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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미숙의 집수다] 토허구역 전면 확대, 재계약·갱신권 사용 부른다
  • 연합뉴스
  • 등록 2025-10-23 12:09: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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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미숙의 집수다] 토허구역 전면 확대, 재계약·갱신권 사용 부른다


강남3·용산구, 토허구역 지정 후 갱신계약이 46%…비토허구역 41%보다 높아


토허구역에 임차인 있으면 집 못팔아…임대인 퇴거 요구에 55%가 갱신권 써


10·15대책으로 토허구역 확대, 전세 물건 잠김 심화…"전셋값 뛰고 월세화 가속"


지난 3월24일 토지거래허가구역이 강남3구와 용산구의 아파트 전체로 확대된 후 토허구역내 신규 전월세 계약은 급감하고, 갱신계약과 계약갱신요구권(이하 갱신권) 사용 비중이 크게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토허구역내에서 임차인이 있는 경우 집을 팔 수 없기 때문에 임대인의 퇴거 요구에 임차인이 재계약과 갱신권 사용으로 대응하는 경우가 늘어난 것이다.


전문가들은 정부가 10·15대책으로 토허구역을 서울 전역과 경기도 12곳 등 전방위로 확대함에 따라 이들 지역의 신규 전세 물건 잠김 현상이 심화되며 전셋값 상승과 함께 전월세 유입과 갈아타기도 힘들어질 것으로 우려한다.


 서울 아파트 모습 [연합뉴스 자료사진]


◇ 토허구역 4개 구 신규 전세 매물 잠김 심화…갱신권 사용비중 55% 달해


23일 국토교통부 실거래가시스템을 분석한 결과 올해 들어 1월부터 지난 22일까지 신고된 서울 아파트 전체 전월세 거래 건수는 총 20만4천895건으로, 이중 갱신계약(재계약)은 41.4%(7만6천570건)를 차지했다.


기간내 거래 신고를 한 전월세 계약 10건중 4건 이상이 재계약인 것이다.


이는 지난해 전체 전월세 거래 25만977건 가운데 갱신계약(7만4천768건)의 비중이 31.4%였던 것과 비교해 비중이 10%포인트가량 확대된 것이다.


갱신계약 중에서 갱신권을 사용한 거래는 3만8천298건으로, 50.0%에 달했다.


올해 갱신계약을 한 임차인의 절반이 갱신권을 행사한 것으로, 지난해 32.6%를 크게 웃도는 것이다.


올해 10월 현재까지 갱신권 사용 건수는 이미 지난해 1년치 사용 건수(2만4천378건)을 크게 웃돌고 있다.


갱신계약과 갱신권 사용 비중이 커진 것은 작년부터 전셋값 상승세가 지속되는 가운데 금융당국이 전세자금대출까지 옥죈 것이 영향을 미쳤다.


이런 현상은 토지거래허가구역에서 더욱 두드러졌다.


서울시가 지난 3월24일 아파트 전체를 토지거래허가 대상으로 지정한 강남3구와 용산구 등 4개 구는 토허구역 확대 후 지난 22일까지 신고된 전월세 계약 3만6천341건 가운데 갱신 계약이 1만5천80건으로 46.3%를 차지했다.


이중 갱신권을 사용한 계약은 8천315건으로 55.1%에 달했다.


같은 기간 비토허구역 21개구(일부 정비사업 단지는 허가대상)의 갱신계약 비중이 40.9%, 갱신권 사용 비중이 49.1%인 것에 비해 상당히 높은 수치다.


구 전체가 토허구역으로 묶이지 않았던 지난해 동기간(2024년 3월24일∼10월22일) 강남3구·용산구의 갱신계약은 32.9%, 갱신권 사용 비중은 30.0%에 불과했다.


이 기간 나머지 21개 구의 갱신계약이 30.3%, 갱신권 사용이 30.2%로 이들 4개 구와 큰 차이가 없었다는 점을 감안하면 토허구역 확대의 위력을 실감할 수 있다.


토허구역 4개 구 중에서 갱신계약 비중은 강남구가 48.9%로 가장 높았고, 갱신권 사용 비중은 서초구가 57.8%로 가장 높게 나타났다.


토허구역에서 갱신계약이 특히 많은 것은 허가구역내 거래 제약과도 관련이 있다.


허가구역에서는 집을 사는 매수자가 즉시 2년 이상 실거주를 해야 해 신규로 유통되는 전세 물건이 줄어들 수밖에 없다.


여기에다 토허구역에선 기존 임차인의 전세 기한이 남은 경우 집을 팔 수가 없고, 매수자에게 임차인 승계가 안 되다 보니 임대인의 퇴거 요구에 갱신권 사용과 재계약으로 대응하는 임차인이 늘어난 것이다.


특히 임대인 입장에선 임대차 기간이 종료돼도 임차인이 갱신권을 행사하면 최장 4년간 집을 팔 수 없어 토허구역내 임차인 퇴거 요구와 관련된 분쟁이 빈번하다.


임차인으로부터 퇴거 확인서를 받으면 임대차 기간에도 매도가 가능하지만, 임차인 설득이 쉽지 않고 퇴거 조건으로 적지 않은 보상비가 들기 때문이다.


서울 서초구 반포동의 한 중개사무소 대표는 "주택임대차법에 임차인 보상비 기준이 따로 없다 보니 강남권에서는 보상비로 적게는 수백∼수천만원, 많게는 3억원까지 요구하는 경우도 봤다"며 "집주인의 사정이 다급해도 임차인이 버티고 갱신권까지 쓰면 집을 팔 수가 없어 힘들어하는 집주인들이 적지 않다"고 말했다.


현지 중개업소들은 강화된 전세자금대출도 재계약이 늘어난 원인으로 꼽는다.


6·27 대책 이후 1주택자의 전세대출이 막히고, 신규로 전세대출을 받기도 어려워지면서 재계약을 원하는 임차인이 많다는 것이다.


송파구 잠실동의 한 중개사는 "기존 무주택 임차인들도 전세 만기 후 이사를 하면 전세자금 대출을 일시 상환해야 하는데 신규 대출이 힘들다 보니 그냥 갱신권을 쓰고 눌러앉는 것"이라며 "구조적으로 재계약이 늘고 신규 전세 매물이 감소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서울 성동구의 한 중개업소 모습 [연합뉴스 자료사진]


◇ 토허구역 광범위 지정에 매매, 전세 거래도 힘들어져…"시장 왜곡 우려"


전문가들은 정부가 이번 10·15대책으로 토허구역을 서울 전역과 경기도 12곳까지 광범위하게 확대하면서 앞으로 수도권내 신규 전세 물건 잠김 현상이 심화할 것으로 본다.


최근 가을 이사철을 맞아 신축 대단지 중심으로 전세 물건이 품귀 현상을 빚는 가운데, 토허제 지정이 전세난을 더욱 가중할 수 있다.


강동구 둔촌동 올림픽파크포레온은 전체 1만2천가구 가운데 전월세 물건은 200건이 채 안 되고, 특히 인기가 높은 전용면적 84㎡는 전세 물건이 거의 없다.


둔촌동의 한 중개사무소 대표는 "올림픽파크포레온은 신축 아파트여서 전세 수요가 많았는데 가을 이사철까지 겹쳐서 싼 전세 찾기는 하늘의 별 따기 수준"이라며 "앞으로는 매수인이 실입주를 해야 하니 전세 물건은 더 줄어들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노원구 상계동의 한 공인중개사도 "임차인 때문에 집을 못 팔게 된 집주인이 매물을 거둬들였고, 갱신권이 만료되는 전세도 집주인이 집을 팔 의향이 있으면 신규로 전세를 놓을 수가 없어서 전세 물건을 회수한 상태"라며 "토허제 때문에 집을 사기도. 팔기도. 임대 놓기도 다 힘들어졌다"고 말했다.


이 때문에 시장에서는 토허구역을 시장 과열이 없는 곳까지 광범위하게 지정한 것에 대한 비판이 커지고 있다.


토허구역내에선 매매 갈아타기도 어려운 데다 신규 전세 물건이 감소하면서 이사 철 때마다 전세난을 겪을 것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송파구는 아파트 전체가 토허제로 묶인 4월부터 9월까지 6개월간 전셋값이 4.51% 올라 서울에서 상승폭이 가장 컸다. 같은 기간 서울 아파트 평균 전셋값 상승률(1.58%)의 2.9배 수준이다.


전셋값 상승으로 인한 전세의 월세화도 더욱 가팔라질 전망이다.


익명을 원한 한 부동산 전문가는 "신도시 등 개발지역의 투기방지 목적으로 만든 토지거래허가구역을 도심 한복판의 집값 잡는 수단으로 사용하는 것은 거래의 자유를 침해하는 것"이라며 "계약갱신요구권까지 더해져 지정 기한이 장기화하면 전세시장까지 왜곡시키는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고 말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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