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14일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총리가 국회에 출석하고 있다. 연합뉴스
한미일보 칼럼니스트다카이치 사나에 내각의 지지율이 75%에 달한다는 것은 단순한 인기의 문제가 아니다. 이는 일본 사회가 ‘위기 앞에서 결집하는 심리’를 집단적으로 드러낸 신호이며, 중국과의 군사·경제적 긴장 속에서 강경하면서도 예측 가능한 지도자, 그리고 전략적으로 단단한 국가 운영을 원하는 국민적 요구가 응축된 결과다. 일본 정치에서 보기 드문 이 수치는 국내·외 환경이 절묘하게 맞물린 흐름의 산물이다.
우선 중국의 군사적 팽창은 일본 국민에게 더 이상 ‘먼 나라의 이야기’가 아니다. 대만 해협 긴장, 동중국해 충돌 가능성, 일본 EEZ 침범은 국민에게 실질적 ‘국가안보 위기’를 체감하게 한다. 다카이치 내각은 이러한 불안에 대해 안보·방위 강화, 자위대 실질 전력 증대, 동맹 강화라는 메시지를 분명하게 제시했다. 일본 국민이 “중국을 두려워하지 않는 총리”를 원하는 이유다.
둘째, 다카이치 총리는 빠른 의사결정과 직설적 언어로 ‘결단력 있는 리더’의 이미지를 확립했다. 일본 정치 특유의 느린 속도와 책임 회피에 대한 피로감이 큰 상황에서, 그는 경제·외교·안보 전반에 걸쳐 추진력을 보여주며 국민들의 신뢰를 얻고 있다.
셋째, 경제 불안 또한 지지율 상승을 만들었다. 엔저, 물가 상승, 저출산·고령화라는 삼중고 속에서 일본 국민은 ‘위기관리형 지도자’를 선호한다. 다카이치 내각은 규제 혁신, 산업 재편, 디지털·AI 전환을 밀어붙이며 ‘미래를 준비하는 정부’의 이미지를 만들었다.
넷째, 미·중 패권 경쟁 속에서 일본은 독자적 안보라인을 구축하려 한다. 고이즈미 신지로 방위상 기용, 미·일·호·영 군사 협력 강화는 “일본 스스로를 지켜야 한다”는 국민적 인식과 맞물려 내각에 대한 결집을 강화했다.
◇그렇다면 한국은 무엇을 배워야 할까?
첫째, 위기 앞에서 정부·국회·국민이 ‘하나의 국가’로 뭉치는 힘이다. 한국은 기후위기, 저출산, 글로벌 공급망 재편, 북핵, 중·미 갈등 등 어느 때보다 복합위기 속에 놓여 있다. 그럼에도 정부는 정치 싸움에 갇혀 있고, 국회는 정쟁에 몰두하며, 국민은 진영 갈등으로 분열돼 있다. 일본처럼 위기 상황에서 ‘국가 생존 전략’을 중심으로 사회가 결속하는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
둘째, 예측 가능한 리더십과 일관된 국가 전략이 필요하다. 이재명 정부는 경제·안보·규제 정책에서 메시지가 자주 흔들리고, 국회와의 갈등이 장기화되면서 정책 추진력이 약화되고 있다. 일본처럼 안보·경제·외교 전략을 명확히 제시하고, 이를 일관되게 추진하는 리더십이 시급하다.
셋째, 정치의 속도와 책임성이다. 일본은 위기 국면에서 ‘결단력 있는 지도자’를 선호하며, 정치권도 이를 뒷받침한다. 한국 국회는 법안 처리, 개혁, 제도 정비가 지연되며 국가 경쟁력을 깎아먹고 있다. 지금 필요한 것은 정쟁이 아니라 ‘국가 생존을 위한 속도전’이다.
넷째, 국민 역시 정치적 피로감에서 벗어나 국가 전체의 방향성을 중시해야 한다. 일본 국민이 “지금은 강한 리더가 필요하다”고 판단했듯, 한국도 단기적 감정이나 진영 논리가 아니라 국가 미래를 기준으로 지도자와 정책을 평가해야 한다.
결국 일본의 75% 지지율은 단순한 인기 폭발이 아니라 위기-결집-전략-리더십이라는 선순환의 결과다. 한국 정치와 국민이 지금 배워야 할 지점은 바로 여기에 있다.
한미일보 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