값싼 중국산 공습에 무너지는 국산 산업 생태계. 미국은 ‘관세 장벽’으로 방어에 나섰지만 한국은 여전히 무방비 상태다. 한미일보 그래픽
중국산 저가 상품은 특정 분야를 넘어 글로벌 산업 전반으로 파고들고 있다. 태양광 인버터 시장의 90% 이상을 장악한 데 이어, 구형 반도체 칩 시장과 전기차, 풍력발전 분야까지 무차별적으로 잠식하고 있다.
중국산은 ‘싼 값’을 무기로 단기간에 점유율을 확대하고, 기술 인력을 흡수하며 산업 주도권을 빼앗아 간다.
미국은 저가 상품 공습에 대응하기 위해 우편물에까지 관세를 부과하는 극단적 조치를 취하고 있지만, 한국은 여전히 값싼 중국산에 의존하며 국산 기술과 제조 기반을 스스로 허물고 있다. 산업 종속과 기술 유출이 겹치는 구조적 위협 속에서, 국산 생태계는 점점 설 자리를 잃어가고 있다.
“국산 생태계 붕괴와 산업 종속”
중국은 저가 공세 전략으로 세계 시장을 휩쓸고 있다. 태양광 인버터는 한국 시장의 90% 이상을 차지하며 국산 업체들의 경쟁력을 사실상 마비시켰다. 불과 5년 전만 해도 국내 중견업체 A사는 점유율 20%를 유지했으나, 지금은 시장에서 철수 수순을 밟고 있다.
일부 기업은 중국에서 완제품을 들여와 라벨만 바꿔 유통하는 ‘택갈이’ 방식에 의존하고 있다. 단기적으로는 설치 비용을 낮추지만, 장기적으로는 기술 축적과 생산 기반을 스스로 포기하는 셈이다.
이 같은 흐름은 태양광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반도체 분야에서도 중국은 구형 칩(레거시 칩) 시장을 저가 공세로 잠식했다. 현재 중국은 28나노 이상 구형 칩 생산능력에서 세계의 30% 이상을 차지하고 있으며, 자동차용 마이크로컨트롤러(MCU)와 전력 반도체 등에서는 40% 안팎의 점유율을 확보한 것으로 분석된다.
첨단 공정에서는 한국과 대만을 따라잡지 못했지만, 범용 칩 시장을 틀어쥐며 글로벌 공급망에서 무시할 수 없는 존재로 부상했다. 업계 관계자는 “중국이 레거시 칩을 장악하면 첨단 반도체 경쟁력에도 직격탄이 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전기차 시장에서도 중국산의 공습은 거세다. 2024년 기준 중국산 전기차는 유럽 시장 점유율이 20%를 넘었고, 동남아에서는 절반 가까운 50%를 차지하고 있다. BYD, 샤오미, 지리 등 저가형 모델들이 앞세운 물량 공세에 한국산 전기차의 동남아 점유율은 5%에도 미치지 못한다.
값싼 가격에 의존한 보급은 단기 성과를 낳지만, 안전성 검증 미흡과 환경 규제 무력화로 시장 질서를 교란한다.
풍력발전 시장 역시 중국이 이미 60% 이상을 장악한 상태다. 저가 설비로 진입한 뒤 유지·보수와 부품 공급까지 독점하며 전 산업 구조를 지배하고 있다.
이 같은 상황에 미국은 강경하게 대응하고 있다.
특히 주목할 점은 단순한 방어가 아니라 공급망 구조 자체를 재편하는 전략적 선택이라는 점이다. 미국은 우편물에도 관세를 부과하는 초강수를 두었고, 인플레이션 감축법(IRA)과 반도체 지원법을 통해 막대한 보조금을 지급했다. 이는 “싼 값의 중국산을 차단한다”는 차원을 넘어, 자국 제조업을 되살리고 글로벌 가치사슬을 다시 미국 중심으로 짜는 작업이다.
이른바 리쇼어링(reshoring) 정책은 단순한 산업 보호가 아니다.
그동안 해외로 나갔던 공장과 인력을 다시 불러들이는 과정은, 기술·자본·고용을 되찾는 국가 프로젝트에 가깝다. 고율 관세 역시 단기적인 물가 상승을 감수하면서까지 중국을 공급망에서 배제하려는 의지의 표현이다. 다시 말해 미국은 비용과 효율성보다 산업 주권을 우선시했다.
반면 한국의 대응은 한마디로 무기력하다. 정부는 WTO 규범과 소비자 물가를 핑계로 반덤핑 조치를 회피하고, 국회는 정쟁에 매몰돼 산업 보호 입법을 사실상 방치하고 있다.
미국이 고율 관세와 리쇼어링으로 국가 전략을 전면에 세우는 동안, 한국 정부와 국회는 값싼 수입품 앞에 스스로 무릎을 꿇고 있는 셈이다.
중국은 공산당의 일사불란한 통제 아래 국가 전략을 밀어붙이는데, 한국 정치권은 정파적 유불리 계산에 매달려 산업 주권 논의조차 제대로 하지 못하고 있다.
여기에 기술 스파이 문제까지 겹친다.
반도체와 배터리 분야에서 퇴직 직후 중국 기업으로 이직하며 수천 건의 기술 문서를 반출한 사건은 빙산의 일각이다. 핵심 인력이 빠져나가면서 수십 년간 축적한 연구 성과가 단기간에 유출되는 일이 반복되고 있다. 산업 종속과 기술 유출이 동시에 진행되는 최악의 상황이 전개되고 있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내부 요인도 지적한다.
대기업 위주의 납품 구조, 단기 실적에 치중한 보조금 정책, 중소기업 보호 미흡 등이 맞물려 국내 생태계는 취약해지고 있다. 외부의 중국 공세만으로 설명하기 어려운 구조적 한계다. 결국 한국은 중국의 값싼 공세와 내부의 제도적 허점이라는 이중의 압박에 놓여 있다.
따라서 한국은 이제 선택해야 한다.
단순히 값싼 중국산을 피하는 수준이 아니라, 자국 기술과 산업 기반을 보호하는 제도적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 반덤핑 규제, 기술보호법 강화, 대체재 육성 정책, 소비자 인식 전환까지 종합적인 전략이 필요하다. 무엇보다 미국이 리쇼어링을 통해 보여준 메시지, “비용이 올라가도 산업 주권은 양보할 수 없다”를 한국은 되새겨야 한다.
지금 한국은 미국과 중국 사이에서 선택의 귀로에 서 있다.
중국산 값싼 공습을 단순한 시장 현상으로 치부한다면, 한국은 산업 주권을 스스로 내던지고 중국에 종속되는 길을 택하는 것이다. 반대로 비용 상승과 단기적 부담을 감수하더라도, 미국처럼 자국 산업을 되살리고 공급망을 재편하는 길을 가야 한다.
선택은 분명하다. 답은 이미 정해져 있다. 한국은 중국을 멀리하고, 기술 자립과 산업 생태계 복원을 국가 전략으로 삼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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