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복지 패키지가 확장되면 이런 상권 중심 지출이 매년 반복되며 지방재정과 국비 부담이 커지는 구조가 형성된다. [그래픽=한미일보]
이재명 정부의 2026년 예산안에서 지역사랑상품권, 농어촌 기본소득, 주4.5일제, 청년미래적금으로 이어지는 지역·복지 패키지가 핵심 축으로 자리 잡으면서, 정부가 강조하는 ‘민생안전망·균형발전·청년기회 확대’라는 설명과 별개로 이들 사업이 일시적 지원이 아니라 상시 지출 구조로 고정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특히 IMF와 BIS가 반복적으로 경고해 온 한국의 부채 증가 속도와 민간신용갭 위험 신호를 고려하면, 이 패키지는 단순한 복지 항목이 아니라 향후 재정 경로 자체를 돌려놓을 수 있는 변수가 된다. 민간신용갭은 가계·기업이 빌린 돈(신용)이 경제 규모(GDP)의 정상적 추세 대비 얼마나 과도하게 부풀어 있는지를 측정하는 지표다.
지역사랑상품권의 예산은 1조1500억 원이지만, 발행 규모는 지자체 합산 24조 원에 이른다.
논점은 액수가 아니라 이 지출 구조가 더 이상 ‘선택적 편성’이 아니라 ‘국고지원 의무화’로 바뀌었다는 점이다. 매년 재정 상황에 따라 조정할 수 있던 사업이 법 개정으로 자동 반영되는 구조가 되면서, 지역상품권은 경기와 무관하게 반복되는 상시 지출이 됐고 지방재정과 중앙정부 모두 고정비 성격의 부담을 떠안게 됐다.
경제학계가 지적해온 상품권의 ‘총수요 증가 효과는 미미하고 소비 재배치가 대부분’이라는 평가를 감안하면, 효과는 제한적인데도 폐지가 사실상 불가능한 정치적 지출이 고착된 셈이다.
농어촌 기본소득은 시범사업이라는 이름을 갖고 있지만 ‘정치적 의미를 감안하면 본사업’에 가깝다.
인구소멸지역 6곳에서 24만 명에게 월 15만 원을 지급하는 사업은 1700억~2000억 원 규모로 출발하지만, 일단 지급되기 시작하면 정치적 이유로 중단이 극도로 어렵다. 기본소득은 복지 항목 중에서도 가장 강력한 고정비 구조를 지니기 때문에 “시범사업이라 부담이 작다”는 정부의 설명과 달리 확대 압력이 즉시 발생한다. 이 때문에 기본소득은 실제 예산에 드러나지 않는 ‘그림자 지출’의 누적을 자동적으로 만들어낸다.
주4.5일제 인건비 지원 277억 원 역시 단기적 실험으로 보이지만 구조적으로는 노동비용을 정부가 떠안는 출발점이 될 가능성이 높다.
노동시간 단축이 확산되면 생산성 보전 비용과 기업의 인건비 부담이 동시에 늘어나고, 이 부담을 정책적 목적을 이유로 정부가 대납하는 구조가 형성된다. 즉, 이 사업은 ‘지원사업’이 아니라 ‘단축 근로 확산 비용의 재정 전가’라는 새로운 지출 유형을 고정시키는 시발점에 가깝다.
청년미래적금 역시 겉으로는 7446억 원 규모의 단기 지원사업처럼 보인다.
연 소득 6000만 원 이하 청년에게 3년간 1년에 최대 36만 원을 지급하는 구조로 매년 신규 가입자가 계속 유입되는 누적형 지출이다.
청년내일적금, 청년희망적금, 청년내일채움공제 등 기존 유사 정책이 6~7개나 존재하는데도 새로운 적금 구조가 추가되면서 청년복지 예산은 계단식 증가를 피할 수 없다.
“올해 예산은 7000억 원대”라는 숫자만 보면 부담이 작아 보이지만, 누적 구조를 반영하면 매년 새로 쌓이는 지출이 다음 해의 고정비로 넘어가는 구조다.
이처럼 성격이 다른 네 가지 사업이 동시에 사실상 상시지출구조(고정비)가 되는 이유는 재정 논리보다 정치적 구조가 더 강하게 작용하기 때문이다.
각 사업은 지역 기반과 청년 기반을 직접 연결하는 방식으로 설계돼 있고, 중단 또는 감액이 곧바로 정치적 손실로 이어지는 구조다. 전문가들은 “한 번 시작하면 끊기 어려운 항목들이 가장 빠르게 고정비가 된다”고 지적하는데, 바로 이 지점이 이재명표 예산의 구조적 위험이다.
문제는 규모가 아니다. IMF와 BIS가 경고하는 핵심은 ‘속도’와 ‘구조’다.
한국은 이미 민간신용갭이 장기간 위험구간에 있고, 국가채무 증가 속도는 OECD에서도 상위권이며, 관리재정수지는 –4%대가 고착되고 있다. 이런 상태에서 상시지출이 추가되면 재정은 단기 예산에서 고정비 중심 구조로 전환되면서 기동성이 떨어지고, 경기 대응 능력도 약화된다. 결국 이는 미래 투자 여력을 갉아먹는 ‘구조적 비용’이 된다.
결론적으로 지역사랑상품권, 농어촌 기본소득, 주4.5일제 인건비 지원, 청년미래적금은 연도별 예산만 보면 크지 않아 보일 수 있지만, 정치·지역·세대 구조와 결합되면 ‘지속성’이라는 형태로 재정의 경로를 바꿔놓는다.
5년, 10년 누적되면 재정은 미래 전략·성장 투자보다 소비성 고정비 중심으로 재편될 가능성이 높아지며, 이재명표 지역·복지 패키지의 진짜 쟁점은 금액이 아니라 지속성이라는 점이 명확해진다. 지속성은 결국 재정의 선택지를 좁히고, 한국 경제의 대응 능력을 제약하는 방향으로 작동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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