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전 대통령이 19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한덕수 전 국무총리의 내란 재판에 증인으로 출석해 한 전 총리가 계엄 선포에 반대했다는 취지로 증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계엄과 내란을 같은 선상에 두는 학자는 없다. 비상계엄은 헌법이 대통령에게 부여한 통치권이고, 내란은 국가기관 기능을 무력으로 정지시키는 형법상 범죄다.
그럼에도 특검은 내란의 구성요건을 충족하지 못하는 사건을 ‘의도’와 ‘심증’으로 지탱하며 법원이 정치적 결론을 내려주기를 기대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법리가 아니라 프레임, 사실이 아니라 추정에 의존하는 이 구조가 재판을 본질에서 벗어나게 만들고 있다.
내란죄가 왜 성립하지 않는지는 사실 매우 단순하다. 법원이 따지는 것은 ‘의도’가 아니라 ‘위력에 의한 국가기능의 현실적 정지 가능성’이다. 내란의 본질은 폭동이며, 폭동은 소요나 충돌이 아니라 국가기관의 기능을 마비시킬 만한 무력의 행사다.
그러나 이 사건에서 동원된 병력은 대부분 비무장이었고, 규모 역시 국회나 선관위의 기능을 정지시키기에는 절대적으로 부족했다. 실제로 어떤 국가기관도 기능을 멈추지 않았으며, 일부 병력은 민간인이 뿌린 소화기에 밀려 후퇴했다. 실행착수라고 평가할 만한 객관적·물리적 행위도 존재하지 않았다.
한마디로 ‘폭동 없음, 무력 없음, 기능정지 없음, 실행착수 없음’이라는 네 가지 부재만으로도 내란은 성립할 여지가 없다. 이는 정치적 해석이 아니라 형법의 구성요건을 그대로 적용한 결론이다.
그리고 하나를 더 덧붙이면 된다. 만약 내란이 성립될 만큼의 무력과 폭동이 실제로 존재했다면, 비상계엄은 민간 저항에 무너질 수 없었을 것이다. 계엄이 즉각 붕괴됐다는 사실 자체가 내란 구성요건 부재의 가장 명확한 반증이다.
그렇다면 특검이 ‘의도’에 집중하는 이유를 살펴볼 필요가 있다.
내란의 실질 요건이 존재하지 않기 때문이다. 대통령이 무엇을 ‘하려 했는지’를 중심축으로 삼아 부족한 구성요건을 심증과 추정으로 대체하려는 것이다. 특검이 바라는 재판 구조는 법률가의 판단이 아니라 궁예식 마음 읽기다. 의도를 강조하는 이유는 단 하나, 폭동도 무력도 없어 법리적 접근으로는 답이 나오지 않기 때문이다.
특검 논리는 여기서 더 나아간다. “대통령이 진압을 지시했으나 군이 거부해 실패했으니 내란이다.”
그러나 이는 내란을 입증하는 논리가 아니라 오히려 부정하는 논리다. 내란은 지시가 아니라 실행, 의도가 아니라 현실, 결심이 아니라 국가기능 정지가 요건이다.
군이 명령을 이탈하거나 거부하고, 일부 병력이 민간인의 저항에 밀려 철수한 사실은 ‘내란이 있었다’는 증거가 아니라 ‘내란이 실행될 수 없었다’는 반증이다. 폭동의 현실적 위험이 존재하지 않았다는 뜻이며, 이는 내란 성립 요건의 가장 핵심적인 부분을 무너뜨린다.
일각에서는 특검이 기소 변경을 통해 내란예비·음모죄로 전환할 가능성을 제기한다.
그러나 내란(형법87조)과 예비·음모(형법90조)는 기초 사실관계가 완전히 다른 별개의 범죄다. 동일성이 인정되지 않기 때문에 기소 변경 자체가 허용되지 않는다.
통진당 사건의 기소 변경은 내란 목적 조직, 무장훈련, 장기 혁명 계획 등 특수한 사정이 있었기 때문에 가능한 사례였다. 이번 사건과는 구조적·사실적 기반이 전혀 다르다. “행위는 있었으나 내란은 아니다”라는 이유로 음모죄로 내려가는 것은 법적으로 성립할 여지가 없다.
내란선동으로의 전환도 성립하지 않는다. 선동죄는 단순한 의사표시가 아니라 실제 내란 실행의 위험을 증가시키는 객관적 위험이 요구된다.
그러나 이 사건은 무장도 없고, 실행 가능성도 없고, 국가 기능 정지도 없었다. 명령을 따르지 않은 부대도 있었고, 지휘 체계는 오히려 붕괴했다. 이런 상황에서 “선동으로 내란의 위험이 증대됐다”고 볼 근거는 존재하지 않는다.
직권남용 역시 마찬가지다. 계엄 발동과 군에 대한 지시는 대통령의 헌법상 고유 권한이며, 군 지휘관의 직무는 상관 명령에 따르는 것이다. 방해된 ‘정당한 권한’ 자체가 존재하지 않아 직권남용 죄의 구성요건에도 미치지 않는다.
정리하면, 행위는 있었다, 그러나 내란죄의 구성요건은 충족되지 않았다. 그렇다고 해서 예비·음모·선동·직권남용으로도 재구성할 수도 없다. 결국 형법적 판단만 놓고 보면 결론은 단순하다. 이 사건은 내란이 아니다. 그리고 내란에 준하는 그 어떤 범죄로도 처벌이 성립하지 않는다. 법리가 아니라 정치의 영역에서만 가능한 서사일 뿐이다.
법리적으로 보면 내란은 아니었다는 결론에 도달한다. 그렇다면 그날 실제로 무엇이 일어났는가. 진실의 구조는 법리만으로는 설명되지 않기 때문이다. ‘⑤ 종합… 그날의 진실은 무엇을 말하는가’에서는 ‘그날의 실체’를 본격적으로 해부한다.
※ 이 기사는 재판 과정에서 공개된 영상과 본지 취재를 종합한 내용을 토대로 형법과 헌법을 전공한 교수들과 변호사들의 조언을 종합해 분석한 기사입니다. 참여한 이들이 재판의 중대성을 이유로 익명 처리를 원해. 결론을 공유한 후 기사를 작성했음을 밝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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