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주의의 재판 도구였던 인민법원과 트로이카, 민주국가에서 금지된 제도의 귀환. 한미일보 그래픽
더불어민주당이 추진하는 ‘내란특별재판부’ 설치 논의가 헌법 위반 논란으로 확산되고 있다.
논란의 출발점은 이재명 대통령의 발언이었다.
그는 최근 국무회의와 기자회견에서 “대한민국에는 권력의 서열이 분명히 있다. 최고 권력은 국민·국민주권, 그리고 직접 선출 권력, 간접 선출 권력이다. 국민의 뜻을 가장 잘 반영하는 것은 국민이 직접 선출한 권력이고, 임명 권력은 선출 권력으로부터 이차적으로 권한을 나눠 받은 것”이라고 말했다.
사법고시 출신 대통령의 이 같은 발언은 곧바로 후폭풍을 불러왔다. 헌법이 설계한 삼권분립의 견제와 균형 원리를 무너뜨리는 듯한 뉘앙스를 담고 있었기 때문이다.
특히 사법부가 입법부와 행정부보다 열위 권력이라는 인식을 확산시키면서, 민주당은 이를 근거로 “국민의 뜻”을 내세우며 특별재판부 설치 필요성을 주장하고 있다.
헌법학자들은 강하게 반발한다.
문형배 전 헌법재판소장 권한대행은 한 라디오에 출연해 “대한민국 헌법을 한번 읽어보시라, 이게 제 대답이다”고 말해 대통령 주장을 정면 반박했다.
장영수 고려대 교수는 “특정 사건을 겨냥한 재판부 구성은 법 앞의 평등 원칙을 침해한다”고 지적했고, 차진아 고려대 교수는 “재판 주체를 국회가 정하는 것은 사법권 침해”라고 비판했다. 이호선 국민대 전 헌법학회장도 “특별재판부는 헌법 원리에 정면 위배된다”고 했다.
이인호 중앙대 교수는 “각급 법원의 조직을 법률로 정하라는 헌법 조항은 일반적·추상적 체계를 뜻하는 것이지, 특정 사건 재판부를 정하라는 의미가 아니다”라며, “전담재판부로 이름을 바꿔도 본질은 달라지지 않는다”고 꼬집었다.
변호사단체들도 반발했다.
착한법 만드는 사람들은 “내란특별재판부 설치는 헌법상 근거가 없고, 법관 임명 절차에 외부 세력이 개입하는 것으로 공정한 재판을 받을 권리를 침해한다”고 주장했다.
한반도 인권과 통일을 위한 변호사모임(한변)은 “삼권분립과 재판 독립성을 정면으로 부정하는 헌법 파괴 행위”라며 설치 추진 중단을 촉구했다.
헌법적 근거는 명확하다.
헌법 제101조는 “사법권은 법원에 속한다”고 규정하고, 제103조는 “법관은 헌법과 법률에 의하여 그 양심에 따라 독립하여 심판한다”고 못 박고 있다. 또한 제110조는 군사법원만을 예외적 특별법원으로 허용한다. 그 외의 특별재판부 설치는 헌법상 근거가 없다. 사건 배당과 재판부 구성 역시 법원 내부 사무분담 사항임을 대법원 예규가 전제하고 있으며, 외부 개입은 곧 재판 독립의 침해다.
이 같은 맥락에서 대법원 법원행정처는 지난 8월 29일 국회에 제출한 공식 의견서에서 “내란특별재판부는 사법권 독립을 침해하고 위헌 소지가 크다”고 밝혔다.
다수 헌법학자 역시 “사건 재배당과 인위적 재판부 구성은 평등원칙과 법치주의에 반한다”며 위헌성을 경고했다.
해외 민주국가의 헌법은 특별재판부를 원천적으로 금지한다.
독일 기본법 제101조는 “비상법원은 설치될 수 없다”고 규정하고, 일본 헌법 제76조 2항은 “특별재판소는 설치할 수 없다”고 못 박는다.
미국 연방헌법 제3조도 사법권을 연방대법원과 하급심 법원에만 부여하며, 특정 사건을 위한 임시 재판부 설치는 의회 권한 밖이라는 판례가 확립돼 있다.
이는 모두 나치 독일과 스탈린 체제에서 특별재판부가 권력 탄압 도구로 악용된 역사적 교훈을 반영한 것이다.
히틀러가 1934년 설치한 인민법원(Volksgerichtshof)은 반체제 인사들을 처형하는 정치재판소로 전락했다. 백장미단 학생과 교수 6명도 이 법원에서 사형을 선고받고 참수형에 처해졌다.
스탈린 역시 ‘트로이카(3인 특별재판부)’를 운용하며 수천 명을 재판 없이 처형하거나 강제수용소로 보냈다. 두 체제 모두 “민족의 의지”와 “프롤레타리아의 뜻”을 내세웠지만, 국민주권은 짓밟히고 법치주의는 붕괴됐다.
학계와 법조계는 민주당의 특별재판부 주장이 이러한 전체주의의 전철을 밟고 있다고 경고한다.
결국 논란의 본질은 ‘국민주권’의 왜곡이다.
헌법 제1조 2항은 “대한민국의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고 선언한다. 그러나 이는 단순히 다수당 의석이나 순간적 여론으로 국가 권력을 행사하라는 뜻이 아니다. 국민주권은 삼권분립과 법치주의라는 제도적 장치 속에서만 실현될 수 있다.
이인호 교수의 지적처럼, “특정 사건 재판부를 입법부가 정하는 것은 헌법 위반”이며, 이는 곧 국민주권의 헌법적 의미를 “국민의 뜻”이라는 정치적 구호로 둔갑시키는 행위에 다름 아니다.
전문가들은 “국민주권의 이름으로 사법부 독립을 훼손하는 것은 국민주권 자체를 파괴하는 자기모순”이라고 경고한다.
“국민의 뜻”이라는 달콤한 구호 뒤에 숨은 입법 독재와 사법 장악을 차단하는 것, 그것이야말로 헌법을 지키는 길이라는 목소리가 점점 더 커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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