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월9일 국민의힘 송언석 원내대표가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 민중기 특검이 민주당 통일교 금품 수사를 묵살한 것에 대해 고발할 것이라고 밝히고 있다. 연합뉴스
윤영호 전 통일교 세계본부장 사건을 둘러싸고 논란이 반복되는 이유는, 이 분석기사 1회차에서 제시된 의문점이 해소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 의문점이란 ‘단순한 정교유착 사건인가, 아니면 핵심 증거를 은폐하려는 시도인가’였다. 그리고 이 질문을 한 단계 더 깊이 파고들면 두 번째 핵심 질문에 도달하게 된다.
“특검은 왜 이 사건에 대해 인지수사를 하지 않았는가?”
배임과 횡령은 대표적인 인지수사 대상 범죄다. 피해자의 고소·고발이 없어도 수사기관이 범죄 혐의를 포착(인지)하면 즉시 수사에 착수할 수 있다. 특히 조직의 고위 책임자가 자금 집행 및 관리 체계의 핵심에 있었다면, 언론 보도나 관련자 진술만으로도 인지수사의 요건은 충분히 성립된다. 따라서 통상적인 경우라면 수사는 진술이 아닌 ‘자금’에서 출발해야 하며, 그 기점은 말이 아닌 ‘계좌’가 되었어야 한다.
그러나 윤영호 사건이 흘러간 방향은 이와 달랐다. 통일교 측은 배임·횡령이 아닌 발언 내용을 문제 삼은 형사 고발을 택했다. 이는 수사의 초점을 자금 검증에서 진술의 진위를 가리는 쪽으로 이동시키는 결과를 낳았다. 결국 인지수사의 가능성을 차단하고, 논쟁의 장을 ‘발언의 신빙성’ 다툼으로 국한시킨 전략적 선택이었던 셈이다.
이 선택이 더욱 주목되는 이유는 공소시효라는 시간 변수 때문이다.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의 공소시효는 7년이다. 윤영호의 진술에서 언급된 시점이 2018년 전후라면, 2025년 말은 시효 만료가 가시권에 들어오는 시점이다. 반면 배임·횡령이나 뇌물 혐의로 수사가 확장될 경우, 공소시효는 더 길어진다. 즉, 혐의를 어디에 두느냐에 따라 수사의 시간표 자체가 달라진다.
이 지점에서 특검의 선택은 정치적 해석을 불러온다.
민중기 특별검사팀은 윤영호의 진술을 확보하고 일부 사안을 이첩하는 선에서 수사를 마무리했다. 하지만 돈 흐름을 쫓는 대대적인 인지수사가 함께 이루어진 정황은 포착되지 않는다. 결국 수사는 공소시효가 임박한 사안들에 치중되었으며, 정작 공소시효가 길어 충분히 수사할 수 있었던 본질적인 부분은 건드리지 못한 셈이다.
이런 수사 흐름은 두 가지 상반된 해석을 낳는다. 하나는 자금 범죄의 실체가 없기 때문에 인지수사가 불필요했다는 해석이다.
그럼에도 여전히 설명되지 않는 대목이 남는다. 통일교 측이 왜 세계본부장급 인사에 대해 강력한 거리두기와 공식 부인, 파문 조치를 동시에 단행했느냐는 점이다. 폭로 내용이 사실무근이라면, 굳이 이토록 공격적이고 이례적인 방식을 동원해 개인을 분리할 이유가 없기 때문이다.
또 다른 가설은 자금에 대한 수사가 시작되는 순간 그 파장이 통제 불가능한 수준으로 확산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에, 의도적으로 수사의 문을 닫았다는 해석이다.
자금 수사는 필연적으로 광범위한 계좌 추적을 동반하며, 이는 재단과 관련 법인은 물론 정치권의 접점으로까지 무차별적으로 확장되기 때문이다. 이 경우 사건은 단순한 정교유착 논란을 넘어, 선거의 공정성과 권력 핵심부의 책임론으로 걷잡을 수 없이 비화하게 된다.
윤영호 사건에서 반복적으로 등장하는 ‘프레임’이라는 단어는 바로 이 지점에서 의미를 갖는다.
‘정교유착 프레임’은 사건을 도덕적 비난의 영역에 가둔다. 반면 ‘자금 프레임’은 기록과 증거의 영역으로 사건을 이동시킨다. 수사가 어떤 프레임을 선택했는지는, ‘무엇을 밝히려 했는지’보다 ‘무엇을 밝히지 않기로 했는지’에서 더 분명하게 드러난다.
이 사건이 여전히 현재진행형인 이유도 여기에 있다.
윤영호의 진술이 흔들릴수록, 수사의 신뢰성은 진술이 아닌 물적 증거를 통해 확보되어야 한다. 그러나 자금 흐름에 대한 인지수사가 본격화되지 않는 한, 의혹은 해소되기보다 오히려 축적될 수밖에 없다. 특히 ‘선거자금’이라는 핵심 트리거가 규명되지 않은 채 공소시효만 흘러가는 현재의 상황은 또 다른 의구심을 키우는 배경이 되고 있다.
결국 윤영호 사건의 두 번째 질문은 이렇게 정리된다.
“인지수사가 불가능해서 하지 않은 것인가, 아니면 가능했음에도 선택하지 않은 것인가.”
이 질문에 대한 답이 제시되지 않는 한 정교유착 논쟁도, 사건 은폐에 관한 논란도 결코 끝나지 않을 것이다.
그리고 이 질문에 대한 해답은 특검이 내린 최종 결론이 아니라, 앞으로 세상에 드러날 ‘증거’의 존재 여부에 의해 결정될 것이다.
김영 기자