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법재판소가 최근 사전투표 제도가 합헌이라고 결정했다고 언론사들이 26일 보도했다. / 연합뉴스.
헌법재판소가 사전투표 제도와 사전투표용지의 바코드 방식을 합헌이라고 판단했다고 언론사들이 10월26일 보도했다. 그러나 이번 결정은 법 조항의 문언만을 근거로 판단한 채, 실제 전산 선거관리와 선거무효소송의 실태를 외면하거나 무지한 형식논리적 판결이다.
첫째, 사전투표용지의 바코드 구조는 참관인과 선거사무원조차 확인할 수 없도록 설계되어 있다. 사전투표용지에는 일련번호 등을 수록한 바코드가 있다. 바코드에는 일반적으로 숫자 일련번호를 부기하는데 사전투표용지에는 숫자 일련번호는 없다. 따라서 육안으로는 투표용지가 몇 장 발급되었는지 확인할 수 없다. 투표용지발급기로 발급된 투표용지의 수량과 교차 검증할 수 없다는 뜻이다. 반면 선거일 당일 투표용지는 일련번호가 숫자로 되어 있고, 일련번호 종이조각을 절취해 보관함으로서 발급수를 검증할 수 있는 물리적 증거가 남는다. 사전투표용지는 바코드를 떼지 않아 종이증거 자체가 존재하지 않는다. 2020년 국회의원 선거부터 올해 6.3 대통령 선거에 이르기까지 사전투표소에 참관인이 육안으로 투표함에 넣은 투표지를 센 수보다 선관위가 발표한 투표용지발급수가 많다는 제보와 증언이 많이 있었다. 그러나 사전투표는 개표 이후에라도 발급·투표 수량을 실물로 검증할 방법이 없다.
둘째, 사전투표지는 개표시 전자투표지분류기를 통해 스캔되어 전산에 저장된다. 이 과정에서 바코드와 기표 위치 정보가 함께 기록된다. 이 데이터가 중앙선거관리위원회의 전산서버로 집계되면, 시스템 로그를 통해 누가 언제 어느 후보에게 투표했는지를 역추적할 수 있는 구조적 가능성이 생긴다. 헌재는 바코드에 개인정보가 포함되지 않는다고 했지만, 문제의 본질은 ‘정보의 내용’이 아니라 ‘정보의 연결 가능성’에 있다. 특정 바코드가 언제, 통합선거인명부와 매칭되어 발급되었는지를 전산서버가 알고 있다면, 이미 비밀투표는 깨진 것이 다. 이는 단순한 관리기술의 문제가 아니라, “국민의 정치적 선택이 데이터화되어 감시될 수 있는 ‘빅브라더 선거 시스템’”으로 이어질 수 있는 심각한 사안이다.
셋째, 헌재는 “사전투표가 선거참여 기회를 넓히는 공익 목적이 있다”는 명분을 앞세웠지만, 참여 확대가 투표의 진정성과 투명성보다 우선될 수는 없다. 투표율이 높아지는 것보다 더 중요한 것은 투표의 진정성과 비밀성이 보장되는 것이다.
넷째, 헌재는 “조작 의혹이 있다면 선거소송을 통해 사후 검증이 가능하다”고 했지만, 이는 현실을 모르는 판단이다. 2024년 4·10 국회의원 선거의 무효소송은 아직까지 판결이 내려지지 않았고, 2025년 6·3 대통령선거 관련 소송 역시 진행조차 되지 못하고 있다. 법이 정한 ‘180일 내 신속재판’ 규정은 사실상 무력화되었다. 4.10 총선 무효소송 과정 중에서 피고인 선관위는 대법원에 버젓이 ‘투표용지발급기의 로그기록을 보관하고 있지 않다’고 서면을 제출했다. 결국 사후 검증 가능성은 형식적으로만 존재할 뿐, 실질적인 권리구제는 불가능한 제도적 공백 상태에 놓여 있다.
이번 결정은 전산 시스템의 기본 원리를 이해하지 못한 재판관들의 기술적 무지, 이른바 ‘컴맹판결’이라는 비판을 피할 수 없다. 헌재가 “바코드에는 개인정보가 없다”고 단정한 것은 서버 로그와 데이터베이스 연동 구조를 모르는 안이한 판단이다.
비밀투표의 핵심은 단순히 개인정보를 적지 않는 것이 아니라, 누가 누구에게 투표했는지를 전산 기록으로 추적할 수 없는 구조에 있다. 그러나 사전투표제도는 발급 수조차 현장에서 검증할 수 없는 불투명한 시스템으로, 공정선거와 비밀보장의 원칙을 흔들고 있다.
더 큰 문제는 이를 바로잡을 현실적 수단이 없다는 점이다. 180일 내 처리해야 하는 선거무효소송은 지연되고, 사전투표용지 발급수 검증 로그조차 존재하지 않는다. 사전투표는 전산으로 발급 관리하면도 검증을 위해 전산서버를 한번도 공개 검증한 적이 없다. 헌재가 사후 구제를 이유로 합헌이라 한 논리는 현실을 외면한 탁상판결에 불과하다.
헌재의 이번 사전투표 합헌 결정은 국민주권의 본질을 훼손한 중대한 오판이다. 지금이라도 디지털 선거제도를 국민 시각에서 재검증하지 않으면, 헌재는 대한민국 선거 신뢰와 민주주의를 무너뜨린 역사적 죄인으로 기록될 것이다.
위금숙 자유와혁신 부정선거개혁특위 위원장·컴퓨터공학 박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