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정세 "평범한 얼굴로 시작해 괴물처럼 끝나는 악역 고민했죠"
'굿보이'서 마약·밀수 악당 민주영 역할…"오래 즐기며 연기하고 파"
JTBC 토일드라마 '굿보이' 중 한 장면 [SLL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연합뉴스) 김경윤 기자 = "민주영이 첫 회에서는 평범한 얼굴을 하고 있지만, 마지막 회에서는 피로 얼룩지고 상처 때문에 일그러진 괴물 같은 얼굴이 되는 것을 보여주고 싶었어요."
17일 서울 강남구 프레인TPC 사옥에서 만난 배우 오정세는 JTBC 드라마 '굿보이' 속 악당 민주영을 이렇게 연기했다고 돌아봤다.
민주영은 낮에는 모범적인 관세청 7급 공무원이지만, 밤이면 마약과 자동차 밀수 등 온갖 범죄에 손을 대고 있는 지하 세계 거물이다.
사연 있는 빌런도, 코믹한 깡패도 아닌 두 얼굴의 악한을 표현하는 게 쉬운 일은 아니었다. 그래서 스타일링과 표정, 말투 등에 공을 많이 들였다고 했다.
오정세는 "극 중 다른 악역들은 각자 사연이 있지만, 민주영은 동정심을 느낄 수 없는 완전한 악인으로 생각했다"며 "사실 약간만 방향을 틀면 재밌게 만들 수 있는 대사 포인트들이 있었는데, 일부러 힘을 풀지 않고 연기했다. 민주영이 가볍거나 인간답게 보이지 않길 바라서였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그는 스마트폰에 저장해뒀던 이미지 하나를 꺼내 보여줬다. 한쪽 눈썹 위에 세로로 검은 흉터가 난 외국인의 얼굴이었다.
"'굿보이' 작품을 접하기 한참 전 눈에 들어와서 저장해 둔 영화 스틸 이미지에요. 민주영이라는 인물을 연기하면서 이런 식으로 얼굴에 상처가 있으면 했고, 분장팀에 말해 실제로 적용하기도 했죠."
배우 오정세 [프레인TPC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의상과 헤어스타일에도 신경 썼다. 초반에는 셔츠 단추를 목 끝까지 채우고, 머리카락도 세팅하지 않은 채로 등장해 공무원 민주영을 표현하려고 했다.
겉으로는 수수해 보이지만 300만원짜리 바지, 400만원짜리 셔츠를 걸쳐 은근한 과시욕을 내비치는 식이었다.
오정세는 "자신의 세계가 무너질 리 없다는 확고한 신념이 민주영의 무기"라며 "(그는) 큰 권력과 검은돈이 얼마나 위험하고 무서운지를 보여주는 인물"이라고 캐릭터를 해석했다.
이런 민주영을 무너뜨리는 것은 열정적인 순경 윤동주(박보검 분)를 비롯한 국가대표 출신 특채 경찰관들이다.
만약 '굿보이' 속 경찰 캐릭터가 된다면 어떤 역할을 맡고 싶었느냐고 물었더니 "어릴 때 축구, 씨름, 태권도를 잘했다. 셋 중 하나를 기술로 쓰는 특수팀 소속 경찰을 했어도 재밌지 않았을까"라고 답했다.
권총을 쏘는 장면이 많았는데, 촬영 때 의외의 어려움이 있었다고 털어놨다.
그는 "눈 하나 깜짝하지 않고 총을 '빵 빵' 쏘는 모습을 연기하려 했는데, 슬로우(느리게 감기)로 찍어서 보니 내가 총을 쏠 때마다 움찔하면서 눈을 감았다"며 "결국 감독님이 몇몇 장면은 포기했다. 개인적으로는 작지만 큰 어려움이었다"고 웃었다.
JTBC 토일드라마 '굿보이' 중 한 장면 [SLL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이번에 강렬한 악역을 했으니 다음에는 선한 역을 원할 법도 하지만 오정세는 "내가 다음에 뭘 하고 싶다고 계획하고 싶지는 않다. (정해두지 않고) 좋은 작품을 만나고 싶다"고 열린 태도를 보였다.
그는 1997년 영화 '아버지'의 단역으로 데뷔했다.
이후 영화 '남자사용설명서'에서 눈도장을 찍었다. 드라마 '동백꽃 필 무렵'에서 미워할 수 없는 한량 노규태, '사이코지만 괜찮아'에서 자폐 스펙트럼을 가진 문상태 등 주연과 조연을 오가며 다양한 역할을 맡았다.
연기 경력만 30년이 가까워진 그의 목표는 앞으로도 오랜 기간 즐기며 활동하는 것이다.
"처음 연기를 시작했을 때 멋있는 배우나 좋은 배우가 될 자신은 없었지만, 오래 할 자신은 있었거든요. '긴 호흡으로 즐겁게 연기해야지' 생각했는데 그런 선상에서는 지금도 잘하고 있는 것 같아요. 앞으로의 목표요? 최대한 작품을 즐기면서 오래 연기하고 싶어요."
heeva@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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