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 메일전송
[기획] 중국을 멀리해야 하는 이유 ①숨은 칩과 킬 스위치
  • 김영 기자
  • 등록 2025-09-15 12:15:31
기사수정
  • 미국·유럽은 선제 대응, 한국은 보안 공백
  • 값싼 중국산 의존, 전력망 전체가 잠재적 볼모
  • 안보의 최후 보루, 스스로 킬 스위치를 쥔 한국
중국산 인버터 내부에서 발견된 숨은 통신 칩은 단순한 전자부품이 아니다. 이는 국가 전력망을 원격으로 무력화할 수 있는 잠재적 킬 스위치로 평가된다. 미국과 유럽은 이를 국가안보 문제로 규정하며 대응에 나섰다. 그러나 한국은 여전히 값싼 중국산 의존과 제도적 공백 속에서 스스로 전력망의 안전을 위태롭게 하고 있다. 본 기사는 한국이 중국을 멀리해야 하는 첫 번째 이유, 즉 보안·안보 위협을 다룬다. <편집자 주>

중국산 인버터 내부에서 발견된 숨은 칩. 값싼 장비 뒤에 숨어 전력망을 위협하는 킬 스위치. 한미일보 그래픽

“전력망을 장악하는 보이지 않는 손”

 

태양광 인버터는 단순한 전력 변환기가 아니다. 전력망과 연동돼 국가 전체의 전력 흐름을 관리하는 ‘두뇌’ 역할을 한다. 그런데 최근 미국과 유럽에서 중국산 인버터와 배터리 장치 내부에서 문서화되지 않은 통신 칩이 발견되면서 충격이 확산되고 있다. 

 

이는 단순한 해킹 위험을 넘어 외부 명령으로 전력망 전체를 무력화할 수 있는 ‘킬 스위치’ 가능성을 드러낸다. 미국과 유럽은 이를 국가안보 차원의 위협으로 규정하고 조사와 대응에 착수했지만, 한국은 여전히 보안 검증 제도조차 없는 채로 중국산 제품에 90% 이상을 의존하고 있다. 

 

값싼 장비 뒤에 숨어 있는 ‘보이지 않는 손’이 한국 전력망을 언제든 장악할 수 있다는 경고가 현실로 다가오고 있다.

 

2025년 8월 20일 미국 연방고속도로청(FHWA)은 각 주 교통 당국에 보안 권고문을 발송했다. 이어 9월 10일 로이터 통신이 이를 단독 보도하면서 국제적 파장이 일었다. 

 

권고문에는 전력 변환 장치와 배터리 관리 시스템(BMS)에서 제품 사양에 기재되지 않은 휴대전화 통신 칩이 발견됐다는 사실이 담겼다. 전기차 충전기, 교통카메라, 도로변 기상 관측 장비 등 미국 전역의 인프라 장비가 잠재적 원격 조작 위협에 노출돼 있다는 경고였다.

 

덴마크의 산업단체 ‘그린 파워 덴마크’ 역시 같은 시기 자국 전력망용 수입 장비에서 정체불명의 전자 부품이 발견됐다고 밝혔다. 독일은 5G 네트워크 보안을 위해 중국산 장비를 단계적으로 퇴출하겠다는 방침을 발표했다. 

 

미국과 유럽이 중국산 장비의 숨은 기능을 국가안보 차원의 위협으로 규정하고 즉각 대응에 나선 셈이다.

 

보안 전문가들은 인버터 내부의 숨은 칩이 실제 작동할 경우 전력망이 동시다발적으로 마비될 수 있다고 경고한다. 인버터가 의도적으로 주파수를 왜곡하면 송전망은 불안정해지고, 곧 전국적 블랙아웃으로 이어진다. 


병원, 지하철, 공항 같은 사회 기반시설은 일제히 멈추고, 공장 생산 라인과 데이터센터도 동시에 마비된다. 군사 통신과 방공망까지 영향을 받는다면 국가 안보의 최후 보루가 무너진다. 

 

더 나아가 해당 칩이 데이터를 송수신할 수 있다면, 전력망 운영 정보와 소비 패턴 같은 민감한 정보 유출까지 불가피하다. 전문가들은 이를 “물리적 인프라를 겨냥한 하이브리드 전쟁”이라고 규정한다.

 

한국의 현실은 더욱 심각하다.

 

국내에서 사용되는 태양광 인버터의 90~95%가 중국산이며, 일부 기업은 중국 완제품을 그대로 들여와 상표만 바꿔 판매하는 ‘택갈이’ 방식까지 만연하다. 그러나 KS 인증 제도에는 전기 안전성 검증만 있을 뿐 통신 보안성 검증 항목은 전혀 없다. 

 

결국 악의적 통신 칩이 심어져도 걸러낼 방법이 없다. 

 

태양광산업협회 관계자는 “미국과 유럽은 이미 경고음을 울렸지만, 한국은 보안 검증 기준조차 없는 상태”라며 “최소한의 가이드라인이라도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정부와 정치권의 태도는 무책임하다.

 

산업부와 에너지공단은 값싼 재생에너지 확대 정책에만 치중하며 보안 위험을 외면하고 있다. 

 

국회 또한 태양광 보조금과 친환경 정책 논의에 매달릴 뿐, 국가 전력망 보안에 대한 제도적 장치는 전무하다. 

 

전문가들은 “안보 인프라를 경제논리로만 접근하는 것은 자살행위”라고 비판한다.

 

중국산 인버터의 숨은 칩 논란은 더 이상 추측의 영역이 아니다. 

 

미국과 유럽은 국가안보 차원에서 대응에 나서고 있다. 그러나 한국은 여전히 중국산 절대 의존과 제도적 공백이라는 이중의 약점을 안고 있다. 값싼 중국산 의존은 단순한 경제적 문제가 아니라 국가 생존을 위협하는 구조적 취약성이다.

 

바로 이것이 한국이 중국을 멀리해야 하는 첫 번째 이유다. 안보의 킬 스위치를 스스로 중국에 맡긴다면, 위기는 이미 시작된 것이나 다름없다.

 

 

#중국위협 #킬스위치 #숨은칩 #사이버안보 #전력망위협 #재생에너지보안 #국가안보 #정부책임 #탈중국전략 #한미일보기획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추천해요
0
좋아요
0
감동이에요
0
유니세프-기본배너
모바일 버전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