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러당 원화 환율이 1,410원 선을 돌파하면서 원화 가치가 급락하고 있다. 금융시장 일각에서는 1,500원대를 넘어설 가능성까지 거론하는 상황이다.
미국과의 무역 갈등으로 인한 고율 관세 25%, 이재명 정부의 마구잡이 돈 풀기, 수출 경쟁력 추락, 국제경제 불확실성 확대 등…혹시 제2의 외환위기가 닥쳐오는 것은 아닐까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오는 판이다.
그런데 이상하다. 생각보다 환율 상승세가 이상할 정도로 완만하다. 혹시 정부가 시장에 개입해서 환율을 조정하는 것은 아닐까? 그렇다면 뻔하다. 기존 외환보유고를 헐어서 원화를 매입해 원화 가치를 상승시켜야 한다. 이를 확인하려면 간단한 방법이 있다. 한국은행이 정기적으로 발표하는 외환보유고 현황만 보면 그간 무슨 일이 있었는지 알게 된다.
그런데 한국은행이 너무 조용하다. 원래는 매달 초에 전월 말의 외환보유고를 발표해야 함에도 8일 현재까지 침묵 중이다. 물론 7일에 발표한 달도 있다. 하지만 예외적 상황이었다.
지난해 2024년 11월에는 5일에 발표했다. 12월에는 4일이다. 올해는 지난 7월 3일, 8월 5일, 9월 3일에 각각 전월 말의 보유고를 발표했다. 그러니 올해 9월 말 외환보유고 역시 이달 3∼7일에는 발표해야 정상이다. 대답은 뻔하다. 장기 추석 연휴로 발표 일자가 자동 연장됐다고 변명할 것이다.
하지만 위기 상황 아닌가. 국가 운영의 요체를 두 가지로 압축하라면 그것은 안보와 경제다.
국방부와 병사들은 연휴 중에도 휴전선에서 삼엄한 경계를 늦추지 않고 있다. 한국은행 역시 국방부 못지않게 대한민국 경제의 최전선에 서 있는 기관이다. 휴일이라 상황실은 문을 닫았나? 당직자는 모히또 가서 몰디브나 한 잔 빨고 있나?
환율은 국가 경제의 핵심 지표 중 하나다. 이런 중요한 지표를 두고 연휴라 발표할 수 없다면 직무태만이다. 연휴는 한국인 대상이지 국제금융시장을 대상으로 한 게 아니다. 병사들이 경계를 포기하는 것과 무엇이 다른가.
국가의 안보와 경제 운영에서 한 발 비켜 있는 사법부도 이렇지는 않다. 법원은 지난 4일 토요일 그것도 오후 3시부터 1시간 10분 넘게 이진숙 방송통신위원장 체포적부심 심문을 진행한 후 청구를 인용했다. 법원은 왜 주말 토요일에 일하나. 법원은 한국은행보다 못한 기관이라서인가.
이재명 대통령은 추석 연휴를 앞둔 지난 2일 수석보좌관회의에서 “공직자가 솔직히 휴일이 어딨나”라며 “원래 24시간 일하는 것이다. 자다가도 벌떡 일어나는 게 공직”이라고 재차 강조했다. 한국은행은 이 말이 말 같지도 않은가 보다. 하긴 뭐∼.
지난 5일, 국제공항 미달러당 원화 환율은 1,467원을 기록했다. 달러 인덱스 하락 즉, 달러 약세 상황에서 이런 일이 벌어지는 중이다. 원화 가치가 상승해야 마땅한 시점이다. 원화만 가치가 하락하고 있다.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이번 방한 때 이재명 대통령이 선약한 3,500억 달러 투자 서명을 받아낼 것이라고 공언한다. 이 대통령은 1,000억 달러 상당의 알래스카 원유 가스 구입까지 약속해 놓고 있다.
이 정도의 외환보유고가 현금으로 미국에 이전될 경우 한국은 그 자리에서 주저앉는다. 끝장이다. 게다가 앞날을 낙관적으로 볼 경제 전망조차 전무한 실정이다. 그럴수록 환율 동향은 국민 최대의 관심사다.
한국은행이 해야 할 일은 분명하다. 하루라도 빨리 전월 말 외환보유액 통계를 발표해 국민에게 경제 환경에 경각심을 일깨우고 대비토록 할 책무가 있다.
필자는 이 나라의 경제에 대단히 비관적이다. 앞에서 지적한 대로 나라의 앞날을 낙관적으로 볼 경제 전망은 전무한 상황인 데다 이재명 정부에 대한 개인적인 신뢰마저 제로에 가깝기 때문에 더욱 그렇다.
유방과 항우 간의 초한전 당시 경포(黥布)는 유방의 한나라에 절대적 공헌을 한 장수였다. 그가 나중에 유방에게 반란으로 맞선다. 역사서에는 유방의 부하들이 유방에게 경포에 대처하는 세 가지 계책을 제시하는 장면이 나온다.
그때 책사들은 경포에 대해 걱정할 일이 없다고 상신한다. 그 이유가 이랬다. “경포는 옛날 여산의 무리로 만승(萬乘)의 군주가 되었지만, 이는 다 자기 한 몸을 위해서였지, 훗날을 생각하며 백성과 만세를 위하여 그렇게 한 것이 아니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하급의 계책을 쓸 것입니다.”
이재명이 대통령이 된 지 5개월이 다 되어간다. 그런데 그가 나라의 정책이라고 내놓은 것들이 하나같이 자기 한 몸을 위한 것들뿐이다. 훗날을 생각하며 백성과 만세를 위하여 한 것은 눈을 씻고 봐도 없다. 다시 말해 하급 중 하급의 정상배이다.
필자가 이 나라의 내일을 심히 우려하고, 또한 그 진행 정도를 확인하기 위한 핵심 경제 지표로 환율 동향에 초미의 관심을 기울이는 근본적 배경이다. 그런데 한국은행은 묵언수행 중이다. 10월인데 벌써 동안거에 들어간 모양새다. 아니면 환율 방어를 위해 외환보유고가 크게 축났고 또 이것을 감추려는 보이지 않는 손에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쫄아서’는 아닌지 심히 걱정스럽다. 그렇지 않기를 바란다.
이신우 前 문화일보 논설고문·‘부정선거와 내란범들’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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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대하신 대통령께서
우리도 기축통화국 하시겠다고 말씀 하셨는데
뭔 걱정을 하시는지....
달러가 모자라면 원화 찍어내 주면되고
외국인이 원화 안받겠다면
주리를 틀어 강제로 받게 하면 되고
기축통화국을 우습게 본다고 땡강 부리면 되고...
걱정 없어요!^^
"공직자가 솔직히 휴일이 어딨나"라고 말한 그者는 정작 근무시간에 그것도 국가정보가 소실되는 위기상황에 예능이나 찍고 있으니 하급임을 스스로 인정하는구나.
나라 걱정 하는 높은 양반 아무도 없는 것 같다. 다들 너무 조용하다. 솔직히 지금 xx발광해도 모자랄 판인데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