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진호 전투 당시 흥남철수작전을 기리는 ‘장진호 전투 75주년 기념식’이 장진호전투기념사업회 주최로 인천 자유공원 맥아더 장군 동상 앞에서 11일 오전 11시 거행됐다. Ⓒ한미일보
75년 전 한반도의 가장 춥고 혹독했던 겨울, 이 땅에는 전쟁의 비극과 함께 한 편의 드라마와 같은 기적이 펼쳐졌다.
장진호 전투 당시 흥남철수작전을 기리는 ‘장진호 전투 75주년 기념식’이 장진호전투기념사업회 주최로 인천 자유공원 맥아더 장군 동상 앞에서 11일 오전 11시에 거행됐다.
일명 ‘크리스마스의 기적’이라 불리는 흥남철수작전이 펼쳐진 것은 1950년 12월의 일이다.
한겨울 개마고원 장진호 일대는 체감온도 -40℃를 오르내리는 극한의 동토가 된다. 그곳에서 중공군 12만 명의 포위망에 갇힌 미 해병 1사단과 유엔군은 전멸의 위기 속에서도 2주간의 처절한 사투를 벌였다. 이것이 장진호 전투다.
그들의 투지는 단순히 자신들의 생존만을 위한 것이 아니었다. 그들이 중공군의 발을 묶어둔 덕분에 국군과 유엔군은 흥남으로 향하는 퇴로를 확보할 수 있었다.
이 전투가 만들어낸 시간은 기적으로 이어졌다. 흥남부두에는 자유를 찾아 남하하려는 10만여 명의 피란민이 몰려들었다. 긴박한 철수 작전 속에서 군수물자를 과감히 버리고 피란민 한 명이라도 더 태우기로 했던 결단은 인류 역사상 가장 아름다운 크리스마스의 기적인 흥남철수작전을 완성했다.
흥남 철수 당시 메러디스 빅토리호에서 태어난 5명의 아기에게는 ‘김치 1호’부터 5호까지 별명이 붙기도 했다. 아기들은 자라서 자기들을 구해준 선원과 해후했다.
총 10만 생명을 구출한 이 위대한 서사시는 오늘날 우리가 누리는 자유와 평화가 결코 거저 얻어진 것이 아님을 깨닫게 한다.
이번 기념식의 슬로건인 ‘그 겨울 자유는 얼어붙지 않았다’는 극한의 상황에서도 꺼지지 않았던 생명 존중의 정신을 뜻한다.
행사가 열리는 인천 자유공원은 인천상륙작전의 영웅 맥아더 장군의 동상이 서 있는 곳으로 자유 수호의 의지가 깃든 장소다.





위에서부터 사회를 맡은 조형곤(왼쪽) 장진호전투기념사업회 집행위원장, 김석우 전 통일부 차관, 이석복 대한민국지키기불교도총연합 대표, 고영주 자유민주당 대표, 이재춘 장진호전투기념사업회 상임대표, 장경덕 장진호전투기념사업회 공동대표, 이동복 전 국회의원. Ⓒ한미일보
기념식은 장진호 전투와 흥남철수의 전 과정을 되짚어보고, 낯선 땅에서 피 흘린 참전용사들의 넋을 기리는 추모의 시간으로 진행됐다. 절망 속에서도 희망을 놓지 않았던 10만 피란민의 간절함과 그들을 품어 안았던 휴머니즘을 재조명하는 기회였다.
조형곤 장진호전투기념사업회 집행위원장은 “75년이라는 세월이 흘렀지만 아직도 잊을 수 없다. 정말 소수만 살아남아 기억해야 할 용기·감사해야 할 희생은 우리 가슴 속에 여전히 뜨겁게 살아 숨 쉬고 있다”며 “그 겨울 얼어붙지 않았던 자유의 온기를 함께 나누고 기적을 만들어낸 영웅들에게 감사의 마음을 전한다”고 밝혔다.
임요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