 차원의 심사 권한은 없다.


셋째, 사이버·정보 보안이다. 


미국은 2018년 CISA를 설립해 민관군 협력 사이버 방어 체계를 구축했고, EU는 NIS Directive로 인프라·플랫폼 사업자에 보안 의무와 위협 보고를 강제한다. 


한국은 ‘정보통신망법’과 ‘개인정보보호법’이 있지만, 민간 플랫폼에 중국발 위협 보고를 법적으로 강제하는 틀은 없다.


넷째, 전략산업 육성·전환 지원이다. 


미국의 CHIPS and Science Act(2022)는 반도체 보조금 지원과 함께 ‘중국 투자 제한’ 조건을 붙였다. EU의 Net-Zero Industry Act(2023)도 청정에너지 산업을 지정하며 공급망 자립과 대중 의존 축소를 동시에 추진한다. 


한국은 2022년 제정된 ‘국가첨단전략산업법’으로 반도체·배터리에 세제·보조금을 제공하지만, 대중 투자 제한 조항은 없다.


다섯째, 간첩법 개정이 필요하다. 


현행 「국가보안법」은 전통적 군사 간첩 행위는 규율하지만, 중국식 초한전에 대응하기엔 한계가 뚜렷하다. 산업기술 유출, 사이버 침투, 여론 조작, 정치 로비는 법망에서 비껴간다. 


미국의 Economic Espionage Act(1996), 영국의 National Security Act(2023), 호주의 간첩·외국간섭법(2018)은 산업스파이, 정치공작, 사이버 공작까지 포괄한다. 한국형 개정안은 △간첩 행위 범위를 산업·사이버·정치까지 확대하고, △경제스파이·기술유출을 중대범죄로 규정하며, △외국과 연계된 여론 조작·자금 제공을 외국공작죄로 신설하는 방향이 돼야 한다.


여섯째, 주적 규정 문제다. 


한국의 전략이 모호한 이유는 국가 차원에서 “누가 적인가”를 분명히 못했기 때문이다. 국방백서에서 북한을 명시적 주적으로 규정하고, 중국을 ‘최대 전략적 도전’ 혹은 ‘전략적 주적’으로 명문화해야 한다. 


미국이 국가안보전략에서 중국을 전략적 경쟁자로, 일본이 국가안전보장전략에서 중국을 최대 도전으로 규정한 것처럼, 한국도 법과 전략 문서에 주적 규정을 담아야 한다. 이는 단순한 레토릭이 아니라, 법과 제도의 기준점을 세우는 일이다. 


간첩법 개정, 투명성법, 사이버안보법도 결국 주적 규정을 기준으로 작동해야 한다.


결국 한국은 보호·지원 중심의 제도에서 벗어나, 공개·투명성·제한·가중 처벌을 포함한 공세적 제도로 나아가야 한다. 


중국의 궁극 전략은 한국을 중립지대에 묶어두려는 것이다. 한국이 좌표를 분명히 하고, 법과 정치의 내구성을 확보한다면 더 이상 끌려다니는 나라가 아니라, 규범을 만들고 전략을 주도하는 나라로 설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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